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수납공간, 새 옷장으로 해결해 보자
<10년 넘게 함께 한 옷장, 철거 전>
행사 전단지를 보고 가격이 맘에 들어 선택했던
신혼살림이었다. 당시 여유가 없어 옷장보다는
행거로 대신하는 게 좋겠다는 무언의 압박이 있었지만
옷장 하나 갖는 일도 어렵다는 것이 속상해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던 기억이 뚜렷하다.
그렇게 소중한 옷장이었는데
몇 년 사이 체형과 취향이 변하면서
옷이 더 많아졌고, 세탁 후 정리할 자리가 부족한
상태가 됐다. 어떤 옷들은 철이 끝난 후에야
옷장 밖을 나오기도 했으니 수납상태도 엉망이었다.
옷장 안도 일부 곰팡이가 피고 판도 휘어진 상태였다.
나의 욕구가 알고리즘에 노출된 걸까?
며칠 째 다른 사람들의 정리팁을 비롯해
드레스룸 만들기, 옷장 종류에 눈길을 뺏겼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제품은
내부에 깊은 서랍장을 넣을 수 있는 신제품이었다.
(엄마와 남편은 때마다 신상출시를 기막히게 알아채는
나의 본능에 놀란다)
하지만 남편은 옷도 찢어지기 전에는
버리지 않는 알뜰파다.
나는 본능적으로 빌드업에 들어갔다.
아파트 구조상 수납장이 부족한데
공간활용을 제대로 하려면, 붙박이장이 필요하다.
가격비교만 해보자. 겸사 오래된 옷들도 정리하고
당분간 이사계획이 없으니 잘 치우고 살면 더 이득
아닐까? 신제품 행사할 텐데 가보고 판단하자.
몇 단계의 설득 끝에 우린 상담실로 들어섰다.
“이거 우리 안방에 넣으려면 구성을 어떻게 할까?”
상담실을 나오며 구매를 전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남편 역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줄자를 꺼내 들고 적극 동참했다.
덕분에 나는 안방 붙박이장을 획득했다.
신혼 초 저렴한 게 1순위였다면, 이번엔 내가 원하는
장으로 업그레이드 한 셈이다.
<서랍 꽉 채운 붙박이장으로 교체>
기다리던 붙박이장 시공날, 철거 후 대략 반나절 조립으로 끝날 줄 알았던 설치가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저녁 8시가 넘어서야 겨우 마무리됐다.
가장 큰 문제는 설치기사가 한 분이라는 것이다.
봄시즌 맞아 설치 의뢰가 많아 제품 당
기사 한 명 배치가 기본이란다.
(가구도 비수기를 따져보고 구입해야 하나)
몇 시간 뒤… 집안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젊은 기사분의 고군분투 소리가 안타깝게 이어졌다.
신제품이라 설치경험이 적은지 전화로 뭔가 안된다는 이야기가 오갔고, 붙박이를 위해 필요한 목공작업도 이웃들 눈치가 보일 정도로 윙~윙 반복적인 소음을
유발했다.
오후 아이들 하교시간이 되자
앞집, 옆집 아이들이 이사 왔냐며 우리 집을 오가고
주방공사 하냐며 경계하는 이웃들의 눈총도
살펴야 했다. 엘리베이터가 하나인 탓에 부품 옮기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었다.
점심은 건너뛴다는 기사분의 말씀에
나도 견뎌보려 했지만 나까지 굶을 필요 있을까란
생각에 기사분 휴식시간을 활용해
컵라면 하나를 끍여 혹시 작은방에서 후루룩
끼니만 때웠다.
하루 해가 저물고 조립의 끝이 보이자 여유를 찾은
기사님에게 우유와 김밥을 건네어드렸다.
설치는 기사분이 했는데 나 역시 진이 빠지는
하루였다.
옷장 설치 후 다음날부터 모든 옷과 소품들을 꺼내
보조옷장 수납박스까지 주문해 정리에 나섰다.
며칠 동안 앉았다 일어나고, 짐을 옮기다 보니
심한 운동이라도 한 듯 온몸이 쑤실 정도가 되자
정리의 끝이 보였다.
그래도 칸칸이 열 맞춰 정리된 옷들과
한눈에 보이는 걸이형 옷들을 보면
무리하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이사 갈 때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당분간 옷쇼핑은 금지해야겠단 마음도 가져보며
(정말? 믿지 못하는 남편 반응이 기우이길)
다음 정리구역은 좀 수월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