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 Y/N..? 맬컴과 마리가 Y의 경우도 N의 경우도 다 보여주는 영화.
샘 레빈슨의 기가 막힌 연출과 35mm 필름의 흑백 영화라는 매력조차 뚫고 젠데이아 콜먼과 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리얼한 연기가 다 했다.
영화 <맬컴과 마리> 스틸컷
영화 속에서 영화는 개봉했고, 시사회와 파티가 성공적으로 끝나 집으로 돌아오는 두 사람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앞서 말하는 영화와 파티에 관한 사실은 이들의 대화에서 정보를 얻을 뿐, 이 영화에서 나오는 공간이라고는 그들의 멋진 집뿐이다. 맬컴은 모두의 호평을 얻은 감독이고, 그의 아내 마리는 영화의 사실상 주인공 캐릭터를 제공한 장본인이다.
영화 <맬컴과 마리> 스틸컷
한정된 공간에서 오로지 맬컴과 마리가 러닝타임 105분을 이끌어간다. 이들의 다소 과격한 티키타카는 진짜 미친 수준이다. 본인들은 생산적이지 못한 대화를 할까 봐 다툼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부 싸움을 이렇게나 생산적으로 할 일이야?'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다 마침내 웃긴 경험을 하게 된다. 이들의 치고받는 말 전쟁을 보면서 갑자기 '이거 영화 같네.'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곧 '아, 이거 영화지!' 하고 깨닫는다. 사회적인 이야기와 문화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맬컴과 마리의 싸이퍼를 보는 듯하다.
함께 호흡하는 느낌의 이 영화는 공교롭게도 코로나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그것도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저예산으로 힘들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일까, '그랬기 때문'일까. 각본은 물론이며 촬영과 편집 모든 부분에서 흡입력이 엄청났고, 신기한 기분을 안겨줬다.
영화 <맬컴과 마리> 스틸컷
사실 나는 놀란의 영화 '테넷'을 보면서 존 데이비드 워싱턴에 대해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결핍을 인정하지 않고 당당하면서도 찌질하고, 화가 나면 재수 없는 말을 퍼붓는 맬컴이라는 옷을 입은 그를 보면서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대배우 '덴젤 워싱턴'의 아들 워싱턴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만한 배우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라고 할만한 사람이라는 걸, 이 영화를 보며 깨닫는다. 젠데이아 역시 마찬가지다. 러닝타임 내내 시선을 거둘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의 배우.
(주연뿐만 아니라 두 사람 다 프로듀서로도 참여한 듯하다.)
전쟁 같은 사랑. 결혼. 남과 여. 맬컴과 마리.
입으로 난타전을 치르던 그들은 어딘지 모르게 집이라기보다 현대적 건축물 같은 그들만의 공간 너머 자연 속에 나란히 서서, 가만히 앞을 응시하며 끝난다. 그들 서있는 현재와 바라보는 미래는 과연 괜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