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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차차 Oct 07. 2024

주짓수, MMA 여자가 한다고?

우연히 발견한 평생 취미, 주짓수와 MMA

나는 평소 헬스, 홈 트레이닝, 무작정 걷기 등 혼자 정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들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어가며 같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한다는 게 

한편으로는 떨리기도 하지만,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2년간 주짓수, MMA를 해온 나의 현재 대답은 

그 어느 운동보다 내가 즐거움을 느끼고 활력이 돈다는 것!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짓수 붐이라고 불릴 만큼 

주짓수가 아이들, 어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너도 나도 주짓수를 배우겠다고 도장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도 많고 

서로 도장을 차리겠다고 난리법석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주짓수를 알지 못했다. 물론 MMA라는 종목 자체에도 관심 없었다.

내가 주짓수를 접하게 된 이유는 아는 언니의 한마디였다. "유튜브 해볼래?" 

그 당시 아는 언니가 취미로 복싱을 다니고 있는 도장이 있었는데, 

그 도장 관장님께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셨고 마침 주짓수나 킥복싱을 접해보지 못하였으나 유튜브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여성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원래 유튜브나 SNS, 미디어 쪽에 관심이 많아 바로 콜을 외쳤고 며칠 뒤부터 찾아가 운동을 시작했다. 

(슬픈 스토리지만 이 유튜브는 3-4편까지밖에 세상밖에 나오지 못하고 

관장님의 집안 사업의 성공으로 인해 관장님의 부재가 커지며 급 마무리가 되었다.)

그렇게 내 주짓떼라 라이프가 시작이 되었다.


내 멘탈을 잡아주는 멘탈 지킴이
주짓수, MMA


2년 동안 주짓수, 킥복싱을 하면서 내 몸에 엄청난 변화들이 생겼다.

특히 제일 큰 변화는 몇 년 전만 해도

근력 11kg~12kg의 정말 숨만 쉴 수 있는 근력만 가진 왜소했던 내가 

이 운동을 통해 근력을 21kg까지 올릴 수 있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두세 달 만에 5kg나 먹고 싶은 것 다 먹고도 건강하게 감량했단 사실!

단순히 몸에만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정신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로 나는 자존심이 세고 평소 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과의 실력차이에 관한 자괴감을 많이 느꼈다.

주짓수 초반에 어느 아주머니분과 스파링을 하게 되었는데, 그분께서 초보인 나에게 자꾸 초크를 거셔서 분한 마음에 눈물이 났고 스파링 도중 도장 밖으로 뛰쳐나간 사건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코치님께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체력과 힘이 다르며 

각자 그 체력을 조금씩 키워나가면 됩니다."라고 말씀해 주신다. 

또 나 자신을 내려놓고 분해하지 않으며 여유롭게 해야 하는 운동이라고 내 멘탈을 잡아주셨다. 

두 번째로 매일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회사원인 나에게 퇴근 후 새로운 설렘을 만들어줬다.

운동할 때만큼은 다른 생각은 일절 하지 않게 되어 머리가 맑아졌고 집중도가 높아졌다.

또 코치님에게 배운 기술을 이용해 상대에게 탭을 받아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뿌듯함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주짓수의 띠? 그랄? 그게 뭔데?
알면 더 재미있는!
화이트 3 그랄 승급
화이트 4 그랄 승급

주짓수에는 태권도나 유도에서 메는 띠와 동일하게 

실력에 따라 화이트띠부터 유색띠를 가지게 된다.

주짓수 띠 색상으로는 화이트, 블루, 퍼플, 브라운, 블랙 이렇게 있는데,

각 한 색의 띠에서 최대 4개의 띠를 둘러야 다음 색 벨트로 넘어갈 수 있다. 

여기서 1번의 승급마다 띠의 검은색 부분에 주짓수용 테이프를 감으며 최대 4개까지 감을 수 있고 

이 띠를 그랄이라고 표현한다.

그랄은 브라질에서 포르투칼어로 grau(그라우)로 시작해 우리나라에서는 그랄로 표현하고 있다.

나는 화이트 4 그랄이며 사진은 3 그랄 승급, 4 그랄 승급 때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이 그랄, 띠 승급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

꾸준한 출석률은 물론이고 실력 또한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주짓수는 각 관장님과 코치님의 판단하에 이 사람의 역량을 보고 승급을 시켜주는 형식이라

무조건 승급에 초점을 맞춰 운동을 하기보다는 띠 승급은 부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도록 노력하는 것 또한 주짓수의 훈련인 것 같다.


주짓수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운동
주짓수의 준비 운동 중 레그 서클을 하고 있는 모습


체육관마다 운동 타임이나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우리 체육관은 월, 수, 금 주짓수 

화, 목, 금 킥복싱 또는 복싱 이렇게 두 가지 종목을 나눠 배울 수 있으며 

원하는 요일만 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주짓수는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앞서 준비운동을 꼭 하는데, 크게 구르기, 낙법 방법들과 애니멀워크라고 하는 동물의 자세를 따라한 준비운동들이 있다. 

처음에는 이 준비동작들만 다 해도 땀이 뻘뻘 나고 너무 힘들다. 

준비운동만 10가지가 넘어가고 이걸 도장 끝에서 끝까지 자세를 유지하며 왔다 갔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동물 자세를 따라 하다 보니 자세만 잡아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코치님께서는 주짓수에서 제일 중요한 게 준비운동이라고 할 만큼 준비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처음엔 어렵기도 하고 동작이 잘 안 되는 내 모습을 보며 가끔씩 현타가 올 때도 있지만 

나중에 가서는 오자마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준비운동부터 하게 되니 너무 큰 걱정은 필요가 없다. 

뭐든 꾸준하고 익숙해지는 것 그리고 열심히 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MMA, 그게 뭔데?

자 이제 MMA로 넘어가 보자!

일단 MMA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잠시 짚고 넘어가 보면

'종합격투기' 혹은 'MMA'라고 불리는 이 무술은 복싱, 킥복싱, 무에타이, 레슬링, 주짓수 등

단일 무술들을 들을 섞어 각각의 장점을 흡수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형태의 무술로써 

실전에서 가장 유용한 맨손 무술체계이다.

우리 체육관은 MMA의 타격 기본이 되는 킥복싱, 복싱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도장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 왔을 때는 가장 처음 하는 게 기본 운동 중 하나인 줄넘기이다. 

줄넘기로 몸에 열도 내고 가볍게 풀며 복싱 배울 준비를 한다. 

어느 다른 체육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달 내내 줄넘기만 했다, 줄넘기를 무조건 마스터해야 다른 걸 알려주더라 하는데 

내가 다니는 체육관은 그렇지는 않고 기술 교육을 함께 들어가며 수업 전 모두 다 같이 줄넘기로 스타트를 하는 분위기이다.

이 부분은 체육관마다 스타일이 다르니 자신에게 맞는 도장을 다니면 좋을 것 같다.

수업 전 줄넘기가 끝나면 두 명씩 코치님께서 임의로 짝을 짓거나 

또는 코치님의 주도하에 기초 체력 훈련을 한다.

기초 체력 훈련은 날마다 바뀌는데,

이때 힘들다고 꾀를 부리지 않고 열심히 해야 진정한 체력 훈련을 할 수 있다.

주짓수와 MMA 어렵지 않아요?
여자도 할 수 있어요?

주짓수, MMA 모두 각각 체력단련이 끝나게 되면 코치님의 가르침 하에 기술을 배우거나 

글러브를 끼고 짝을 지어 서로 펀치 연습, 받아주는 연습 등 다양한 수업을 즐기며 배울 수 있다. 

위에서 말했지만 혼자 하는 정적인 운동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를 체크해주고 하며 하다 보니 

하루하루 새로운 운동파트너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도 이 운동의 장점 중 하나다. 

여기서 정말 재밌는 사실 하나는, 나는 운동을 혼자 처음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주짓수, MMA를 배운다>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자주 나오는 사람들끼리 친해져 

나중에는 실제 친구들보다 더 자주 만났다.

서로 자세도 봐주고 사적인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이제는 꼭 운동이 목적이 아니어도 만나는 좋은 사이의 새로운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 

내가 주짓수, MMA를 배운다고 어디 가서 말을 하게 되면 꼭 받는 질문이 

"그거 어렵지 않아요? 여자도 할 수 있어요?"라는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 도장엔 최소 초등학교 저학년 여자아이들부터 50대 아주머니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계실 만큼 마음만 먹는다면 전혀 어렵지 않고 여자도 능숙하게 배울 수 있는 운동이라고 자부심 있게 말할 수 있다. 

20대 후반에 갑작스럽지만 이렇게 즐겁고 나에게 잘 맞는 운동을 찾게 되어 정말 기쁘고 이 운동을 처음 소개해준 아는 언니에게 정말 고맙다. 

매일 퇴근 후 집으로 가는 단조로운 직장생활에서 삶의 무료함을 느끼고 있던 나에게 

주짓수, MMA는 정말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앞으로도 과욕하지 않고 여유로움을 배워가며 기술 하나하나를 더 단련해 

언젠간 아마추어 대회를 나가보는 것도 나의 하나의 목표이다.


주짓수, MMA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떤 운동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지는 도전해 보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주짓수나 MMA가 아니더라도, 할까 말까 고민이 된다면 일단 도전해 봐라.

평생 취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내 삶의 새로운 활력을 찾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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