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생활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

내 생명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세력에서 구하소서

by 김커피

내 생명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세력에서 구하소서

시편 22:20


영화 <파워 오브 도그> 스틸컷


제인 캠피온이 감독과 각본을 맡고, 토머스 새비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1925년 미국 몬타나, 목장을 운영하는 필과 조지 형제가 있다. 무서울 것 없이 강한 데다 학력까지 좋은 형 필은 동생 조지를 무시하면서도 의지한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목장의 일꾼들과 함께 간 레스토랑에서 주인장 로즈의 아들 피터를 본다. 남성성을 과시하는 필의 눈에 피터는 여성성이 드러나보여 그를 조롱하게 되고, 주방에서 듣고 있던 엄마 로즈는 속상해한다. 마지막에 남은 조지는 울고 있는 로즈를 위로하고 곧 그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결심하고, 조지의 갑작스러운 결혼 통보에 분노한 필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로즈와 피터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몬타나의 큰 목장에서 위험한 동거를 시작했으니 말이다. 일이 커질 수밖에..


영화 <파워 오브 도그> 스틸컷


몬타나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서 보통의 서부극처럼 자극적인 장면이 나올 거라 예상한 것과 다르게 영화는 인물들의 관계와 관계 속의 감정을 주로 보여준다.

일단 영상이 압도적이다. 자연의 흐름이 돋보였고, 카메라가 가까울 때도 멀 때도 완벽하게 잘 담아냈다. 인물의 심리 또한 촬영 기법을 통해 묘하게 잘 나타내고 있는데, 그게 너무 섬세해서 풍경을 볼 때보다 더 감탄하게 된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 스틸컷


조지는 로즈를 깊이 사랑하고 존중한다. 그걸 아는 로즈는 자신을 옭아매는 필의 이야길 하진 않고 몰래 알코올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그런 로즈를 지켜보던 피터는 무언가를 결심한다.

그렇게나 남성성을 과시하던 필이 성소수자였다는 사실. 그것을 숨기기 위해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꾸려간다.


필, 조지, 로즈, 피터. 영화는 내내 네 사람에게 머문다. 넷이 각각 혼자일 때도 섞일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서로를 보는 눈빛에서, 대하는 태도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영화에게 속았다. 그리고 나처럼 필도 마지막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개의 세력에서 구하는 방법을 아는 자에게. 약하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가장 강했던 자에게.


영화 <파워 오브 도그> 스틸컷


밧줄처럼 엮이고 엮인 관계 속의 서스펜스. 멈춰있던 존재는 결국 정말로 멈춰버린다. 영화 중간에 투탕카멘 이야기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제시 플레먼스, 커스틴 던스트의 연기가 정말 대단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제 경이롭다는 말이 나올 수준이 아닐까 싶으며(연기 몰입을 위한 노력과 후유증이 엄청났다고 들었다) 제시 플레먼스와 커스틴 던스트는 실제로도 커플로 알고 있어 스킨십 같은 장면을 불편하게 넣지 않아도 서로를 많이 사랑하는 부부라는 것이 보일 정도로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건 음악. 무려 조니 그린우드다. 라디오 헤드의 조니 그린우드! 아무리 멋진 영상을 담아냈다 하더라도, 그의 음악이 없었으면 안 됐을 거라는 생각을 백번 천 번 한다. 이 서사가 완벽히 담긴 음악이었다.


아, 그러니까 그 모든 것을

그냥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제인 캠피온의 연출이 최고시다. 이 영화가 최고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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