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하게 되면 한 편의 드라마를 찍게 된다.
특히 나 같은 사연 많은 여자의 드라마는 끝이 안 보이는 장편에 속한다.
그저 주인공이면서 조연이고, 스태프고, 심부름까지 다 한다.
사건은 뜬금포로 터지고,
대사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편집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안 되고…
그 와중에 나는 계속 ‘다음 화 미리 보기’ 없이 그냥 버티며 살아온 셈이다.
불리는 이름은 '협의 이혼'이지만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 싸우고 서로의 바닥을 보았으며
죽고 못살았던 내 배우자와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철천지 원수가 되었다.
사랑했던 연인에서 부부가 되었고 부모가 되었고 이제 다시 남이 되었다.
결혼은 서로의 인생을 묶어놓는 일이라더니,
이혼은 그 묶인 매듭을 하나하나 다시 풀어내는 과정이었다.
문제는 그 매듭이 생각보다 단단했다는 거다.
풀다 보면 눈물 한 번, 짜증 두 번,
고개 절레절레 세 번은 기본인 '협의 이혼 절차'.
어떤 매듭은 “이건 누가 이렇게 꽉 묶어놨냐?” 싶을 정도로 악착같이 버티고,
어떤 매듭은 너무 쉽게 풀려서 허무하기도 했다.
그리고 매듭을 다 풀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서류 한 장, 도장 한 번, 확인 절차 몇 개…
생각보다 행정력이 많이 필요한 이별이었다.
감정보다는 서류가 더 주도권을 쥐고 있는 느낌?
그래도 결국은 다 풀렸다.
어설프게라도, 삐뚤빼뚤해도,
나는 다시 나 혼자의 이름으로 서 있는 중이다.
이제 나는 다시 ‘나’로 사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누군가의 아내였던 역할을 내려놓고,
누군가의 철천지 원수였던 장면도 지나 보내고,
내 이름 그대로 살아보는 연습.
미련도 원망도 화려한 연출도 없는,
그저 ‘나’라는 사람의 다음 회차 기록일 뿐이다.
앞으로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최소한 작가·감독·주연이 전부 ‘나’라서
엉뚱한 반전은 조금 줄어들 예정이고,
갑자기 난입하는 빌런도 없을 예정이다.
비록 예고편은 없지만,
주연인 내가 열심히 살아보며 써 내려가려 한다.
내 인생 드라마,
언젠가는 시즌2에서 다른 장르로 갈아탈지도...
(연출·편집은 운명에게 맡기고…)
일단은, 오늘도 나는
무사히 하루를 마쳤다는 걸로 만족한다.
자, 다음 회차…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