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시야마로 가는 길목으로 들어섰더니 대나무숲이 나왔다. 나이가 많이 들었는지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대나무는 굉장히 굵고 키가 컸다. 처음 보는 두께에 놀라웠다. 대지의 힘을 다 뽑아버릴 것 같았다. 길은 어두웠다. 하늘을 가리는 대나무숲 사이를 인력거꾼들이 지나갔다. 가볍고 날랜 걸음이었다. 사람을 태우고도 나는 듯이 뛰어갔다. 붉은 토리를 지나서 기찻길이 한번 더 나왔다. 기찻길 양 옆으로는 자갈이 가득했다. 교통을 통제하는 막대기도 보였다. 그 뒤로 어두운 숲길이 있었는데, 길 전체를 동굴처럼 나뭇잎과 덩굴이 감쌌다. 다른 세계로 향하는 터널 같았다.
아라시야마가 가까워졌다. 강바람이 불어왔다. 마침내 낮은 산의 그림자가 물 위에 그대로 놓이고, 하늘과 구름도 물결치는 아라시야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가에는 키가 낮은 풀이 수북하고, 나무로 지은 다리가 강을 가로질렀다. 그 다리 위로 사람과 버스가 지나다녔다. 사람이 많은데도 한적했다. 강에서 선선하게 일어나는 바람이 모든 사람을 품어줄 정도로 여유로웠다. 다리 위로 올라가 보니 산이 앞을 가리고 강물이 더 짙어 보였다. 하늘에는 노란색 구름이 띠처럼 둘렸고, 반대편으로는 파란 구름이 허공을 길게 채우고 있었다. 가운데에서 우뚝 솟아오른 구름이 웅장했다. 구름의 향기로운 색이 퍼지고 부딪치며 다양하게 파래졌다. 아라시야마의 강에서 흘러나오는 바람도 피부에 닿아 마음을 상쾌하게 했다.
아라시야마에서 여유를 즐기다가 버스를 타고 마을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할 때가 되었다. 아까 눈여겨 보았던 초밥집에 들어갔다. 예약 손님만 받는 눈치였지만 주인 할아버지는 테이블에 우리 가족을 앉게 해주셨다. 초밥 두 접시와 초밥 덮밥을 주문했다. 찬물과 따뜻한 녹차를 주셨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는 초밥을 만드는 모습이 보였다. 할아버지와 젊은 아들이 만들고 있었다. 가업을 이어가는가 보다. 시선을 자연스럽게 두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할아버지가 온 몸을 이용해서 생선살을 발라내는 모습이 보였다. 칼을 견고하게 쥐고 시원하고 부드럽게 팔에 몸의 힘을 실어 미끄러지듯 생선을 손질한 것이다. 초밥 하나를 만들 때마다 할아버지는 정성을 다해 천천히 움직이셨다. 옆에 있는 아들은 묵묵히 아버지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초밥은 한참이 지나서, 기다림에 익숙해지고서야 나왔다. 초밥을 만든 아들이 조리실에서 나와 인사하며 테이블에 초밥 두 접시와 덮밥을 올려주었다. 초밥을 담고 있는 도자기 그릇에는 나무와 풀의 문양이 그려졌다. 우리가 먹을 준비를 하자, 할아버지가 지긋이 고개를 끄덕였다. 느긋한 정성이 담긴 음식이었다.
처음 초밥 하나를 입에 넣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따스한 온기였다. 생선의 살은 윤기나는 바닷물의 흐름을 머금고 있는 듯 품위가 있었다. 이는 흘러넘치듯, 적당한 힘으로 붙어 있는 밥알 마다의 온도로 이어졌다. 사람이 만들어낸 정성이 입 속에서 아라시야마의 구름으로 피어난 듯 풍부하고 진하게 녹아내렸다. 살살 녹는 생선의 고급스러움과 알맞은 간, 밥의 쫀득함으로 이어지는 초밥 전체의 풍미가 놀랍도록 풍요롭고 다채로웠다. 고급 초밥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밥의 전체 매듬새까지 정갈했다. 우리는 가장 귀한 어머니의 손맛을 뛰어넘는 솜씨라며 극찬했다. 예술작품을 먹는 마음으로 천천히 음미했다. 초밥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본 기행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며 꿈에 부풀었다. 새롭고 다양한 것을 알아보고 싶어졌다. 우리는 감사 인사를 하고 나왔는데, 주인 아들이 감사합니다, 라고 한국어로 말해 주었다. 밖으로 나와서 세원이가 엄지 손가락을 올리며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호텔 근처로 돌아왔더니 야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작게 만들어진 귀신의 집과 수영장이 보였다. 편의점에서 쇼핑도 했다. 수플레 푸딩과 치즈케이크, 크렘브륄레, 초코 에끌레르와 아이스크림을 샀다. 엄마는 어제 우동집에서 먹었던 삿포로 맥주도 구매하셨다. 호텔에서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파스를 붙이니 발로 피로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