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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방인 Dec 26. 2023

먹보의 해외살이

방구석 셰프가 되는 길


나는 진짜 요리에 관심이 없(었)고, 먹는 것만 좋아하는 foodie였다. 한국에 있을 때는, 요리 잘하는 엄마와 언니가 있으니 내가 요리를 하지 않고 말만 하면 음식이 뚝딱이 었다. 그리고 한국은 외식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는 데다 나름 맛집의 접근성이 좋은 곳에 살았다 보니 오히려 나가서 사 먹는 것이 효율적인 때도 있었다.


그런 내가 뉴질랜드에 오니, 가족들은 요리도 잘 못하는 애가 귀찮다고 사 먹지는 않을까, 귀찮다고 얘가 또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지 않을까 하고 고민을 했었다. 이곳에 와서 내가 느낀 나는 '한식'을 먹어야 하는 한국인이었다. 우선 한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1. 사 먹는다. 2. 해 먹는다. 나는 여기 올 당시에 학생비자로 왔고,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이라서 주의 생활비와 집세를 정해놓고 그 예산안에서 생활을 했었다. 한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뉴질랜드 달러로 최소 16불에서 기본 20불 혹은 그 이상을 지불해야 했다. 1달러에 800원이라고 계산하면 20달러면 16000원인 셈이다. 20불이라고 잡고 1주일에 1번 혹은 2번 밖에서 먹는다고 가정하면 외식비로 50불 지출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었다. 50불이면 마트에서 장 봐다가 해 먹어도 한 3-4일은 해결할 수 있는 돈이었기에 외식은 나에게 사치였다.

그러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해 먹는다'였다. 처음에는 요리를 별로 하지 않았기에 '끼니는 때운다' 정도로 식사를 해결하였다. 하지만 나는 '먹는 즐거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는 정말 한정적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먹는 즐거움'을 즐기는 사람이기에 먹고 싶은 음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엄마는 한국에 계시니 전화를 통해서 말로 설명 들어도 요리 초보는 어려웠다. 또한, 이해가 쉽게되기위해서는 시청각 자료가 없으면 안 되기에 유튜브와 네이버를 통해 레시피를 검색해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설날과 추석은 뉴질랜드에선 그냥 보통의 날들 중 하나지만 기분을 내기 위해서 한국에서 먹는 것처럼 전을 부치고 잡채를 하고 고기를 구웠다. 크리스마스에는 같이 사는 동생들과 친구와 우리끼리 소소한 파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가족과 떨어져서 살기에 우리는 생일에 서로의 가족이 되어주어 생일 아침에는 미역국을 끓이고, 저녁에는 초를 불고 맛있는 저녁을 해서 먹었다. 그렇게 같이 사는 친구들과 만들어 먹고 주변의 친구들과 나눠먹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은 혼자 먹는 것보다 여럿이서 나눠 먹어야 더 즐거운 법이니까. 그리고 요즘은 하루를 열심히 산 나를 위해서 정말 간단한 식사일지라도 정갈하게 차린 한 끼를 스스로에게 대접하는 일을 좋아한다. 나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라고나 할까.  또한, 맛있는 것을 만들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일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이렇게 나는 조금씩 요리를 하면서 나만의 작은 방구석 셰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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