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생활

데몰리션 (Demolition, 2015)

질곡의 삶을 벗어나 더불어 이겨내는 사람들.

by 김커피

나는 장 마크 발레의 영화를 좋아한다.


데몰리션은 그간 그의 영화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사회의 불친절함을 날카로운 은유로 영상화하여 보여주었다. 장 마크 발레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바닥까지 내려간 인간의 내면, 그리고 그 바닥을 이겨내는 과정까지 내밀하게 보여줘야 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메튜 맥커너히와 자레드 레토, 와일드의 리즈 위더스푼은 그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극단적이었던 그들과는 좀 다르게 흘러가는 제이크 질렌할의 데몰리션은 정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고, 빛났다.


common (1).jpg 영화 <데몰리션> 스틸컷


영화는 쇼팽의 야상곡과 함께 비극적인 사고로 시작된다. 데이비스는 아내 줄리아를 잃는다. 잔잔하면서도 강력한 오프닝 연출이 과연 장 마크 발레답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사고 후의 이야기다. 아내를 잃은 데이비스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면서 본인의 무심함을 경험한다. 주변인들은 데이비스의 그 무심함을 이상하게만 여기고, 데이비스는 그 이상함을 견디기가 힘들다.

영화의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지만 데이비스의 '파괴'는 분해하며 자신과 자신의 결혼 생활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쉬워서 선택했다고 생각했던 결혼이 결국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흐름 속의 제이크 질렌할. 감독의 선택은 옳고 또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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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몰리션 스틸컷


"이젠 아무도 회전목마를 타려 하지 않아. 다들 토 나오는 롤러코스터만 찾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 아마 감독이 전달하려는 이야기의 의미를 크게 담은 대사가 아닐까. 사회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 누구보다 자신에게 솔직한 소수의 사람들을 향해 '다른'것이 '틀리다'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사회의 시선이 부정적 잣대로 작용하는 일이 많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언제나 그 잣대의 말들.

상실을 마주한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될까.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들에 대해선 쉽게 말하지도 말아야지.


common (2).jpg 영화 <데몰리션> 스틸컷


그의 연출만큼 영화의 사운드 또한 힘이 있다. 빛나는 영화, 빛나는 캐릭터를 더 빛나게 해주는 음악까지. 모든 지점이 나를 울컥하게 만들다가 영화의 후반부, 영화 속에서 가장 닮아있는 데이비스와 크리스가 구타당하는 장면을 교차 편집했는데 거기서 마음을 심히 울렁이게 했다. 질곡의 삶을 벗어나 더불어 이겨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위한 장 마크 발레의 응원 메시지.


common (3).jpg 영화 <데몰리션> 스틸컷


미괄식 한 문장으로 스포일러는 최대한 덜 하려고 노력한 리뷰를 끝내려고 한다.

이 영화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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