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9일 토요일 셋째날
꿈 없이 9시까지 잔 후에 10시에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세원이가 해외 봉사에서 먹었던 것보다 맛이 좋다고 했다. 짐을 챙기고 나와서 마지막 날에 머물기로 한 료칸으로 이동했다. 료칸은 일본식으로 여관을 말한 것이지만, 우리가 머문 호텔보다 좋은 곳이었다. 온천도 이용할 수 있었고, 숙박료는 호텔의 이틀치 가격보다 비쌌다. 얼마나 좋은지 아직은 알 수 없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맡기고 교토역까지 걸어갔다. 더운 날이라서 가는 길이 길었다. 다른 외국인들도 캐리어를 끌고 걸어갔다. 장식이 들어간 10만원 짜리 벤치를 파는 가게를 보면서 세원이가 엄마에게 공공장소에 있는 벤치도 다 나라에서 돈을 주고 사는 것이냐고 물었다. 당연하다고 대답하셨다.
교토역에서 버스 원데이 패스권 3개를 사고 니넨자카로 향했다. 역에서 내려 산넨자카를 따라 먼저 올라갔다. 좁은 골목길로 자동차가 올라갔다. 사람도 빽빽하게 길을 채우고 있어서 올라가는 게 쉽지는 않았다. 좀 더 높이 올라가니 차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녹차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를 보고 세원이가 사달라고 했다. 나는 비싸서 고민하다가 잠시 후에 사보자고 했다. 화과자 파는 가게 기념품 가게, 도자기 가게가 이어졌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손수건이나 말린 꽃이 들어간 귀걸이, 원석을 팔았다. 엄마는 목걸이 줄에 달 유리 공예품 두 개를 구매하셨다.
다시 녹차 아이스크림 가게가 나와서 세원이에게 사주었다. 굵게 말려 있는 녹차 아이스크림은 만화에 나오는 예쁜 똥 모양이었다. 세원이를 놀리다가 엄마와 나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녹차를 구매했다. 더운 날이어서 목이 말랐다. 녹차를 마셔보니까 하나도 달지 않았다. 몸에 더 좋을 것 같아서 설탕을 넣지 않은 걸 골랐는데 쓰기만 하고 차가운 녹차물이었다. 그래도 아주 진하게 우린 것이었고, 짙은 초록색이어서 풀을 마시는 것 같았다.
우리는 청수사에 도착했다. 다홍색 기둥과 지붕 사이로 하늘이 보였고, 뚫려 있는 공간으로 교토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높은 빌딩은 없고 낮고 갈색인 지붕들이 시내를 차지했다. 청수사 기둥에는 전통무늬가 그려졌고, 코끼리 장식 등이 있었다. 창살에는 초록색도 있고, 벽은 흰색이었다. 색을 입히지 않은 사찰도 있었다. 흑갈색의 나무로 된 건물에도 복잡하게 얽힌 천장 장식이 있었다. 나무를 얽혀서 천장을 받쳐 놓아서, 저렇게 하면 튼튼한 건가 싶었다. 끄트머리에만 구름 모양의 흰 채색이 들어갔다. 나무 문의 모서리에는 구멍이 뚫려 있고, 휘어지는 모양이 들어간 철제 장식도 달렸다. 경칩은 쇠로 되어 있었고, 흰 창호지가 창살에 발라졌다. 청수사에서 나가는 길에 연못이 있었고 그 위로는 돌로 지어진 다리가 있었다. 물들지 않은 단풍나무가 잎사귀를 드리웠고, 그 너머로 소나무가 가득 메웠다. 물가에도 큰 풀이 자라고, 돌탑 두개 사이로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한 사원이 보였다.
니넨자카 거리로 내려왔다. 가게 직원이 밥에 빨갛게 조미료를 올린 것을 시식해 보라고 내밀었다. 김가루 맛이 났다. 이 거리에서 넘어지면 안된다는 속설을 들은 적이 있어 조심해서 내려왔다. 버스를 타고 가려다가 세원이가 발이 샌들에 쓸려서 아프다고 해서 양말을 사기 위해 기온 거리를 돌았다. 약국에 들러 방수 밴드를 사고 큰 마트에서 곤약젤리와 양말을 샀다. 엄마가 발파스를 많이 담다가, 오늘은 여행해야 하니 내일 사는 게 낫겠다는 세원이의 말에 내려놓았다.
밖으로 나와서 더운 날에 빙수를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2층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일본 청춘 영화에 나올 것처럼 아기자기한 카페였다. 그렇지만 빙수 가격이 비쌌고 빙수에 추가로 음료까지 개인별로 주문해야 한다고 해서 가격이 부담이라 그냥 나왔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오이를 많이 먹고 있었는데, 세원이도 궁금했는지 하나 샀다. 나는 뭔가 새롭고 대단한 것인가 했는데 짭짤한 맛이 나는 오이였다. 황당하기도 했고 맛도 없어서 세원이도 실망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