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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Jul 26. 2023

절대로 후회하지 말 것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니까

초등학교 때 좌우명을 적어 내는 숙제를 한 적이 있었다. 10년 남짓 살아온 꼬맹이 치고는 꽤나 진지하게 좌우명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괜찮은 말을 다 떠올려봐도 마음에 쏙 들지 않았다. 가령 '최선을 다 하자.'라는 문장을 떠올렸다가도 '그래서 뭘 그렇게 열심히 할 건데?',  '얼마나 최선을 다할 건데?', '최선을 다 했는데도 안 되면 그땐 어떻게 할 건데?' 같은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와서 결국 내 좌우명 후보에서 탈락되곤 했다.


그날 공책에 적힌 내 좌우명은 '후회하지 말자.'였다. 뭘 하든, 어떻게 하든, 무조건 좋은 결과를 낸다면 후회할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뭐든 잘하고 싶었던 욕심 많은 어린이의 마음을 잘 담아낸 좌우명이었다.


유명인사들이 인터뷰하는 걸 보면 심심치 않게 이런 질문을 볼 수 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그러면 십중팔구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한다. 젊은 시절 치열하게 살아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그 생활을 다시 하라고 하면 자신이 없다는 게 이유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 것도 과거로 돌아가기 싫은 이유 중 하나다.


나도 괜히 생각해 본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지. 그러면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장면이 수도 없이 떠오른다. 내 인생을 떠올리며 '뒤로' 버튼을 누를수록 순진해서(사실은 멍청해서) 남한테 속았던 일이나, 순간 화를 못 참고 남에게 상처 준 기억,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서 선택하지 못했던 일 같은 것들이 떠올라 마음 여기저기가 불편하다.


결국 '후회하지 말자.'를 좌우명으로 썼던 어린이는 후회를 가득 안은 어른이 되고 말았다. 이제 와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도 않을 사람들의 말에 너무 귀 기울지 않기

- 혼자 먹는 밥도 정성껏 차려 먹기

-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기

- 부당한 요구는 거절하기, 부당한 거절에는 맞서 싸우기 

- 남들이 가는 길을 무작정 따라가지 않기


- 그리고 절대로 후회하지 않기


2n 년 전과 같은 '후회하지 말자 '지만 의미는 조금 다르다. 그때는 절대로 후회할 일 따위는 만들지 말자는 뜻이었다면 지금은 결과가 좋든 나쁘든 후회는 하지 말자는 거다. 후회는 자책을 부른다. 자책은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고 새로운 시도 앞에 망설이게 만든다. 실패 앞에 후회하고 좌절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실패를 발판 삼아 더 높이 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인생을 다시 살 수는 없지만 다행히 내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갑자기 설레기 시작한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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