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도 지갑도 귀찮지만 패딩 잠바의 넓은 주머니에 꼭 필요한 것들 이를테면 열쇠와 핸드크림, 립밤 같은 물건들과 더불어 현금 몇 천 원씩은 꼭 넣어 다니는 겨울은 그런 계절이다.
겨울이 오고 벌써 붕어빵을 몇 번이나 사 먹었는지 모른다. 작년까지만 해도 붕어빵 파는 데는 왜 없나, 이럴 거면 내가 붕어빵 장사를 해야 하나 생각했을 정도로 붕어빵 마차가 보이지 않았는데 올 겨울은 희한하게도 군데군데 붕어빵 마차가 잘 보였다. 그러니 별 수 있나 먹을 수밖에...
추운 겨울에는 누구나 퇴근길에 붕어빵을 사서 봉투를 열은 채로 가슴에 품은 적이 있을 테다. 나는 주로 잠바 안의 왼쪽 가슴에 품고 총총 걸어가는데, 그것은 붕어빵이 집에 도착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상태로 있길 바람이다. 그리하여 식구들이 식지 않은 붕어빵의 온기를 받길 바람이다.
단 몇 백원도 카드로 결제가 되는 세상에 붕어빵만큼은 굳이 현금을 들고 다니며 길을 걸어가다 보이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굳이 사 먹게 된다. 사실 요즘은 옛날 같지도 않아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계좌이체로 사 먹는 방법도 있으니 안 사 먹는 방법을 찾기도 힘든 것이다.
그만큼 한 번이라도 안 사 먹기가 힘든 겨울철 스트릿 푸드의 대표주자 붕어빵은 그 속에 든 팥과 슈크림이 뜨거운 만큼 따뜻한 인심을 발휘하게 한다.
붕어빵을 막 사가지고 급한 일이 생겨 택시를 탄 적 있다. 문이 다 닫힌 좁은 공간에 냄새를 풍기는 게 미안해서 기사님께 붕어빵 한 마리를 드린 적이 있다. 기사님은 운전 중이니 바로 드실 수가 없어 커피를 다 드시고 남은 자판기 종이컵에다 받으셨는데 그 한 마리로도 충분하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거 하나 나누는 마음이 얼마나 따스한지 모르겠다고.
나는 오히려 붕어빵 뭐라고 그거 하나 드리는데 민망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줄 때는 몰랐던 그 마음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
최근 단골손님이 간식으로 붕어빵을 사가지고 가시다가 내게 한 마리 전해주고 가셨을 때 딱 그때의 기사님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소소한 수단으로 그 옛날 초코파이가 있었다면 지금은 붕어빵이 그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정말 이게 뭐라고 하겠지만 '정'말 이건 뭐다.
이토록 정스러운 붕어빵의 세계에도 어려움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작년까지만 해도 찾기 힘든 붕어빵 마차가 올해는 여기저기서 자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사연을 들어보니 본업만으로는 생활 유지가 안 돼서 저녁 시간에 부업으로 하는 청년들도 있고, 경력단절로 받아주는 직장이 없어하게 됐다는 아주머니들도 계셨다. 그렇게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붕어빵 마차도 많아졌다는 사실을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가 없다.
출퇴근길 짧은 이동 시간에도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추운 계절, 삶을 향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는데 한편으로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싫은지 구청에다 민원을 넣고 또 넣어서 결국 그 자리에서 쫓겨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살아가는 것이 팍팍해지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다디단 앙금이 가득 찬 붕어빵을 먹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혀끝부터 씁쓸해져 온다.
12월의 마지막 날 엄마와 함께 붕어빵을 사러 갔었다.
일터에서 가깝기도 하고 맛있기도 해서 자주 가는 모자가 함께 운영하는 붕어빵 마차인데 나보다 어린 사장님께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해 주셨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렇지. 겨울은 여전히 그런 계절이다. 가족에게, 이웃에게, 손님에게 붕어빵 한 마리라도, 말 한마디라도 나누려고 하는 따뜻한 계절.
이 겨울, 누구나 가슴 한편에 붕어빵 봉투를 품고 있잖아요.
왼쪽 가슴에 안고 가는 그것의 온기를 나누며 살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해보는 새해 두 번째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