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은각사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긴 시간을 걸었다. 걷는 길에 다리 아래로 물이 흐르는 곳을 발견했다. 깊지는 않은 물길은 햇빛에 반사되어 많은 빛을 만들어냈다. 물 아래 갈색 땅에까지 햇빛이 침투했고, 나무가 그림자로 가리는 부분만 얼룩덜룩했다. 물을 보기만 한 것으로도 조금 시원해졌다. 버스 타러 간 곳에서 원데이 패스권으로 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긴 거리를 되돌아왔다.
다행히 버스 한 대를 찾아서 철학의 길로 들어왔다. 철학의 길에는 카페와 장식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어떤 카페를 발견했는데, 하얀 벽에 낙서 그림과 coffee, bread, book and you라는 멋들어지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책 한 귀퉁이를 그대로 벽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감성적이었다.
초록 물길이 가운데로 흘러가고, 그 위에 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세원이가 물길 반대편에서 걸어가서 사진을 찍어줬다.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을 따라 가서 은각사에 도착했다. 은각사에 들어가니 정돈되고 고요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진을 찍다가 잠시 내려놓고 감상에 집중했다. 그렇게 하니 더 여유롭고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돌로 된 커다란 구조물이 있는 곳이 있고, 모래를 길게 펼쳐 놓아 여러 선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다. 아마 이곳에 설치한 예술 작품인가 싶었다. 일본 신사의 색은 짙은 고동색이었고, 은각사에서 걷는 길은 전반적으로 시원했다. 처음 들어보는 희한한 새소리가 온 공간을 울리는 숲도 나왔다. 정글에 들어온 것 같았다. 새소리를 듣다가 위로 올라갔더니 나무가 많았다. 한눈에 사원이 내려보이는 공간이 나오고, 내려오는 길에도 크고 길쭉한 나무들이 가득차 있었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가게를 지나서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잠깐 내려서 타꼬야끼를 샀다. 타꼬야끼에 가쓰오부시가 올려져 있지 않은 것은 나중에 발견했다. 아마 그것도 추가해야 했나보다. 편의점에서 나는 치즈를 사고, 세원이는 푸딩, 엄마는 맥주를 구매했다. 숙소로 와서 세원이가 체크인을 하는데 직원들이 영어를 아예 못해서 번역기로 소통해야 했다.
유카타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이미 사람들이 다 가져가서 입어볼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숙소에 올라갔는데, 나무로 지어진 일본 전통적인 방이었다. 침대 세 개는 하도 넓어서 온 몸을 쭉 펼쳐도 남아 돌고, 뒹굴뒹굴 거려도 떨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엄마가 침대가 넓으니 정말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이라고, 참 좋다고 하셨다. 우리는 타꼬야끼를 먹었는데 밀가루 맛이 많이 났고 짭쪼름하고 문어는 작았다. 구운 밀가루 덩이 같았다. 까망베르 치즈도 밋밋했다.
식사를 하고 온천을 하러 내려갔다. 가는 길에 마사지가 만원인 줄 알고 확인했더니 마사지를 40분 넘게 받으면 만원 할인해준다는 것뿐이었다. 프라이빗 온천은 밖이랑 통해 있는 것 같았다. 공기가 시원하게 오갔다. 대중 목욕탕까지 엄마와 세원이는 큰 수건만 두르고 이동했다. 엄마가 유럽에서는 다 이렇게 입고 간다고 했는데 나는 황당해서 옷을 입고 나갔다. 아이와 함께 있던 일본인이 엄마와 세원이를 보고 놀란 듯이, 에 한 걸로 봐서 역시 아닌 것 같았다.
대중 목욕탕은 좀 더 넓게 트여 있었다. 야외 온천도 있었다. 검은 돌이 벽을 이루고 대나무나 장식용 돌로 멋들어지게 꾸며져 있었다. 대나무로 되어 있는 일본식 1인 욕탕도 있어서 누워 있었더니 피로가 풀렸다. 물 속에 있는 대나무에서 은은한 향이 났다. 온천을 나와서 무료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안마의자를 이용했다. 처음에는 아팠는데 나중에는 시원해졌다. 등과 허리 부분을 동그란 것을 눌러줄 때 긴장이 풀어졌다. 다른 사람들이 기다릴까봐 나는 그 정도 하고 나왔는데 세원이는 너무 시원했는지 한참을 앉아 있었다.
휴식 공간이 있어서 가 보니 아이스크림이 무료로 제공되었다. 나는 네 개를 먹었다. 복분자맛, 신 과일맛, 우유맛이 있었고 착향료 맛 없이 깔끔했다. 더 먹고 싶었는데 세원이와 엄마가 그만 먹으라고 했다. 방으로 올라갔다가 저녁에 제공되는 라멘을 받아 먹었다. 국수 비슷한 것이었는데 면이 쫄깃했다. 대량 생산된 면이었는데도 맛있었다. 국물에 해초, 대파, 부드러운 대나무 비슷한 것이 들어가서 시원했다. 세원이가 방으로 올라가면서 돈 많이 벌고 싶다고,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2023년 7월 30일 일요일 마지막날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츠케멘 집에만 들렀다. 면과 국물을 분리해서 소스에 찍어먹는 츠케멘이 시그니처 메뉴였지만, 나와 엄마는 니쿠미소 라멘을 주문했다. 굉장히 짰다. 양념된 고기도 맛이 너무 강했다. 세원이는 츠케멘이 너무 맛있다고 했다. 우리도 그렇게 시킬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 와서 짐 무게를 달고 한참을 기다리다가 비행기를 타러 올라가려 했다. 그때 엄마가 세원이보고 언니 예쁘다고 찍으라고 했다. 나는 며칠간 많이 먹어서 살도 쪘고 안경도 쓰고 있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울긋불긋하고 넓게 트여 있는 공항의 하늘을 배경으로 찍힌 내 모습은 상당히 멋있었다. 하늘의 먼 자리는 연두색이었고, 연한 빛이 깔려 있는 비행기를 배경으로 나는 자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엄마가 세원이를 찍으라고 하지 않고, 나를 찍으라고 하신 것에서 왠지 엄마가 나를 아끼는 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세원이를 더 좋아하고 믿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 순간에는 내 모습을 더 남기려 하셨다.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구름은 새파란 하늘과 달리 어떤 부분은 어둡기까지 했다. 이 여행 마지막 길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구름을 보며 무럭무럭 자라나는 기억들을 정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