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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May 13. 2022

취미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즐거운 직장문화를 꿈꾸며

내가 활동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 레이블 팀라이트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팀라데이"라는 정기 회의를 한다. 한 달에 한 번 모이 만큼 근황 토크는 필수다.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시는 작가님은 어떻게 지내셨는지, 스페인에서 가이드로 활동하시는 작가님은 어디 어디를 다니셨는지, 멕시코에서 꼭두새벽에 일어나 회의에 참석하시는 작가님은 잘 지내셨는지 이야기하다 보면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서로의 근황을 물은 뒤에는 유닛별로 활동 상황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상의한다. 모니터로 보이는 작가님들의 눈빛은 너나 할 것 없이 반짝인다. 문득 직장에서 회의할 때의 내 모습이 머리를 스친다.


직장에서는 회의할 때 목소리를 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푹 숙인 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업무일지에 전부 받아적을 뿐이다. 슬쩍 곁눈질로 옆을 보면 대부분 나처럼 손만 부지런히 움직인다. 똑같은 회의인데 분위기가 왜 이렇게 다를까? 직장에서는 근황 토크를 하지 않아서일까? 월급 받고 하는 일을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되는 것 아닐까? 왜 나는 취미로 하는 팀라이트를 더 열심히 할까?


취미가 업(業)이 된다면

흔히 직업을 선택할 때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하라고 한다. 흥미와 적성이 딱 맞아 떨어진다면 모를까 흥미 따로 적성 따로면 고민은 더 깊어진다.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 중 어떤 걸 업으로 삼아야 할까?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없을 것 같은데, 취미가 업이 되고 나서 불행해졌다는 증언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취미가 업이 되는 순간 그렇게 좋아하던 일도 싫어졌단다.


취미와 업은 본질부터 다르다. 취미는 즐기는 게 목적이고 업은 생계유지가 목적이다. 즐기면서 하던 일도 생계가 달리게 되면 부담감과 책임감이 막중해진다. 일이 잘되느냐 마느냐에 내 밥줄이 달리게 되니 더 이상 가볍게 즐길 수 없다. 그러므로 즐겁게 일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놈의 돈 때문에

팀라이트에서는 작가님들끼리 두루 잘 지낸다. 중간에서 정치질하는 사람도 없고, 서로 일을 떠넘기려 하지도 않는다. 훌륭한 성품을 지닌 작가님들만 모여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나는 돈 관계가 얽히지 않은 것도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돈은 생각보다 사람을 치사하고 쪼잔하게 만든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성과에 따라 월급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호봉에 따라 월급이 결정된다. 일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내가 받는 월급은 똑같다. 월급이 고정값이면 일을 덜 해야 이익인 걸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문제는 누군가 일을 적게 하면 누군가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갈등이 생긴다.


처음부터 돈 관계가 얽히지 않으면 오히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한다. 어차피 모두가 무보수로 하는 일인 걸 아니 배 아플 일이 없다. 그런데 돈은 많이 받으면서 일을 안 하려고 하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얄미운 마음이 커지면 내가 열심히 하는 게 억울해지기도 한다. 참 일 맛 떨어진다.


나는 취미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을 대충 하고 싶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고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말이다. 나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동료가 노닥거려도 배 아파하지 않고 묵묵히 내 몫의 일을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직장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내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다른 사람들도 숙였던 고개를 들어야 하는데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도 취미로 일했으면 좋겠다. 그런 직장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취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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