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가 떠나고 장마가 시작됐다. 뭉게뭉게 하얀 구름이 항상 떠다니던 파란 하늘은 울 듯 말 듯 흐린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러다가 느닷없이 비를 토하듯 쏟아내곤 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변하는 날씨가 꼭 내 마음 같았다.
구름이와 나는 서로 간 애착의 정도가 컸다. 엄마가 동생들을 하나둘씩 집에다 데려다 놓을 때 관심을 나눠갖는 첫째가 걱정돼서 더욱이 잘해주려 한 것도 있지만, 사실 그걸 떠나서 생후 3개월도 안 된 솜뭉치 같은 모습으로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나의 일편단심이 시작됐었다. 그런 누나의 마음을 아는지 구름이는 누구보다 나를 많이 기다려주었고, 언제든지 내 옆에 붙어 있었다.
구름이는 눈을 감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래도 눈을 감기는 것은 엄마가 해야 할 것 같아서 부탁했는데 엄마가 아무리 감기려고 해도 구름이는 눈을 뜬 채로 가만히 있었다. 사후경직이 시작된 아이의 눈을 감긴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눈꺼풀을 감기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할 수 없이 내가 "구름아 눈감고 편안하게 자." 말하며 마사지해 주듯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눈을 감겼더니 거짓말처럼 구름이의 눈이 감겼다.
그렇게 눈을 감는 것마저 내게만 허락한 구름이는 꿈에 나오질 않았다. 저 너머 어딘가로 잘 갔는지 좋은 곳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지 궁금하고 불안해서 미칠 것 같은데. 구름이가 하늘로 떠나고 땅으로 내려앉은 장마라는 이 계절의 슬픔이 내 마음에도 내려앉아 내내 우울하게 만들었다. 매일 울다가 잠이 들고 아침이면 쌍꺼풀도 없어질 정도로 부은 얼굴로 출근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구름이가 꿈에 나왔다.
구름이가 떠나기 2주 전, 더위를 많이 타는 아이를 위해 쉬는 날에 내가 직접 미용을 해줬었다. 다른 곳에 맡기기에는 노견이라 예민한 부분이 많아서 언젠가부터는 집에서 털을 깎아주곤 했는데 미용을 당하는 구름이 입장에서도 힘들긴 했을 텐데 얌전히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참 묘하게도 구름이는 그 미용을 하고 딱 2주가 지난 털 길이의 모습으로 나왔다. 꿈에서 본 순간에는 퇴근하고 귀가할 때 보던 구름이처럼 배를 바닥에 붙이고 네 발을 헤엄치 듯 퍼져 앉아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면서 메롱-하고 혓바닥을 내밀고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기다렸던 만큼 놀랐기 때문인지 그런 구름이를 본 순간 나는 잠에서 깨버리고 말았다. 너무 짧았던 만남이 아쉬웠지만 좋아 보이는 구름이 모습에 그간 불안했던 마음이 편해졌다. 말보다 그림 설명이 나을 것 같아서 부족하다 못해 아예 없는 그림 실력으로 꿈에서 본 구름이를 그려서 엄마에게 보여드렸더니 "니 그림 잘 그렸네 영판(=아주) 구름이 같네!" 하셨다. 잘 갔나 보다며 웃는 엄마의 얼굴에는 당신의 꿈에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서운함이 서려있었다.
엄마의 서운한 기분을 타기라도 한 듯 장마는 길어졌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 길어질수록 나는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꿈에서 본 순간에는 퇴근하고 귀가할 때 보던 구름이처럼 배를 바닥에 붙이고 네 발을 헤엄치 듯 퍼져 앉아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면서 메롱-하고 혓바닥을 내밀고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