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는 평생을 빛을 그리고 싶어한 화가였다. 내가 그처럼 빛을 그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왠지 빛을 언어로 그리고 싶어졌다.
노인들이 놀이터 정자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하염없이 뭘 그리고 있는 것일까. 할머니들의 눈에도 저 태양이 고개를 수그리는 모습이 보일까. 깊게 굴곡을 이루며 그림자가 닿지 않는 곳을 찾아서 손을 뻗고 온기를 전달하는 태양의 미소가 보일까. 작고 주름진 눈가에 태양이 닿으면 따스하고 맑은 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까. 세상에 갓 태어나서 모든 게 신기하게 보였던 때가 그리워질까. 태양이 손을 내밀 때, 그 잡을 수 없는 손을 온몸으로 받아 따뜻해지는 걸 그들도 사랑하고 있을까.
삶이 저물어 간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면서 그 속으로 들어갈 생각에 설레는 대신 두려움이 가득해지는 걸까. 저 태양의 파도가 이토록 너울거리는데, 어째서 그 안에서 춤을 추지 않을까. 우리가 태양의 빛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태양은 먼지와 같은 친구를 많이 데리고 있다. 빛 사이에서 나풀거리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하얗게 반짝이는 모습에 눈을 감게 된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빛 줄기가 어디에나 있다. 눈을 뜨고 있어도 생명이 보이고, 눈을 감고 있어도 숨이 들어온다. 이 빛이 가득한 세상에 어떻게 감동 받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내 작은 손이 점차 커지고, 굵어진다. 그만큼 많은 기억들을 생성하고 기록하고 느껴왔다. 내 손에 닿았던 태양의 연주를 기억한다. 아무런 음표가 없어도, 태양은 노래할 수가 있다. 태양의 노래는 눈을 감으면 들을 수 있고, 귀를 막아도 느낄 수 있다. 태양은 바라보는 것으로 노래한다. 지긋이 시선을 보내면서 아주 찬란하게 음악을 자아내고, 그 음악이 손길에 닿는 느낌이 시원하고 청량하다. 이 음악은 특히 여름에 강해지는데, 선율이 초록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신록이 한창 열기를 뿜고 있으면 태양의 언어는 더욱 화려해지고, 이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따라올 수 있는 게 아니다. 온 세상이 합주를 하고 그 와중에 태양은 꿈뻑 꿈을 꾸고 있다.
태양의 꿈은 그 어느 것보다도 강렬하지만, 스러질 듯이 연약하다. 눈이 부시다는 점에서는 강렬하지만 잡을 수가 없고 그려볼 수도 없기 때문에 한없이 소박하다. 태양이 꿈을 꿀 때는, 눈물이 나온다. 내 눈에서도 나오고, 잎사귀에서도 나오고, 하늘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그러나 이 눈물은 솜털보다도 연약하고 가벼워서 눈에 보이지도 않고 무게도 없고, 그러다가 이 세상을 가득 채울 듯이 부풀어 올랐다가 사라진다.
이 세상 모든 곳에 태양이 이토록 손을 뻗어내고 있는데, 어떻게 내 마음에는 이렇게 어둡고 구석진 것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그림자는 이렇게 짙은데, 한 번만 태양을 바라보면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인데 말이다. 태양은 말이 없이, 나를 위로해줄 수 있어서 내가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 태양이 있는 자리로, 끝이 없는 그 세상으로 아주 천천히 다가가면 나는 사라질 듯이 빛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