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로 깨달은 나의 오만과 편견.
뒷북인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최근에서야 유튜브를 통해 탕후루의 인기를 알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아무런 연관이 없는 채널을 보는데도 내가 보는 거의 모든 곳에서 탕후루 이야기가 나왔다.
'탕후루라면 설탕 발린 과일 꼬챙이? 그거 엄청 옛날에 유행했던 건데.'
서울에 있을 때 길거리 음식이 즐비한 건대입구 쪽에 살았었는데 어린이대공원 방향으로 쭉 이어지는 가판대 중에 탕후루를 파는 곳을 두 군데쯤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프랜차이즈 매장까지 있다고? 뭐 유행은 돌고 도는 거니까. 수입과자 전문점, 무인 카페, 아이스크림 할인 매장처럼 빠른 속도로 탕후루 매장이 많이 생겨났다고 해서 얼마나 인기가 있길래 그런 건지 궁금했다.
단 것을 싫어하진 않지만 즐겨 먹지 않는 나로서는 단맛의 과일에 단맛의 대표주자 설탕을 바른 그것을 딱히 찾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탕후루 내용이 담긴 영상을 볼수록 와그작와그작- 탕후루를 씹을 때 나는 그 소리가 마치 스머프 걸음처럼 너무나도 경쾌해서 식감이 궁금해 먹어보고 싶어졌다.
언제 한번 탕후루 가게를 지나가게 된다면 하나쯤 사 먹어보리다 결심을 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일요일 저녁이었다. 일찍이 밥을 먹고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서 유튜브에 접속했다가 탕후루 영상이 하나 떠서 봤는데 릴레이처럼 연이어 뜨는 짧은 영상들을 무시하지 못하고 급기야 집에서 만들어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까지 보고 만 것이다. 이토록 무서운 알고리즘이여!
그걸 보자마자 천장을 응시하면서 머리를 굴렸다.
집에 과일이 있던가? 귤이 있었다.
집에 설탕이 있지? 당연히 있었다.
집에 종이컵이 있나? 그것마저 있었다.
집에 이쑤시개가 있나? 새 걸로 한통 가득 있었다.
월요일 아침 출근을 위해 일찍 자려고 양치까지 하고 이불 속에 들어갔던 나는 굳이 다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준비와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앞서 집에 있는지 확인했던 것들을 챙겨 일단 과일 꼬치부터 준비해 놓고 설탕과 물을 2:1 비율로 종이컵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2~30초씩 끊어서 4~5번쯤 돌리면 됐다. 그 설탕물이 약간 누렇게 됐을 때 준비된 과일에 설탕 옷을 찍어 입혀주면 되는데, 생각보다 엄청 빨리 굳어버리기 때문에 얼른 해줘야 한다. 그렇게 설탕 코팅을 다 입힌 과일을 냉장고나 서늘한 곳에 굳을 때까지 뒀다가 먹으면 그만이었다.
맛만 보겠다고 작은 귤 하나로 그것도 내 입맛대로 설탕옷을 적게 묻혀서 만든 귤 탕후루였다. 금세 굳은 그것을 숟가락으로 툭툭 쳐보니 진짜 먹방 유튜버들이 먹을 때 먼저 보여주던 것처럼 단단한 소리가 났다. 집에서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니 신기했다.
20분 정도 지나자 먹을 수 있을 만큼 굳어져서 귤 한쪽을 입에다 넣어보았다.
뭐랄까. 씹을 때 입안에서 탁탁 튀지 않는 슈팅스타 속 캔디를 먹는 그런 느낌이었다. 무작정 달기만 한데 시원하고 맛있었다.
최근 우리 매장에 아이들의 간식을 사러 오셨던 아빠 손님께서 쿠키를 여러 개 고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장님. 쿠키가 탕후루보다 훨씬 싸고 좋네요. 탕후루 그거는 비싸고 달기만 한데 애들이 매일 사 달라고 그래서 환장하겠어요."
아빠 손님의 하소연에 맞장구치면서도 역시 아이들에게 탕후루의 인기는 대단하구나 싶었다.
먹어보니 알 것도 같았다. 단맛 더하기 단맛인 단단에다가 잘 으스러지는 단단함의 재미까지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이만한 것도 없겠다. 게다가 메인 재료가 과일이니 합리화해서 엄마 아빠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은가.
의도치 않게 탕후루 노래를 부르게 됐던 며칠 전, 지인이 딸기 탕후루를 사가지고 놀러 왔다. 그리 크지도 그리 작지도 않은 딸기 네 알이 한 꼬치였는데 겉으로 봐도 설탕 코팅이 두껍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인지 입에 넣고 몇 번 와그작 씹으니 설탕 옷이 깨지면서 딸기향과 맛이 입 속 가득 퍼지는데 와... 신세계였다. 코팅된 설탕이 지나치지 않아 좋았고, 무엇보다 딸기 자체로 이미 달달하고 상큼하니 맛있었다.
나는 유행하는 먹거리에 대해 좀 냉소적인 편이었다.
맛있으면 0칼로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도 아닐 테다. 몸건강도 중요하지만 맛있게 먹는 순간만큼은 정신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걸. 적당히만 지킨다면 괜찮겠다고 딸기 탕후루의 마지막 알을 입에 넣으면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