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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희 May 01. 2023

면접관이 되어보니 알게 된 6가지

저도 메인 면접관은 처음입니다만

6개월 간 마케팅 인턴으로 너무나 훌륭하게 일해줬던 팀원이 퇴사하면서, 새롭게 마케팅 인턴 TO 한 자리가 생겼다. 원래는 사업 리더 분이 서류 검토 - 면접 진행 - 채용 결정까지 진행하셨는데, 팀이 커지기도 했고 마케팅 쪽은 직접 함께 일할 나와 D님이 잘 맞는 분으로 뽑아달라며 채용 업무를 아예 맡겨주셨다. 사실 채용에 참여한 적은 많았지만 main은 아니었고 주로 sub로 참여했기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오롯이 내가 결정하면 된다고 하니 좀 더 책임감이 느껴지긴 했다.


지원자가 아닌 면접관으로서 채용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해 보니 나름대로 배울 점이 참 많았는데, 총 6가지 단계로 배우고 느꼈던 것을 정리해 보았다.




1. 역할 설정 - 어떤 역할, 어떤 업무를 맡길 것인가

가장 먼저 팀에서 어떤 업무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구조화해 보고, 지금 누락/초과되고 있는 업무들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새롭게 채용하는 팀원에게 어떤 업무를 맡길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마케팅 파트는 콘텐츠/퍼포먼스/CRM 영역에서 각 담당자가 1명씩 있는 구조인데, 각 담당자가 마케팅 기획/실행/성과분석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마케팅 실행/운영 업무를 서포트해 줄 인원이 필요했다. 


*팀에서 필요한 마케팅 업무

- 매일 모두가 함께 보는 daily 지표를 집계하고 공유하는 일

- 마케팅 매체별로 캠페인을 세팅하고 운영하는 일

- 마케팅 소재를 기획하고 디자인 제작을 F/U하는 일

- 신규 마케팅 Initiative 검토 및 추진에 필요한 마케팅 리서치

- 그 외 마케팅 운영 업무 (ex. 이벤트 진행 시 경품 지급 등)



2. 기대치 설정 - 어떤 수준을 기대하는가

우리는 어떤 수준의 사람을 채용할 것인가, 우리가 기대하는 역량은 어떤 수준인가. 이 부분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해두어야 한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조금 잘하면, 더 잘해주면 좋겠고, 더 잘하면 더더더더더더 잘했으면  슈퍼슈퍼 능력자였으면 좋겠고 욕심만 부리다가 좋은 사람을 놓칠 수 있다. 지원자의 입장에서도 이 포지션이 어떤 수준의 역량을 요구하는지 잘 이해해야 입사하고서도 본인이 얼마나 해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을 줄일 수 있다. 


회사에 연차별로 / 직급별로 기대치가 정리된 Job level 테이블이 있으면 좋다. 우리 회사에서는 인턴 - 주니어 - 시니어 - 마스터 별로 크게 level이 나뉘어 있고, 또 2가지로 구분되어 총 8개의 level 테이블이 있었다. 그에 기반해서 '인턴'에게 기대하는 수준을 이해하고, 마케팅 업무에 그 기대치를 적용하여 재해석해보았다. 


- main 담당자가 전반적인 기획 방향성과 업무 가이드를 주었을 때, 무리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수준. 그 안에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

- 각 단계별로 main 담당자가 피드백 / 의사결정 / 퀄리티 검수가 필요함.

*업무 가이드 = 프로세스, 업무의 how to, 기대하는 결과물 퀄리티 수준 등


1,2번을 결합하면 JD가 나온다. 팀에 공유해서 리더/팀원들과 꼭 싱크업하고, JD에도 매끄러운 문장으로 잘 녹여서 지원자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 


+ 이 단계가 마치 지인에게 소개팅 주선을 부탁할 때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말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했다. 너무 두루뭉술해도 너무 까다로워도 좋은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 것처럼,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대충 내가 좋아할 법한 사람을 소개해줘 식의 태도가 곤란한 것처럼 채용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그 사람이 어느 정도 기여해 주었으면 좋겠는지 구체적일수록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3. 나는 이 사람에게 어떤 것을 줄 수 있는가

그 사람에게 어떤 걸 요구할지 정리했다면, 그다음은 '역으로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것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때다. 지원자도 이 회사에 N개월을 인턴으로 함께 하면서, 커리어적으로 경험적으로 얻어갈 것이 있어야 하고 채용하는 사람은 그 점을 명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저 수동적으로 일하고, 그저 시간 때우다 갈 사람을 찾는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능동적으로 일하고 자신의 커리어에 진심인 사람을 뽑고 싶어 하면서 이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이러니...)


우리 팀 마케팅 인턴으로 합류하게 된다면, 이런 걸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1. 콘텐츠 / 퍼포먼스 / CRM 등 마케팅의 전반적인 이해를 가질 수 있다. 마케팅 파트는 유기적으로 협업하면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인턴 분이 3가지 영역을 고루고루 경험해 볼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면서 본인이 어떤 쪽에 더 강점이 있는지 추후 진로를 고민하는데 좋은 힌트를 줄 수 있다.

2. 어떤 직무를 선택하더라도 회사에서 필요한 업무 실행 능력의 기본기를 갖출 수 있다. 회사에서 일하든 프리랜서로 일하든, 업무의 기본기는 매우 중요하다. 잘 공유하고, 잘 보고하고, 잘 질문하고, 잘 이해하는 법. 하물며 폴더명을 정하는 법까지도. 이런 것을 친절히 챙겨주고 가르쳐줄 수 있다.



4.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이제 면접을 본격적으로 준비해 보자. 이력서 / 자기소개서 / 포트폴리오, 그리고 과제까지 꼼꼼하게 서류를 본다. 정말 다 본다. 감사하게도 너무나 좋은 분들이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다들 어쩜 그리 열심히 사셨는지, 인턴 포지션이라 대학생인 분,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신 분이 많았는데 모두 다 훌륭하신 분들이었다.


서류 합격한 분들에 대해, 각 지원자별 면접 준비 페이지에다 질문들을 리스트업 해두었다. 인턴 면접은 1회에 걸쳐서 진행되기 때문에 1시간 안에 이 사람을 다 파악하고 핏을 맞춰보아야 한다. 질문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준비했다.


1. 이력 / 경험 질문 -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지? 어떤 기획의도가 있었는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실제 결과는 어떠했고 어떤 걸 느꼈는지? 

2. 과제 질문 - 어떤 생각과 근거의 흐름으로 결과물을 도출했는지?

3. 가치관 / 성향 질문 - 본인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커리어적 꿈을 갖고 있는지? 어떤 걸 할 때 즐거워하는 사람인지? 이 회사에서 얻고 싶은 건 무엇인지?


생각보다 이 작업이 시간이 꽤나 걸리긴 했지만, 인터뷰할 때 어벙하게 시간이 뜨지 않도록 꼼꼼하게 보고 적었다.



5.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뽑는 포지션이 '인턴'이기 때문에 '얼마나 잘 알고, 잘했고, 얼만큼 성과를 만들었냐'가 기준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지원자가 어떤 태도로, 어떤 생각으로 이런 이력/경험을 쌓았는지를 보았다.


예를 들면 인스타그램 채널을 운영했다고 하면, 왜 그 채널을 운영하게 되었는지, 어떤 생각으로 그 소재를 기획했는지, 어떤 결과를 냈는지, 해보니 어떤 걸 느꼈는지 혹은 배운 게 무엇인지를 질문했다. 결과를 물어보는 이유도 결과가 얼마나 잘됐고 못됐냐를 알고 싶다기 보단, (결과가 안 좋더라도) 결과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고민한 경험이 있는지가 궁금해서이다. 


만약, 아직 커리어에 대해 명확한 로드맵이 없더라도 (사실 인턴 포지션에 지원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정해져 있지 않고, 많은 것을 탐색해보셔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강점이 무엇인지, 어떠한 환경에서 즐거운지, 설령 아직 모른다고 하더라도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 고민해 본 분에게 좋은 애티튜드 점수를 주었다.


'그-냥'이 아니라 '자기만의 생각'을 분명하게 답해주는 분이라면 함께 일했을 때 많은 것을 주고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6. 매너 있는 면접관으로 행동하기

면접관인 나도 살짝 긴장을 하는데, 지원자는 얼마나 긴장을 할까. 그분들의 긴장을 풀어주어 본인이 가진 것을 잘 표출할 수 있게끔,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 회사/팀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것도 면접관으로서 해야 할 일 중 하나이다.


피플팀이 정성껏 마련해 주신 면접 가이드와 면접 팁들을 숙지하고 면접에 들어갔다. 면접 시작하기 전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질문들, 그리고 사전에 미리 안내해야 할 점을 친절하게 안내해 드렸다. 대화가 오갈 땐 최대한 눈을 마주치며 경청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지원자도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최대한 정성껏 답변해 드렸다. 면접을 마무리할 땐 감사 인사와 함께 next 프로세스를 안내하고 끝냈다.  




마무리하며

채용/면접을 서포트하다가 메인으로 이끌어보는 건 또 다른 경험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바와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을 분명하게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배웠고, 이번 경험을 토대로 다음번에도 좋은 동료를 모실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생긴다. 연차가 쌓일수록 내 업무뿐만 아니라 팀의 업무를 구조화하고 더 잘 굴러갈 수 있게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하나 또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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