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감당해 낼 수 있는 만큼의 인생을 산다
한 해의 마지막 일요일. 쌀쌀함에 눈을 떴다. 따뜻한 구석을 찾아 이불 속에서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생각했다. ‘오늘은 꼭 청소를 해야지.’ 바쁘단 핑계로 정리를 며칠 미뤄둔 탓도 있고, 다가오는 새해 첫 주말을 이 상태로 맞이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 덕분이기도 했다. 집에 등을 붙이고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보니 하루하루 방이 점점 더 좁아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정돈되지 않은 채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내 마음처럼 말이다. 그래서 더더욱 집을 치워야겠다고 다짐했는지도 모르겠다. 묵은 때를 벗겨내면 새로운 좋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마음으로 화장실 바닥부터 박박 문질렀다. 설거지를 끝내고는 빨래도 오랜만에 탈탈 털어 널었다. 배터리가 없었던 청소기를 충전이 되자마자 손에 들었다. 무릎을 꿇고 정성스레 바닥을 닦았다. 쓰레기를 모아 봉투 하나 꽉 채워 버렸다. 책상과 책장을 정리했다. 아무데나 벗어 던져둔 옷을 잘 걸어두고, 창문 밖으로 이불을 털었다.
정리가 조금 덜 끝난 방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지난 한 해를 돌아봤다. 이런저런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참 많이 바쁘기도 했다. 그만큼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많았다. 평생을 간직할 추억들이 생긴 반면, 몇 가지 후회도 고스란히 남았다.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을 스스로 감당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과 함께 왠지 모를 부담감이 어깨를 눌렀다. 삶과 책임의 의미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청소를 마무리하면서 불현듯 위지안 작가의 에세이 <오늘 내가 살아가는 이유>의 문장이 떠올랐다. ‘삶이라는 길에는 무수한 아픔과 고통이 도사리고 있다. 그 시련들은 삶에 대한 대가로 우리가 마땅히 치러야만 하는 것들이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사람마다 각자의 할당량에 차이가 있을 뿐. 눈앞의 어려움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대처 방법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한사코 포기하지 않거나 회피하려고 한다면 시련은 더욱 커질 것이다. 반면 그것을 온전히 치러야 할 삶의 대가로 받아들인다면, 시련이 아니라 일종의 시험이 된다.’
맞다. 우리는 감당해 낼 수 있는 만큼의 인생을 산다. 그동안 그래왔고, 앞으로도 분명 그럴 것이다. 작가의 이야기처럼, 시련이 아닌 내 운명의 주인이 되기 위한 시험들을 기꺼이 견뎌내고, 온전히 감당해 내야 하지 않을까. 잃었던 자신감을 조금 되찾았다. 방 청소는 대충 끝났으니, 당분간은 몸과 마음 청소에 집중해야겠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