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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피 Nov 02. 2023

퇴사하고 카페나 차리고 싶다는 말

좋아야만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일.

한가해진 틈에 배도 고픈데 컵라면이나 먹을까 하고 물을 받아놓으면 이상하게 그때부터 주문이 줄지어 들어오는 카페의 법칙. 라면은 사치였다. 퉁퉁 불어 국물이라곤 구경할 수 없는 라면을 보며 그걸 또 버릴 순 없어서 퍽퍽해진 면발을 얼른 먹어 치우며 드는 생각. 이 일은 좋아야만 버틸 수 있어!


혼자 근무하는 카페의 사장은 사실 영업 중에 무엇을 하기란 참 쉽지 않다. 내가 운영하는 매장처럼 테이크아웃이 대부분인 곳은 더구나 그렇다.

하루에 13시간 가까이 매장에 붙어있는데 13시간 내내 손님이 있는 건 아니다. 시간으로만 따진다면 판매가 없는 시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외의 할 일들이 많다. 음료와 디저트 준비부터 해서 청소와 정리 등 이것저것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일습관이 만들어졌으니 망정이지 집에서 매일 하라고 하면 귀찮을 일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긴 시간 동안 온전히 혼자서 다수의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나는 이 일을 오래도록 했지만 어떤 사람, 어떤 상황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여전히 근무 중에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퇴근을 하면 경직된 몸과 마음이 풀리면서 느슨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도 느려진다. 누군가가 이런 나의 하루만 지켜봐도 "퇴사하고 카페나 차리고 싶다." 하고 쉽게 말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모르는 사람들은 한가할 때 좀 앉으라는 말이나, 혼자 일하면서 미련하게 밥도 안 먹고 일하지 말라는 말을 한다. 걱정이 되는 마음에 하는 말인 것을 잘 알아서 항상 감사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내 일은 그렇다. 혼자 있다 보니 뜨신 밥은 바라지도 못하고 한 잔 드리고 또 한 잔 만드는 릴레이 주문을 받다 보면 때가 지나버려 눈앞에 놓인 식은 밥을 급하게 욱여넣거나 그 타이밍마저도 놓치면 배가 고프다 못해 고픔을 넘어서는 단계까지 와서 밥 따위 포기할 지경에 이른다. 조금 한가해진 것 같다 싶어서 비워진 재료들을 채우려 하거나, 화장실을 가려고 하거나, 심지어 물 한 모금을 마시려고 할 때도 손님이 오시면 내 볼일은 자연스럽게 뒷전이 된다. 매장의 상황은 단 한 번도 내 상황에 맞춰지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들은 혼자 그렇게 바쁘면 알바를 쓰라고 하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혼자의 바쁨은 떼돈을 버는 바쁨이 아니니까. 매일 내도록 그런 것도 아니고 매출이란 평균이 없으니. 요즘 인건비도 보통 아닌 데다가 인건비가 들어가게 되면 세금도 그렇고 이것저것 더 복잡해지고 뭐 할많하않......


또 모르는 사람들은 조금만 바쁜 모습을 봐도 금방 부자 되겠다고 말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편의점만큼이나 카페가 많이 보이는 시대에 커피 한 잔에 2500원, 3000원씩 팔아서 월세와 관리비, 자재값 등 매장에서의 고정 지출 비용과 생활비 등의 개인 비용을 제외하고 물가상승률은 높은데 하향평준화된 시장 속 경쟁에 어느 세월에 부자가 될 수 있을지 나도 제발 그 부자가 되고 싶기만 한데 지금으로서는 뜬구름이라는 팩트를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요즘 매일 생각과 소망이 실현되는 희망의 주문을 건다.


비비디 바비디 부~자 될 거야!



퇴사하고 카페나 하고 싶다는 많은 사람들의 말처럼 나 역시 퇴사하고 카페를 차린 사람이지만 쉽지 않을 것을 감안했고 무엇보다 노동과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적다는 큰 단점을 알고도 이 일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이 일을 쉽게 보지 않았으면 하고 이 일에 대해 쉽게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데에도 시간과 정성을 쏟을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에게 '손님은 왕'이라는 억지스러운 마인드를 버리고 일과 사람 자체를 존중해줬으면 한다.


내 일이 그렇더라도 내일을 보며 살아가는 모든 이를 존중하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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