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시선에 맞춰 살다가, 나를 잃어버린 적 있으신가요

언제부터 나는 '남들의 기준'으로 살기 시작했나

by 해결사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갔는데, 막상 그날 밤 혼자 있을 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그 묘한 공허함. "나 지금 기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가슴 어딘가가 텅 빈 느낌.

축하합니다. 당신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그리고 아마 꽤 많은 사람이 이 감각을 경험하고도 "다들 이렇게 사는 거겠지"라며 조용히 삼켰을 거예요.

저도 그랬습니다. 열심히 스펙 쌓고, 원하던 회사에 들어가고, SNS에 근사한 일상을 올리면서도 어느 순간 거울 속 사람이 낯설어지는 순간이 왔습니다. 저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는지 제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도대체 나는 언제부터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남들이 보기 좋은 것'을 선택하기 시작했을까요? 제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경험담을 토대로, 우리가 어떻게 나를 잃고 또 어떻게 되찾는지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비교는 생각보다 훨씬 일찍 시작된다

"옆집 애는 수학을 잘한다더라." 어릴 때 한 번쯤 들어보셨죠? 저는 꽤 자주 들었습니다. 처음엔 흘려들었는데, 그게 쌓이면 무섭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에 조용한 믿음 하나가 자리 잡거든요.

'잘 해야 인정받는다. 인정받아야 괜찮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생각보다 훨씬 오랫동안, 아주 조용하고 집요하게 제 선택들을 지배했습니다. 전공을 고를 때도, 취업 준비를 할 때도, 직장을 다닐 때도. 매번 저는 이렇게 물었거든요.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뭐지?"가 아니라 "이걸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를요.


SNS가 만들어낸 '완벽한 삶'이라는 함정

스마트폰이 손 안에 들어오고 나서 그 비교는 훨씬 정교해졌습니다. 누군가의 승진 소식, 해외여행 사진, 번듯한 아파트. 그것들이 전부 하이라이트 릴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가슴은 자꾸 그걸 '평균'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저의 평범한 월요일은 누군가의 눈부신 일요일 옆에서 늘 초라해 보였습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나

많은 분들이 번아웃을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는 것"으로 생각하시는데, 실제론 달랐습니다. 매일 아침 알람 소리가 조금씩 더 무겁게 들리는 것, 퇴근 후 소파에 누워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 주말에 쉬어도 월요일이 두려운 것. 그 작은 신호들을 저는 "다들 이렇게 사는 거지 뭐"라며 계속 무시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오후, 회사 화장실 거울 앞에 섰을 때였습니다. 거울 속 사람이 낯설었습니다. 피곤한 건 당연한데 그보다 더 이상한 건, 저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제가 전혀 모르겠다는 거였습니다. 그 순간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남들을 만족시키는 건 끝이 없더라고요. 열심히 하면 언젠간 인정받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정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갈망하게 됐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 잠깐 기분이 올라갔다가, 다음 날이면 또 불안해졌습니다. '이번에도 잘 해야 하는데.' 저도 모르는 새, 저는 남들의 기대를 채우는 기계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누군가의 기대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내가 되기를 멈추고 있었습니다.


나를 찾기 시작한 순간 —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주말, 특별한 계기도 없이 커피 한 잔 들고 창가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요즘 뭐가 좋더라?"

처음에는 아무 답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게 솔직히 더 무서웠어요. 좋아하는 게 없는 게 아니라,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않아서 뭘 좋아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는 상태였거든요.

그날부터 조금씩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했던 것들

SNS 알림을 껐습니다. 처음 이틀은 어색했고, 일주일이 지나니 생각보다 세상이 안 무너지더라고요.

아무도 모르는 카페에서 혼자 책을 읽었습니다. 누가 볼 것도 아닌데 왠지 뿌듯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노트를 하나 샀습니다. 그냥 그날 있었던 일, 기분, 생각을 끄적였습니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조금씩 '이게 좋다'는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는 걸 알았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지금도 완전히 '나다운 삶'을 살고 있지 않습니다. 여전히 상사 눈치를 보고, 가끔 SNS를 보며 초라해지고,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어느새 비교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가 달라졌습니다. 그럴 때 예전처럼 그냥 삼키지 않는다는 것. "아, 나 또 남들 시선 신경 쓰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연습을 합니다.

완벽하게 자유로워지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잠깐 길을 잃어도 돌아오는 방법을 아는 것 그게 제가 배운 전부입니다.


혹시 지금,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왠지 공허하다면.

그 감각이 어쩌면 당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잃어버린 나는 그렇게 멀리 있지 않습니다. 조금만 조용히, 나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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