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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성 Apr 07. 2020

마음의  거리에 관하여

우리 마음의 거리가 그것밖에 안돼?

2013년 12월 추운 겨울날 어디선가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발신자 표시를 보니 대학교 동창이었다. 이 친구는 와이프의 같은 과 동기로 학교에서 몇 번 만난 적 있었다. 그리고 졸업 후 바로 결혼을 했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한동안 만나지를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연락이 되었고, 집이 가까워서 가끔씩 우리 집에 놀러오곤 했다. 이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해서 그런지 결혼생활에 적응을 잘 못했고 결국 이혼을 . 그리고 조울증도 있어 감정의 기복도 심한 편이었다.


사실 이 친구 덕분에 지금 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가 몸담았던 직장에서 퇴사하던 날, 남은 짐을 싸고 있을 때 이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너, 명상 좋아한다며? " "응, 평소에 꾸준히 명상하고 있지, 그런데 왜? " "내가 지금 대학원을 다니는데, 명상 관련 수업을 듣고 있거든.  그래서 관심 있으면 아카데미에 참석해보라고." "아. 명상도 대학원에서 가르쳐? 알았어. 고민해볼게."


이렇게 전화를 끊고 나서, 일 년 후에 이 친구 소개로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고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것이다. 어쩌면 내 삶의 터닝포인트를 안겨준 사람이 바로 이 친구인 것이다.


우리 마음의 거리가 그것밖에 안돼?



대학원에 입학하고 바쁘게 보내던 12월 겨울 저녁에 바로 이 친구한테 갑자기 연락이 왔다.


"밤늦게 웬일이야? 잘 지내고 있지?", "응, 지금 일 때문에 안동에 있어.", "멀리도 갔네, 그런데 뭔 일 있어?", "음... 혹시 나 만나러 안동으로 와줄 수 있어..." 


연말이고 서울에서 안동까지 주말에 가기에는 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동까지 가기에는 좀 멀고, 중간쯤 되는 대전에서 만날까?"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심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우리 마음의 거리가 그것밖에 안돼?"라고 말하는 것이다.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물리적 거리가 멀다고 핑계를 되고 있었는데, 이 친구는 물리적 거리 보다, 마음의 거리로 나를 가깝게 생각했던 것이다.


 "아니, 그게 아니고..."라고 말하자 그 친구는 "아냐 됐어, 다음에 보자."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 통화가 이 친구와의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당시에는 꿈에도 몰랐다.


그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모르는 전화번호로 메시지가 왔다. 그 친구 오빠였다. 그 친구가 운명을 달리했다는 내용이었다. 믿기지가 않았다. 안동에서 펜션을 차린다고 땅까지 사놓고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당신에게 온 전화가 어쩌면 그 사람의
마지막 전화일 수도 있습니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그 메시지를 보며 멍하니 한동안 서있었다. 그리고 몇 달전 마지막 통화했던 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우리 마음의 거리가 그거밖에 안돼?" 어쩌면 그 당시 그 친구는 말 못할 고민이 있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때 그 친구를 만났으면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마음속으로 다짐한게 하나가 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만나줄 수 있나요?"라고 하면 앞으로 거절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기댈 곳이 없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전화를  것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벚꽃이 날리는 4월이면 그 친구가 생각난다. 한창 꽃들이 아름답게 피던 봄에 떠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본다. 그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마음의 거리는 없다.


여러분들도 친한 친구나 지인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와서 "한번 봤으면 좋겠다"라고 한다면, 흔쾌히 "그래, 만나"라고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전화한 사람이 당신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의 거리는 없다는 것을 상대방이 느끼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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