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정시키는 Stimming
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 그게 자기 파괴적이 아니라 그냥 소소하게 쇼핑을 한다던가 커피를 마신다던가, 그림을 그린다던가 운동을 한다던가 하는 일상에 녹아드는 Stimming이라면 얼마든지 하자. 그렇게 해서 너의 두뇌가 조금이나마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그리고 안정감을 찾아 다시 그 힘으로 당신의 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 안정될 수 있다면.
세상은 참 신경다양성자에게 잔인하다. 다리를 떠는 것부터 시작해서 입을 오물 거리거나 손바닥을 조용히 두들기는 것조차 '예의 없는' 행동이라며 규율하고 다스리려 한다.
물론 나 역시 상황에 따라 예의를 갖춰 행동거지를 지켜야 한다는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이 예의와 관습, 관행, 절차와 법규라는 게 때로는 '그것이 가능한' 신경전형자들의 기준으로 갖춰졌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자기 자신을 죽여가며 얽매이는 것이 거시적으로 봤을 때 얼마나 이로울까?
물론 이건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관에 있을 땐 다른 이의 시청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핸드폰을 끄는 것은 당연하듯이.
신경다양성자에게 처해지는 잔혹한 현실은 손바닥을 치고 가끔 노래 부르고 싶은데 영화관에 있어서 하면 안 되는 상황이 아니다. 손바닥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과한 신경자극을 완화시키는 동작이나 행동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나 장소'에 강제로 붙들어 매어놓고 그들을 안정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에 있다. 이 두 차이를 잘 알아야 한다.
9시부터 5시까지 꾸준히 앉아 일을 해서 완수하나, 10시에 초집중해서 1시에 80프로를 끝내 놓고 번아웃된 뇌를 잠시 안정시키러 운동이나 산책을 하러 나가서 3시에 돌아와 5시까지 다시 초집중해서 마무리하나 결과물은 같다. 하지만 후자는 회사 내 뺀질이, 근무시간 준수 어김 등으로 불이익을 받는다. 신경다양성자의 집중력과 감정 및 자율신경 조절은 완만하지 않다.
그래서 신경다양성자들은 '영감이 온(이른바 신내림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시점을 기민하게 캐치해 그 순간 흐름을 타고 미친 듯이 후려내며 일을 처리하고 휴식시간을 가져야 결국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데 정량적인 노동량은 분명 같음에도 왜 근무태도나 사회행동에서 또라이 취급을 받는지는 모를 일이다.
사실 퍼포먼스를 체크하고 결과값을 잘 추려내는 건.. 내가 보기엔 그냥 관리자가 프로젝트 매니징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 개념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관리자는 정말 많다. 제발 JIRA나 ASANA를 도입했으면 KPI나 목표설정, 워크플로우 업데이트나 체크 좀 해라. 그러면서 내 근무태도를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말로만 AGILE이야 맨날)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Pent-up된 오감자극을 견디지 못해 내적으로 멘붕하고 있는 당신, 정말 그 인내와 고통에 동감한다. 걸음 걸이가 좀 방정 맞으면 어떤가. 노래를 흥얼 거리고 싶음 어떤가. 무릎을 드럼치듯 두드리며 잠시 심박수를 안정시키면 또 어떠한가.
정 옆 사람과 마찰이 심하면 하다못해 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다녀올 수 있게 요청하자. 물론 쉽지는 않다. 밥줄이 명줄이라고, 그런식으로 하나하나 찍어대는 한국사회(호주나 미국에서도 물론 비슷한 걸 겪지만 유독 한국이 심하다곤 느낀다.)가 오죽 괴롭겠는가.
신경전형자들 기준으로만 구성된 사회규율에 신경과 정신줄이 갈려나가는 걸 오늘도 잘 버틴 당신, 하다못해 당신 자신만큼은 먹는 것, 입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나를 살아 있게 해주는 모든 활력과 감동을 주는 행위들에 규제를 걸지 말고 하고 싶은것이 있으면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그림이든, 운동이든, 산책이든, 노래부르기든, 춤추기든. 잘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장인이 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살려고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살려고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얼마나 치열한 생존투쟁인지 이 글을 읽고 있으면서 이해가 된다면, 당장 밖에 나가서 걷고 싶다면-한번 걍 걷고 와라. 가뜩이나 만사가 내 맘대로, 정신대로 몸이 안 움직여 슬픈 우리들, 하다못해 몸에서 제발 자유롭게 해달라 신호를 보내는 stimming이라도 들어주자.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순 없다고 읖조리는 사람들 말은 무시해라. 그 사람들은 그렇게 안 살아도 살아지니까 그러는 것이다. 당신은 불이다. 당신은 활활 타오르는 밝은 등불이다. 그 불은 때론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화재를 일으키지만 그 속에 다시 혼돈과 파괴 이후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나의 신경다양성을 바로 그 활력과 변화가 넘치는 역동성이라 여기자. 오늘도 살아 남아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