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 아무도 모른다

26화- 실종

by 해금이


“쾅쾅쾅쾅!”


이른 아침부터 가게 셔터를 두드리는 소리에 불길함을 느낀 나는 옆에서 자고 있는 아빠를 흔들어 깨웠다. 하지만, 전날 과음을 한 탓에 아빠는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엄마를 깨웠다.


“엄마, 일어나. 누가 셔터 문 두드려.”

새벽부터 누고?”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은 엄마가 가게의 현관문을 열고 셔터를 올리기 전 바깥 쪽을 향해 물었다.


“누구십니까?”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연두 아빠입니다. 여쭤볼 게 있으니 문 좀 열어주십시오.”


새벽부터 가게 문을 두드리는 외간 남자의 목소리에 엄마는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냐 싶으면서도 쉽사리 셔터 문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다급한 연두 아빠의 목소리를 차마 외면할 수는 없었는지 나와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혹시라도, 연두 아빠가 엄한 짓 하거든 당장 뛰가 아빠 불러온나.”

“어.”


나의 대답을 확인한 엄마는 숨을 한 번 가다듬고 셔터 문을 스르륵 들어올렸다. 그러자, 우리 앞에는 핏기 없이 퀭한 얼굴의 연두 아빠가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아침부터 뭡니꺼?”

“우리 연두, 어제 저녁에 여기 오지 않았습니까?”


짜증스러운 엄마의 물음에 연두 아빠가 다급히 되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에 엄마는 당황했다. 부셔버린 간판 값을 물어내라고 새벽부터 사람을 못살게 구나 싶었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예상치 못한 용건에 엄마가 머뭇거리자, 연두 아빠가 부연설명을 하듯 빠르게 말했다.


“애가 어제 저녁 집에 안 들어왔습니다. 이 동네에서 연두가 갈 곳은 다 찾아봤습니다. 혹시, 연두가 어제 저녁에 진희 만나러 여기 오지 않았습니까?”


불편한 사이지만, 자식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차마 외면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이었다.


“어제 저녁에 잠깐 왔어요. 우리 진희랑 놀자고 온 것 같은데 날도 춥고 너무 늦어서 애 아빠가 안 된다고 그냥 보냈어요.

“몇 시쯤 왔습니까?”

“몇 시더라?”


엄마가 눈살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는 사이, 내가 먼저 나서서 말했다.


“저녁 8시 조금 넘어서 왔어요. 주말 연속극 시작하는 중에 밥 먹으려고 했으니까 그때가 맞아요.”

“아, 그래? 그럼, 우리 연두 어디로 갔는지 혹시 아니?”

“그건… 모르겠어요.”

“그래. 고맙다. 진희야.”


백지장 같은 얼굴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아저씨는 몸을 돌려 힘겹게 연두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뽀득, 뽀득, 뽀득.”


아저씨가 걸을 대마다 들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가게 앞의 쓰레기도, 건물 입구 주변에 새워진 미싱 원단들도, 포장한 지 오래 되어 금이 간 도로도 하얀 눈에 뒤덮여 보이지 않았다. 추한 것들을 가린 동네는 아름다웠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1989년 12월 25일. 공식적으로, 연두는 실종되었다.


“연두야! 연두 어디 있니!”


눈으로 뒤덮인 세상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 연두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문득,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얼른 방으로 들어가 옷을 입고 나왔다. 장갑을 끼고 목도리를 여미는 중간에, 엄마가 윽박지르듯 말했다.


“이 새벽에 어디 나갈라 카노! 방금 아 잃어 버렸다는 소리 못 들었나!”

“그러니까 나도 나가서 찾아야지.”

“문디, 지랄한다. 니 뉴스에서 애들 유괴소식 못 들었나! 기집아가 어디 겁 없이 나 다닐라 카노. 꼼짝 말고 집에 있어라!”

“그래도…”

“스~읍!”


두 눈을 홉 뜬 엄마의 말을 거역하기란 쉽지 않았다. 만일, 엄마의 말을 거스른다면, 효자손이나 수건으로 두들겨 맞을 것이 뻔했다. 실종된 연두의 안위보다 당장의 내 안위가 중요했던 나는 다시 방으로 기어 들어갔다. 비겁한 친구였다. 나는.


이틀이 지나자, 경찰이 돌아다니며 수사를 시작했다. 우리 집은 물론 이웃한 모든 사람들이 탐문수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다, 첫 번째 용의자로 연두네 가게 근처 미싱 공장에서 일하는 아줌마 한 명이 경찰서에 불려갔다.


“아니, 나는 그냥 애가 키도 크고 예쁘길래 우리 공장 안에서 옷 한 번 입혀본 게 다예요.”

“그러니까, 왜 남의 애를 부모허락도 없이 데려가서 옷을 입혀 보냐고요!

“우리 공장에서 만든 옷이 애들 몸에 잘 맞나 안 맞나 입혀본 게 다라고요. 그런 다음에는 바로 집에 보냈다니까요? 주변에 일하는 다른 아줌마들한테 물어봐요. 내가 고맙다고 애한테 500원도 쥐어 줬는데? 유괴범? 말도 안 돼요!”


다음은 아빠였다.


“제가? 애를요? 내 아무리 그 집 아빠랑 사이가 안 좋아도 같이 딸 키우는 입장에서 애 가지고 장난 안 칩니다.”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까, 그 집 간판을 박살냈다고 하던데요?”

“경찰 선생님, 그거는 제가 술에 취해가지고 실수로…”

“청운각이 장사가 더 잘 되니까 화풀이로 그 집 애 한테 해꼬지 한 거 아닙니까?”

“무슨! 말도 안 됩니다. 저희 딸애랑 그 집 애가 친구입니다. 제가 딸을 걸고 맹세합니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런 짓을 합니까! 아! 그 뭐시기냐~! 그 날 밤 아리바이? 그것도 있습니다.”

“그 날 저녁에 뭐 하셨는데요?”

“그 애 가고 나서, 우리집 앞에 오락실 하는 양반이랑 저희 가게에서 술 한잔했습니다.”

“확인해 봅니다?”

“제발 그래 주십시오.”


다음은 혜영이 엄마였다.


“딸이 실종된 아이 친구라고 하던데… 혹시 그날 연두랑 놀지 않았답니까?”

“우리 애는 그 날 이 동네에 없었어요. 친언니가 봐 준다고 해서 그제… 인가? 이모네로 보냈다고요.”

“그럼, 연두가 실종된 날 저녁 뭐 하셨습니까?”

“하긴 뭘 해요? 장사하고 있었지. 크리스마스 이브 대목이었잖아요.”

“사람들 말이 그날 영업 안 했다던데? 대목인 날에 왜 가게를 안 열었습니까?

“어… 그러고 보니까, 제가 착각을 했네요. 크리스마스 이브랑 크리스마스 당일이랑 헷갈렸어요. 이브 날은 몸이 안 좋아서 쉬었고요.”

“아줌마! 지금 애가 없어졌어! 똑바로 말 안해요!?

“어머!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욧!”

“아줌마, 우리가 조사해서 아줌마가 거짓말한 거 하나라도 밝혀지면 바로 유치장행이야. 알아?

“…. 그게 사실은…”

“그날, 가게에 수상한 손님이 왔었던 거지? 왜, 그렇잖아? 술집이니까 이상한 놈들도 많이 드나들 거고….”

“그날, 가게 문 잠그고 애인이랑 같이 있었어요.”

“하! 애 아빠는?”

“그 놈팽이는 애저녁에 도망갔어요. 됐어요?”


다음은 오락실 가가멜이었다.


“여기 오락실에 동네 아이들 많이 온다고 하던데, 그 날, 연두 못 보셨습니까?”

“못 봤습니다. 연두는 저희 오락실 안 와요. 제가 이 동네 아이들은 거의 다 아는데 연두는 오락을 안 좋아하는지 처음에 한 두 번 오고 그 이후에는 출입을 안 했습니다.”

“그 날 저녁 만리장성 사장님이랑 같이 술 드셨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예, 한잔했습니다.”

“무슨 얘기하셨어요?

“그런 것까지 얘기해야 합니까?”

“진짜 만나서 술 한 잔 하셨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닐텐데요?”

“저희 형님이 이 빌딩에서 사업체를 하나 운영하고 계신데, 만리장성이 요즘 좀 어려우니까 손님 좀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웃사촌이기도 하고 사정이 딱해서 그러마 했습니다.”

“그런데, 얼굴이 왜 그 모양이에요? 누구랑 싸웠습니까? 아주 제대로 얻어 맞으셨네~?”

“아… 어제 집에 가는 길에 깡패랑 시비가 붙었어요. 다짜고짜 사람을 패더라고요.”


동네 어른들은 모이기만 하면 경찰들이 각 집을 돌아다니며 수사했던 내용들을 공유했다. 경찰 또한 수사했던 내용 중 일부를 부주의하게 혹은 탐문조사 중 전후 사항을 설명한다며 흘리곤 했다. 그 바람에 이웃들의 공공연한 비밀들이 모두 까발려졌다. 그 동안, 사람들은 미싱공장 아줌마가 길에 다니는 아무 아이나 붙잡아 부모허락도 없이 피팅 시키는 것을 눈감아 주었다. 하지만, 연두의 실종으로 사람들은 더 이상 이를 곱게 보지 않았다.


반면, 아빠가 오락실 괴물에게 했던 은밀한 손님 유치 로비는 일말의 동정을 받았다. 사람들은 얼마나 먹고 살기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은 동병상련을 느꼈다. 깊은 속사정까지는 몰라도, 아빠가 내 병원비를 대기 위해 이리저리 돈을 빌리고 다녔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청운각의 간판을 부순 범법행위 조차도 한 순간에 울분을 참지 못한 일탈행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모두가 짐작은 했지만, 사람들은 애 아빠가 수시로 해외 출장을 다녀서 바쁘다는 혜영이 엄마의 말이 거짓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또한, 경찰의 강압으로 혜영이 엄마의 알리바이가 밝혀지자, 동네 사람들은 혜영이 엄마를 문란한 여자라고 대놓고 손가락질했다. 혜영이 엄마를 향한 사람들의 경멸과 조롱 속에는 저급한 호기심 또한 깔려 있었는데, 그날 밤, 혜영이 엄마와 있었던 남자가 누구인지를 찾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주로, ‘깡통속의 촛불’에 자주 드나드는 남자들이 후보군에 올랐는데 어떤 사람은 영진 빌딩의 관리인이라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영진 빌딩의 건물주라고도 했다. 누가 되었든지 간에 혜영이 엄마를 감당하려면 돈이 많아야 했다. 때문에, 혜영이 엄마의 애인으로 오락실 아저씨의 형인 영진 빌딩 건물주가 유력하게 꼽혔다.


마지막으로, 오락실 가가멜. 사건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누가 오락실 가가멜의 얼굴을 그렇게 만들어 놨는지 궁금해했다. 누구도 강패에게 맞았다는 시답지 않은 변명을 믿지 않았다. 시퍼렇게 팅팅 불어버린 눈두덩이와 비뚤어진 코, 찢어진 입술은 웬만큼 얻어맞지 않고는 나오기 힘든 몽타주였다. 누군가는 치정에 휘말렸다고 했고, 누군가는 유산문제로 형과 주먹다짐을 했다고도 했다. 소문만 무성한 가가멜의 얼굴 상처는 한 동안 사람들의 좋은 안주거리가 되었다.


이후의 수사는 지지부진 했다. 경찰은 단순 가출일 수도 있다며 사건의 중요성을 축소시키려 했다. 안 되겠다 싶은 연두 아빠는 실종 전단지를 뿌리고 현수막을 제작해 동네 이곳저곳에 설치했다. 현상금은 무려 500만원. 그 때문인지 한 때 연두를 목격했다는 신고전화가 빗발쳤지만 실상은 모두 돈을 노린 허위 신고 전화였다. 심지어, 연두를 유괴했으니 돈을 내 놓으라는 협박전화도 있었지만, 범인을 잡고 보니 장난 전화였다.


동네 사람 누군가는 연두가 앵벌이 조직에서 구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누군가는 외딴 섬에 팔려가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고 했으며, 심지어는 윤락가에서 몸을 팔고 있다고도 했다. 사방에서 들리는 카더라 소식에 연두 부모님은 장사를 내팽개치고 연두를 찾으러 다녔다. 매년, 어린이 날이면 청량리 역으로 나가 전단지를 돌렸고, 심지어 588 골목 구석구석을 훑으며 어린 딸을 찾았다. 그렇게, 연두는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었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연두네 집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인산인해를 이루던 청운각 앞은 점점 손님들이 줄었고, 어느 순간 ‘임시휴업’이라는 팻말이 출입문에 나붙었다. 통통한 볼살이 귀엽고 까불이 같았던 연준이는 점점 살이 빠지더니 조용한 아이가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연두가 실종되던 날 연두네 집에서는 작은 사고가 있었다. 말썽꾸러기 연준이가 영진빌딩 주차장 램프에서 슈퍼맨 놀이를 하다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것이다. 연두 엄마는 연준이를 데리고 병원을 갔고, 연두 아빠는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가게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결국, 혼자 방치된 연두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실종되었다.


연두의 실종 이후, 우리 집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게를 접고 이사 가기로 한 계획은 보류되었고 만리장성은 다시 영업을 개시했다. 청운각이 문 닫는 날이 잦아지고 음식 맛이 변했다는 소문이 돌자 만리장성에 손님이 다시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다툼은 줄어들었고, 집안 살림이 윤택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TV를 바꾸었고, 다른 날은 가게 내부 테이블과 의자도 새것으로 바꾸었다. 그러다, 숨이 막힐 정도로 더운 어느 여름 날, 만리장성은 에어컨을 장만했다. 바깥의 쪄 죽을 것 같은 폭염 때문에 지옥을 경험하다가도,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천국에 입장한 것 같았다. 만리장성에서 천국의 맛을 본 사람들은 에어컨 구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동네에서, 만리장성 다음으로 에어컨을 설치한 곳은 영진빌딩이었다. 건물 전체에 에어컨을 설치한다며 며칠 간 인부들이 드나들었다. 지하 주차장 램프와 면하고 있는 빌딩의 창문들 틈에서 밧줄 같은 에어컨 배수관들이 내려와 바닥에 설치된 실외기와 연결되었다. 바닥에 놓인 실외기는 한 두대가 아니라서 공간이 부족했다. 결국, 동네 여자 아이들의 소꿉놀이 장소였던 비밀의 화원은 무참히 파헤쳐졌다.


이름모를 예쁜 꽃들과 관목들은 사라지고 차가운 시멘트가 그 자리를 메꾸었다. 시멘트 위에 자리잡은 에어컨 실외기는 낮이나 밤이나 더운 바람과 소음을 내뿜었다. 그래서인지, 동네 아이들은 더 이상 영진 빌딩을 찾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연두 아빠가 만리장성에 나타났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연두 아빠가 만리장성 주방으로 출근을 시작한 것이다. 영문을 몰라 의아했는데, 장사를 마친 그 날 저녁 내막을 알 수 있었다. 나와 동생을 다 재웠다고 생각한 부모님이 술잔을 기울이며 옆에서 하는 말을 엿들었다.


“아 찾느라 돈이 다 떨어졌는가봐요”

“이제 전단지 찍을 돈도 없다 카더라.”

“가게는 완전히 접었다 캅니까?”

“안 접고 우예 베기노?”

“암만 그래도 재수 없구로 그런 사람을 주방에 들이면 어떡합니꺼~!”

“같이 아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서로 도와야지. 그래도 진희 친구 아빤데.”

“하이고, 언제는 그 집 간판 때려 부스드만~!”

“고마, 입 안 닫나? 쯧!”

“…”


아빠의 윽박지름에 대화가 잠시 끊긴 후, 다시 부모님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연두 엄마가 쓰러졌다 카든데 맞십니꺼?”

“말도 마라. 요양원에 드갔다 카더라. 밥도 못 먹고, 제 정신이 아이라 카데. 얼마 전에는 손목도 그었다더라.

“…”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따금씩, 부모님의 한숨소리가 소주의 목넘김 뒤에 자연스레 흘러나와 나 또한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른들 모두 연두가 없어졌다고 했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언제라도, 짠 하고 나타나 배시시 웃으며 사람들을 놀래 킬 것 같았다. 나는 단지 연두가 숨바꼭질을 오래 한다고 생각했을 뿐, 분명히, 다시 나타날 거라 믿었다.


그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시간이 나면 연두와 함께 거닐던 한옥 주택가의 골목들을 샅샅이 뒤지기도 하고, 청운각 주변의 미싱공장들도 틈틈이 훑어보았다. 그럼에도, 연두는 보이지 않았고, 괜히 부아가 치밀어 연두를 원망하기도 했다. 희망과 절망을 반복하며 연두를 찾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갔다. 하지만, 진척 없는 수사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연두는 점차 잊혀졌고, 나 또한 서서히 연두를 지워버리고 있었다.


연두가 사라진 지 3년, 연두 아빠는 만리장성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딸이 다른 곳에 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한 연두 아빠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를 찾기로 결심한 것이다. 아빠는 그 동안 수고했다며 꽤 두툼한 봉투를 내밀었고, 연두 아빠는 동네를 떴다.


그렇게 만리장성과 청운각의 인연은 막을 내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 인물, 단체, 지명 및 장소는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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