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위한 노력을 무시하는 태도는 결국 '나'를 무시하는 태도.
얼마 전 <돈 룩 업>을 다시 보았다.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엔딩까지 보고 나서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 내가 이래서 아담 맥케이를 좋아한다니까! A급 감성과 B급 감성이 비빔밥처럼 잘 비벼진 연출은 아담 맥케이만의 능력. 음악 또한 묘하게 잘 비비고, 편집 역시 기가 막힌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는 태양계 내의 궤도를 돌고 있는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고 그런 소식을 알린다. 하지만 지구 종말이 현실로 다가오는데 대통령을 만나도, 언론의 힘을 빌려도 그 누구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혜성과 충돌까지는 6개월의 시간이 남아있고, 두 사람은 고군분투한다.
썩어가는 정치와 경제. 이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 부패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던지는 질문에 영화는 대사로 대답한다.
"선택권은 언제나 있어요. 그중에 좋은 선택을 하면 되는 거예요."
아담 맥케이의 영화를 보면 미국이 얼마나 엉망진창이면 이렇게까지 신랄하게 꼬집나 생각이 든다. 정치든 뭐든 할 말 하고 싶으면 우선 똑똑해야 하는데, 감독이 너무 아는 게 많은 사람이라 영화로 할 말 다 해버리고 만다.
종말 위기의 재난 앞에서도 권력과 명예를 찾는 인간들. 당장의 일이 아니라고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 '우리'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는 결국 '나'를 무시하는 태도가 된다.
'이것이 인과응보다. 제발 좀 알아라 이 인간들아.' 말하는 듯한 아담 맥케이의 연출. 오만하고 의심 많은 인간에게 많은 말을 던지는 영화다. 풍자란 바로 이런 것!
이렇게까지 까대는 감독이 대단할 뿐이다. 더불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투톱의 주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 디카프리오 연기야 뭐 말할 것도 없고, 당시 제니퍼 로렌스의 복귀작이었던 점이 정말 반가웠다. 메릴 스트립과 케이트 블란쳇을 이런(?) 캐릭터로 쓰는 감독의 대범함이 놀랍고 설명이 필요 없는 대배우들의 연기력은 보는 사람을 줄곧 압도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선 조나 힐이 굉장히 돋보였다. 익을 대로 익은 연기가 감탄을 불렀다. (티모시 샬라메의 등장신도 만만치 않다!)
피할 수 없는 재앙의 순간, 생의 마지막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보내는 모습은 러닝타임 내내 불친절하던 영화가 느닷없이 따뜻해서 인상 깊다. 받아들일 줄 아는 평온. 그 평온을 가진 사람들이 삶의 끝에 서있을지라도 가장 행복해 보였다.
쿠키 영상 같은 맨 마지막 장면은 정말이지 압권이다. 인생은 역시 모순 그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