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는 사치가 아니다. 오늘도 천천히 그리고 찬찬히.
맞춰 둔 알람 보다 한 시간 즘 먼저 눈이 떠졌다. 핸드폰 위의 숫자를 확인하고는 다시 잠을 청하려 해도 도무지 졸리지 않은 말똥말똥한 상태. 오늘 아침이 딱 그랬다. 누운 상태로 기지개를 한 번 켜고 반쯤 일어나 몸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래, 또 새 아침이구나. 왠지 알람시계의 할 일을 내가 빼앗은 것만 같아 내심 미안했지만 갑자기 선물 받은 이 여유가 내심 맘에 들었다. 좁은 방 안에서 조금 더 천천히 움직였고, 조금 더 찬찬히 새 하루를 준비했다. 노트북을 켜고 잔잔한 노래를 들었다. 인터넷 기사를 흘려 보다가 귤을 까먹었다. 시원한 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샤워를 했다. 늘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일 텐데 오늘 아침은 유난히 느긋했다.
어제 읽어두었던, 김소연 작가의 <시옷의 세계>속 '찬찬함과 천천함 덕분에 내가 사람다워지는 느낌이 난다.'라는 문장이 생각나 책을 손에 쥐고 몇 장을 더 넘겼다. 여유란 찬찬함과 천천함 사이의 그 어떤 것이 아닐까나.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것. 내가 나다워지는 시간. 이미 모두 갖고 있지만 알지 못하는 것. 쓰지 못하는 것. 옷장 속 겨울 코트 주머니에 구겨진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천 원짜리 지폐처럼, 여유는 이미 내 옆에 있으면서 애타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나에게 기쁨과 위로가 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주변을 새롭게 바라보는 일. 종종 계획되지 않는 아침의 한 시간을 나에게 선물하는 일. 지하철 플랫폼에 앉아 열차를 한대 그냥 보내보는 일. 잠깐 걸음을 멈추고 파란 하늘을 올려 보는 일. 카페에 앉아 커피 향을 보고 듣는 일. 지하철에서 책 한 쪽을 내리읽어내는 일. 밝은 얼굴로 모두에게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일.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로 안부를 묻는 일. 거울 속 내 모습을 보고 미소 짓는 일. 하루 한 문장 흰 종이에 내 생각을 채우는 일. 복잡함을 단순함으로 풀어내는 일. 아름다움을 위해 기꺼이 버리는 일. 하루를 나답게, 진짜 나로 사는 일.
여유는 사치가 아니다. 오늘도 천천히 그리고 찬찬히.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