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지구가 들려주는 판타지' 선사 인류의 발자취(3)

(영화 알파) '늑대와의 동맹' S급 원딜러가 C급 근캐 이기는 법

by 꿈꾸는인형

# 발업 안된 질럿은 마린한테 털린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곳곳을 헤집고 다닐 때, 유럽과 중동엔 네안데르탈인이 번성하고 있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제3의 침팬지’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50만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를 조상으로 뒀다. 그 기원은 13만 년 전까지 올라간다지만 대부분은 7만 년 전의 흔적이며, 멸종은 대략 4만 년 즈음으로,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만난 이후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한때 초기 인류와 공존한 바 있는 이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두 가지 이론을 소개했다. ▲두 종이 서로 몸을 섞었다는 교배이론과 ▲초기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학살(때론 사냥)했다는 교체이론. 예전엔 교체이론이 상식이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2010년 네안데르탈인 게놈지도가 확정되어, 현생인류와 비교해 볼 수 있었는데, 그 결과 우리네 DNA의 1~4%가 네안데르탈인의 것으로 밝혀졌다.



팻 시프먼의 ‘침입종 인간’은 그 1~4%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의 DNA는 특정 구역에 몰려있는데, 그 구역은 피부, 손톱, 머리카락 등에 영향을 미치는 케라틴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이것은 ▲추운 지역에 인류보다 빨리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왔을 것이고, ▲상처 치유에도 영향을 미쳐 네안데르탈인이 근접 싸움꾼으로 활약케 했을 것이다.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네안데르탈인의 DNA는 크론병, 흡연중독, 제2형 당뇨 등의 요인으로 질병, 행동장애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남자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고환’에 영향 주는 유전자는 일절 없었는데, 2016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 아빠의 Y염색체는 현생인류 엄마의 유산을 촉진케 했다. 사실상 네안데르탈인 DNA는 딸을 통해서만 이어올 수 있었던 셈.



다만,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관계는 어디까지나 교배와 교체가 뒤섞였다고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DNA의 1~4%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서 교배가 아주 왕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그러면 이제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간다. 과연 4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교체이론처럼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학살한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우선 네안데르탈인에 대해 살펴보자. 팻 시프먼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유감스럽게도 폐급 근거리 딜러였다. 현생인류에 비해, 단단한 근육질에 활동량이 좋아 근접박투에 나름 재능이 있었지만, 그래봤자 나무 타고 놀던 유인원의 후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라고, 나대봤자 호랑이 한입 식사일 뿐이다. 네안데르탈인 전문가 스티브 처칠은 네안데르탈인은 먹잇감 쟁탈전에서 거의 지는 쪽이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선천적인 체급으로 쌈박질에서 털린다면, 비겁할지언정 도구라도 왕창 써야 할 텐데, 네안데르탈인은 그런 발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활과 투창 등 원거리 무기를 적극 사용했던 현생인류와는 달리, 초보적인 주먹도끼나 쓸 뿐이었다. 근캐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 결국 네안데르탈인의 사냥은 여러 명이 풀숲에 숨어있다가 덮쳐서 때려잡는 것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사냥 후 다가오는 사자 등을 격퇴하지 못해 빼앗기는 게 부지기수였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력도 떨어졌다. 네안데르탈의 활동시기엔 기후가 불안정하여 따뜻해졌다가 추워졌다를 반복하다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존 시어는 이 과정에서 삼림이 대폭 사라지고 그 자리를 초원이 채웠을 것이라 추측했는데, 이 말인즉슨, 근처 숲과 수풀에 숨어 덜떨어진 사냥스킬을 메꿨던 네안데르탈인이 더욱더 궁지에 몰리게 되었음을 뜻했다.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으면 허리띠라도 졸라매야 한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은 채식 또한 받아들였던 현생 인류와는 달리, 기존의 육식 위주 식단을 고수했다. 자신이 어디에 살건 그리고 기후가 어떻게 바뀌어 가건 육식을 고집했는데, 대사량이 월등했던 그들의 체질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겠다 싶더라도, 극한의 서바이벌에선 제약이 된다. 결국 혹한의 기후에서 현생인류는 살아남았는데, 네안데르탈인은 그러지 못했다.



마침 현생인류는 ‘지식의 나무’에 힘입어, 뼈바늘로 훨씬 따뜻한 옷을 지어 입었고 더 따뜻한 주거지를 향유하던 참이었다. 시베리아로까지 영역을 확장시킨 이 문화적 우월성은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혹한의 추위 속에 네안데르탈인들은 그저 고열량의 식단을 고수하기만 했지만, 현생인류는 이런저런 보완책으로 열손실을 막아 부실한 식단으로도 커버가 가능해졌던 것이다.



존 시어는 현생인류가 자신들이 발명한 원거리 무기 덕분에 상대적으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사냥하면서 에너지를 아꼈다고 주장했다. 만약 먹거리를 구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양이 네안데르탈인보다 적었다면, 현생인류는 남는 에너지를 번식이나 양육에 쏟아부어 인구 증가가 가능했을 것이다.
- 침입종 인간, 팻 시프먼



그냥 네안데르탈인은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가 영 좋지 않았다.



식단의 다변화, 의복의 개선 등 의식주의 전반에서 혁신을 이룬 현생인류였지만, 뭔가 임팩트 하나 업계 종사자들에게 제대로 남기겠다는 듯, 큰 거 한 방을 더 준비했는데 바로 ‘늑대와의 동맹’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늑대집단에서 교배해 낸 ‘늑대-개’와의 동맹인데, 이 아이가 늑대인지, 아니면 최초의 개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일단 개의 조상이 아니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



4만 ~ 3만 6,000년 전, 매머드 메가사이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매머드의 흔적이 대량으로 남아 있는 스팟을 말하는데, 이것은 고인류의 사냥기술이 한층 고도화되어, 본격적으로 매머드가 사냥당했음을 뜻했다. 그리고 이 즈음 인류가 늑대-개를 교배하는 데 성공했다는 DNA 분석이 나왔다. ‘원거리 딜러였던 현생인류의 공격력을 대폭 끌어올린 건 강력한 근접캐였던 늑대의 합류였다’라는, ‘침입종 인간’의 주장이 제기된 연유다.


영화 ‘알파’에서는 야생 늑대와 우연히 이루어진 교감을 시작으로 봤다마는, 어쨌든 그 끝이 ‘동맹’이었다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늑대와의 파티플레이는 단순히 대형 포유류를 사냥할 정도로의 인류의 역량이 높아졌다로 그치지 않는다. 늑대는 ▲사냥 이후 전리품을 챙길 수 있게 다른 맹수들로부터 시간을 벌어줬고, ▲모든 남성이 사냥을 나가 여성과 아이만 남은 주둔지를 지켜줬다. 보다 안전한 ‘거점 방어’가 가능해진 것이다.


늑대와의 동맹 하나로 현생인류의 삶 전반에 혁신이 일어났다. 이전보다 덜 뛰어다녀도 더 많은 먹거리를 얻을 수 있고, 그럼에도 이전보다 덜 위험하고 더 편안해졌다. 본격적으로 현생인류가 생태계 상위 포식자로 거듭나기 시작했음을, 이들이 더 맘 놓고 수를 불려 나가게 되는 근간이 마련되었음을 뜻했다. 대형 포유류도 쓸어버리는 판국에 무서울 게 뭐 있겠나.



이 ‘늑대와의 동맹’이 가능했던 이유로 ‘눈의 흰자위’가 거론된다. 현생인류의 흰자위는 돌연변이의 일종이었는데, 시선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했다. 시선으로 의사소통을 이뤄 사냥에 나섰던 늑대와 같이, 그 후손인 ‘늑대-개’도 시선에 민감했을 것이고, 어느 지점에서, 인류와 늑대-개 사이에 소통의 길이 열렸을 것이다. 그 결과, 늑대-개는 자신을 오래 쳐다보면 위협으로 받아들이던 늑대와는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부다페스트의 에외트뵈시 로란대 대학교의 아담 미클로시 연구팀은 개와 늑대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사회화된 늑대보다 개가 인간의 얼굴에 훨씬 더 주의를 기울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늑대는 사람의 시선을 잘 따라갔는데, 이는 인간과 의사소통하는 적응이 일어났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개는 인간의 얼굴을 보고 지시를 기다렸지만, 늑대는 그러지 않았다.
- 침입종 인간, 팻 시프먼



네안데르탈인은 이런 귀인, 아니 귀물(...)을 만나지 못했다. 시기상으로도 늑대-개((4만 ~ 3만 6천 년 전)가 나오기 전에, 네안데르탈인이 퇴장(4만 년 전)한 듯한데, 이런 거야 고고학적 증거만 나오면 언제건 뒤집힌다. 몬테 베르데, 괴베클리 테페를 보라. 그것보단 귀물이 와도 못 받아먹었을 거라는 게 설득력이 있다. 기술 발전도, 환경에 대한 유연함도 없는 애들 아니었는가. 어떤 지식의 계승·혁신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와의 생존경쟁에서 밀렸다. 서로 간의 교체(때론 사냥)도 있었을 것이고, 그 와중에 미미하긴 했지만 서로 간의 교배(음양합일)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점점 열악해져 가던 환경에 대해, 현생인류는 지식을 혁신해 가며 생존능력을 키워간 것과는 달리, 네안데르탈인은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늑대-개’의 현생인류 진영 합류가 네안데르탈인에게 결정적인 막타를 쳤을지 모를 일이다.


여담으로 지금은 주장에 가까운 ‘늑대와의 동맹’이 더 명확해지면, 늑대의 가축화는, ‘정주사회를 이룬 현생인류의 쓰레기장을 배회하다 개로 길들여졌다’라는 주장보다 한참 앞당겨 진다. 즉 ‘수렵채집 → 농업발견 → 정주사회 → 종교형성’에서 ‘정주사회’가 아닌 ‘수렵채집’에서 이뤄진 것이다. 종교형성도 그렇고, 수렵채집인은 알고 보니 ‘힘숨찐’(힘을 숨기고 있는 찐따. 겉으로는 찐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4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