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카사리아 - 6. 독거노인(1)

by 땀에젖은개발바닥

[독거노인분들 댁에 방문했다. 가족 단위 혹은 말 그대로 독거하고 계시는 분들께 선물을 챙겨 방문했다.

총 세 가구를 돌았는데, 그중 첫 번째 만나 뵌 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리가 불편하여 못 일어나시는 할머니께서 환대를 해 주셨다. 앉아계시는 할머니 주변에 빙 둘러서 인사를 드렸다.

황량한 자연 속 집(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벽과 지붕) 앞에 덩그러니 앉아계셨다. 집이.. 초라하다 못해 가물어보였다. 헌 옷 같이 구멍이 숭숭 나있다. 우리와 동행한 간호사님께서 노인분들 진찰을 하는 동안 우리는 집과 주변을 둘러봤다. 처음엔 밖에서 슬쩍 둘러보고 내부 침입하기 주저했지만 이내 모두가 집에 출입했다. 동기화된 듯 안타까움의 탄성을 내뱉었다. 나 또한 죄송스럽고 실례라는 마음이 있었지만, 이를 가족들에게 공유하며 설명하고 싶다는 욕망에 집 안에 발을 들이고 사진을 찍기까지 했다.

도대체 식생활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의문이다. 그 정도로 환경이 마땅치 않다. 이제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바나나 나무 혹은 얕은 장작 더미 위로 피어오르는 불 위에 시마가 끓고 있는 철통뿐이다. (지금은 이때의 생각이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내 기준에서 생각한 식사는 너무 사치스럽다)

간호사님께서 노인분들의 상태 확인 후 응급처치를 다 하시면 그때 다시 모여 기도와 인사를 드리고 다음 집으로 떠났다.

털털거리는 버스 안에서 먼지 낀 창문 밖으로, 먼지에 뒤덮인 자연을 바라보며 이동하는 내내 여러 생각을 했다. 으리으리하고 깔끔한 백화점이 떠올랐다. 그런 것들도 모두 이런 흙, 나무와 같은 자연으로부터 왔을 텐데, 우리 인간들도 이 흙먼지로 돌아갈 텐데. 이곳에선 ‘의미’란 단어가 의미 없게 느껴진다.

이분들에게 산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애초에 나의 현실이 이와 같다면 어떨까.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 너무너무 외로울 것 같다. 지독하게 고독하고 쓸쓸할 것 같다.

리나라 전쟁 직후와 이곳의 현 모습을 거의 대등하게 비교하는 말을 꽤 들었다. 그런데.. 이곳은.. 더 한 것 같다. 이곳은 너무나도 원시적이다.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고들 한다. 그 세계란 이름 하에 이들의 실상도 포함되어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내가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고, 무서워했던 세계는 그저 많은 단편 중 하나였던 것이다.]


위 글은 8월 8일 독거노인분들 댁에 처음 방문한 날 적은 (오늘날 수정을 살짝 곁들인) 일기입니다.


이날엔 처음 만난 광경에 충격받은 감정을 잊지 못하고 그대로 일기에 옮긴 듯합니다. 약 네 달이 지난 오늘 다시 일기를 들춰보며 그날 느낌 감정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나는 왜 그분들의 삶을 마주했을 때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을 느꼈을까? 함께 한 봉사자들은 왜 하나같이 한숨을 내쉬었을까. 누군가는 눈물까지 흘리고 그 옆에서 울컥하는 나의 감정을 또 한 걸음 옆에서 바라보며 궁금했습니다. 왜 우리는 그분들의 삶을 안타까워해야 하는지.

이곳에선 우리네 아파트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고 몇 KM 떨어진 곳에서 살더라도 서로에게 이웃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등교를 위해 새벽부터, 주일엔 미사 참여를 위해 사람들은 몇 킬로를 걸어옵니다) 외벽에 크게 적어놓은 전화번호는 가족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표시로써 안쓰러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전화를 걸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희망의 표시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들은 합리화가 아니라 그분들이 적응하고 살아가는 방식일 수도 있단 말입니다.

이 즈음되면 사람답게 사는 것에 무엇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가에 대하여 고민을 하게 됩니다. 추운 겨울, 아늑한 안방에서 이 글을 적으며 잠시 고개를 들어봅니다. 바로 앞에 화장대가 있고, 그 옆으로는 옷장, 문 너머로 김치 냉장고가 보입니다. 이런 가구들로 집이 꽉 차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집에 냉장고가 없는 삶을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곳에선 음식이 있는 곳이라면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가구의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냉장고 역할을 해 주는 무언가를 사용하고 계실지 몰라도, 이 글을 스크린을 통해 읽는 우리네가 당연히 생각할 법한 음식과 냉장고의 조합은 없었습니다.

우리의 시선과 표현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분들은 여전히 살고 계셨습니다. 그분들의 삶이 우리보다 위태로워 보일지라도 나름의 리듬으로 살아가고 계셨습니다. 그분들에게 “생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동시에 우리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단위와 생존 방식을 투영해 타인의 삶에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고 인간적임을 인정합니다. 잠비아에 다녀온 후 이를 때때로 떠올리며 연민조차도 일상 속 사치와 욕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상기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로써 잠시나마 현재에 만족하고 세상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저는 재미있습니다.


[이번 글에는 일부러 사진을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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