좋은 리더와 안 맞는 리더, 나에게 맞는 리더

믿고 맡긴다는 건, 손을 떼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것

by 김이직
그 리더 어땠어요?


이직이 잦다 보니, 여러 리더와 함께 일했다.

팀장부터 임원까지. 스타일도 참 다양했다.


처음엔 새로운 리더의 방식에 적응하는 게 꽤나 버거웠다.

지나고 보면 다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감정의 기억이고, 일의 방식은 조금 다르게 남아 있다.


리더도 나를 필요로 하지만, 나도 리더가 필요하다.

리더는 내가 더 잘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고,

그 기준에서 돌아보면 좋은 리더, 나쁜 리더를 이렇게 구분하게 됐다.



A 리더는 방향을 아주 또렷하게 제시해주는 사람이었다.

조직이 가야 할 방향, 서비스가 나아갈 방향,

그 안에서의 나의 역할까지 명확히 말해줬다.


그 명확함이 초반에는 편했다.

그런데 점점 내가 정답을 맞추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의견이 다른 게 아니라, 틀렸다고 느껴지게 만들었다.

결국 우리는 거의 고객사와 외주처럼 일하게 됐다.


B 리더는 활발하게 소통했다.

매일 피드백을 주고, 작은 시도에도 반응을 해줬다.

초반에는 생각을 덜 해도 돼서 편했다.

그런데 나중엔 팀이 스스로 판단하지 않게 되는 걸 느꼈다.

답을 정해주는 리더십은, 판단력을 키울 시간을 주지 않는다.


반대로 C 리더는, 처음엔 강하게 푸쉬하지만

일단 맡긴 뒤엔 전혀 터치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필요한 순간에만 개입했고, 대부분은 내가 먼저 질문하길 기다려줬다.


그 아래에서는 책임감이 생겼고,

내 판단에 대해 내가 스스로 설명할 준비를 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이 리더들이 틀렸던 건 아니다.

그들이 나빴던 게 아니라, 나와 맞지 않았던 것뿐이다.


나는 자율을 기반으로 일하고,

내가 맥락을 이해하고 판단할 여지가 있어야 몰입된다.


그래서 “이렇게 하세요.”보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라고 묻는 리더와 잘 맞는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좋은 리더는 많다.

하지만 모두가 나에게 맞는 리더는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리더의 스타일을 평가하기보단,

내가 더 잘 일할 수 있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더 자주 생각한다.


그리고 그걸 안다는 건,

내가 어떻게 일할 때 가장 나다울 수 있는지를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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