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 건너편으로

노견과 함께 산다는 것은. 네 번째.

by 김커피

일요일 저녁 구름이는 응급센터를 찾았던 작년 크리스마스날처럼 비명을 지르며 발작을 두 번 일으켰다. 바로 대처하면 금세 회복되던 구름이가 두 번째 발작에선 전혀 회복되지 않고 몸이 축 늘어져서 힘없이 숨만 쉬고 있었다. 나는 밤새도록 지켜보며 울면서 아이의 몸을 이리저리 만졌다. 그대로 잠들어버리면 영원히 잠드는 게 될 것 같아서 구름이의 시선에 맞춰 눈을 마주치고 계속해서 구름이 이름을 불렀다.


자정이 가까워질 때쯤까지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나는 예전부터 미리 알아봐 둔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전화를 해뒀다. 새벽 중에라도 전화를 하면 바로 픽업을 부탁드린다고.

구름이를 어떻게든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들던 나는 이건 내 욕심 아닐까, 그냥 이렇게 편안하게 떠나는 것이 구름이에겐 더 나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도 아직 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내 마음을 아는지 구름이는 새벽까지 잘 견뎌줬다.

출근을 하기 전까지도 내 신경은 온통 아이에게만 쏠렸는데 잘 버텨낸 구름이는 목에 힘도 들어가고 스스로 걸어서 물을 마시러 가기도 했다. 정말이지 너무 고마웠다.

구름이의 귀에다 대고 "구름아 사랑해." 했더니 초점을 잃은 아이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던 그날 새벽은 함께한 20년이라는 세월보다도 길게 느껴졌다. 고비는 넘겼지만 안심하긴 이른 때였고, 마음의 준비라는 것을 말뿐만 아니라 정말로 해야 했다.


보통은 월요일이 한가한 편이었는데 이번 주 월요일 따라 바빴다. 정신없이 커피를 내리고 있는데 점심시간쯤 집에서 전화가 왔다. 가슴이 철렁. 전화를 받았을 때 다행히 엄마의 목소리는 아무렇지 않았다. 다만 구름이는 다시 힘을 잃었다고 했다.

나는 오후 5시쯤 개인사정으로 오늘 영업을 조기종료한다는 메모를 붙여놓고 구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말 그대로 축 늘어진 구름이를 보며 원장님은 안타까워하셨다. 미안해, 착하다를 반복하며 구름이의 이곳저곳을 살피고 검사까지 끝냈다. 그런 동안에도 구름이는 그냥 누워있기만 했다. 주사를 맞는 뒷모습을 보면서 간절히 바랐다. 조금만 더 힘을 내달라고.


병원을 다녀와서부터 누워있는 구름이 옆에 누워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그래도 눈앞에 얼굴을 갖다 대면 누나를 알아보는지 내가 움직이면 그 방향으로 눈동자가 돌아갔다. 우리는 나란히 누워 이른 시간에 잠이 들었다.


새벽 2시가 가까워졌을 때 자고 있던 구름이의 숨소리가 이상했다. 일어나서 불을 켜고 아이를 살펴보니 눈이 빛을 잃어가는 듯했다. 입 밖으로 나와있는 혓바닥에 물을 적셔주고 쓰다듬어주고 있으니 누워있던 채로 대소변을 지렸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배변패드를 찾아가서 혼자 볼일을 잘 보던 아이였는데.. 순간 너무 무섭고 슬퍼서 울음이 터졌지만 나는 이성을 찾아야 했기에 얼른 아이의 몸을 깨끗하게 닦아주고 자고 있던 엄마를 깨웠다.

"엄마, 구름이가 진짜 가려고 하는 것 같아."

놀란 엄마는 벌떡 일어나서 구름이를 몇 번 부르며 쓰다듬다가 잠시 화장실에 갔다. 그 찰나에 나와 마주 보고 있던 구름이의 눈에서 생명의 빛이 빠르게 꺼져갔다.


2시 30분. 구름이는 언제나처럼 내 옆에 누워있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나에게만큼은 뭐든지 허락한 구름이 답게 마지막 순간도 내게만 보여줬다.

장례식장에 전화를 하고 픽업을 요청했다. 이미 다른 친구의 장례식을 치르느라 바로 오진 못했지만 최대한 빨리 구름이를 데리러 와주셨다. 장례식장에서 오는 픽업이라 차량에 대해 달리 생각하지 못했는데 집 앞에 도착한 차량은 차를 잘 모르는 나도 알 정도로 좋은 차였다. 이것도 장례식장 측의 배려라고 생각하니 고마웠다. 생전에 드라이브를 좋아하던 구름이는 한 번도 타보지 못했던 외제차를 타고 편안하게 자신의 마지막 길을 갔다.


장례 절차를 밟고 화장을 하는 동안 그곳에서 준비해 준 영상을 보았다. 내가 미리 준비해 둔 사진들로 구성된 4분여의 영상을 몇 번이고 다시 보며 엉엉 울었다. 새벽부터 내내 울고 있던 나는 사람이 이렇게 울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은 눈물을 쏟았다. 그토록 많은 눈물을 쏟아내도 내 마음이 나아지질 않았던 것은 그 눈물 이상의 마음을 구름이에게 쏟았기 때문일까.


구름이의 화장 시간은 예상보다 짧았다. 유골을 확인하는데 더없이 작고 소중해서 이제는 눈물보다 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구름이는 그렇게 무지개다리 건너편으로 갔다.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긴 시간 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히 지내다가 고생 없이 편안하게 떠난 사실에 감사하며 서서히 현실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구름아 잘 가.

20년 동안 너는 우리에게 줄곧 기쁨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넘치는 사랑으로 항상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더 많이 못해주고, 기다리게 한 거 미안해. 부족한 누나지만 다음에 만나면 지금보다 더 많이 네 이름 불러주고 사랑해 줄게. 그러니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나자 꼭.


구름이의 귀에다 대고 "구름아 사랑해." 했더니 초점을 잃은 아이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던 그날 새벽은 함께한 20년이라는 세월보다도 길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