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맘껏 해봐’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하철 문 앞에 섰다. 열차가 멈추고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이 나를 앞으로 밀어붙일 때까지 눈앞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바라보았다. 기대지 마세요. 손대지 마세요. 오늘따라 빨간색이 왜 이렇게 더 적나라하게 보였던 건지. 기분 탓이었을까. 집에 갈 때까지 그 빨간색의 사선이 너무 마음에 남아 괜히 주변을 서성거렸다. 그럴수록 더 큰 빨간 사선이 나를 찾아왔다. 시선을 돌리는 여기저기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들로 가득했다. 주차 금지, 출입 금지, 소음 금지, 촬영 금지, 흡연 금지, 부착물 금지, 뛰거나 밀지 맙시다, 휴지는 변기에 버리지 마세요,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복면을 쓰지 마세요, 불량식품을 먹지 마세요 등등. 결국 고개를 숙여 땅만 보고 걸었다.
문득 고등학교 시절, 학급 게시판에 붙어있었던 상점, 벌점 기준이 떠올라 피식 웃음을 지었다. 네모 칸을 빼곡히 채운 벌점 기준과 그와 반대로 몇 가지 없었던 상점 기준들. ‘한 번 해봐’보다는 ‘이렇게 하지 말고, 저렇게 해야만 해’라며 하나뿐인 정답만을 배웠던 수많은 시간들. 우리는 언젠가부터 ‘하지 마라.’의 세상에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해야 할 일들을 해내는 방법을 잃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금지는 또 다른 금지가 되어 나를 붙잡고 있었다.
좌절과 포기마저 금지하는 세상. 금지를 넘어 포기가 익숙해진 세상.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움직여야 한다. 행동해야 한다. 서로에게 ‘맘껏 해봐’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금지를 금지해야 한다. 그냥 나는, 그런 어른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참 좋은 주말이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