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마지막 날 저녁, 가족끼리 모여서 다가오는 2025년에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가족은 항상 연말이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과 다가오는 해를 맞이하는 시간을 가지곤 한다. 계획을 이루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박수를 받을 때도 있고, 아예 이루지 못한 계획에 관련해서는 함께 웃고 넘기기도 한다. 타박하는 자리가 아니다. 입에 발린 말로 다음을 이야기하는 자리도 아니다. 그냥 담백하게 이렇게 살았고, 이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그러나 조금은 더 단단하고 강하게, 등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라 볼 수 있겠다.
월말마다 재정 관련 문제나 건의사항, 혹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계획에 관련해 오픈하는 것은 우리 가족이 오래 가지고 온 전통(너무 거창하게 들리지만 정답이다.) 같은 것인데, 누구도 귀찮게 생각하지 않으니 좋다. 회의를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재정, 혼자만의 계획, 생활력, 이런 것들은 사실 가족이라고 해서 쉽게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예민해지기도 하고, 가끔은 언성이 높아질 수도 있고, 서로에게 서운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런 것을 어떻게 하면 유하게 넘어갈까 생각하다가 선택한 것이 바로 '가족회의'라는 명분인데,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각자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어렵지 않게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
이번에도 2025년 계획을 서로 나누었다.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건강'이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이 지났고, 또 그만큼 나이도 들었다는 뜻에 해당된다. 서로를 잘 지켜보면서 각자의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품 안에 안겨 잠이 든 강아지도 이번 연도를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다(강아지도 가족이라 내 무릎에 앉아 경청하는 자세로 회의에 참석했다. 기특한 것!).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는 나 혼자 2025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2025년에는 일기를 꼬박꼬박 써볼까, 생각하다가 문득 다른 곳으로 샌다. 매일 어떤 노래를 들었고, 어떤 음식을 먹었고 기록하는 것이 나에게 중요한가? 물론, 그런 것을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그리고 기록하면서 추억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나는 그런 것을 자주 까먹고, 귀찮아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포기하기로 한다. 2024년에는 괜히 따라 하고 싶은 마음에 다이어리를 사고 색연필을 샀지만, 제대로 쓴 장이 단 하나도 없었다. 나는 이번 연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기로, 물론 원래도 그렇게 지내왔지만, 더 그렇게 흥청망청 살아보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내키지 않은 일은 안 하기로 한다. 또, 뭐가 있을까?
방문에 오랫동안 자리했던 포스터를 다른 것으로 바꿨다. 패브릭 포스터로 바꾸었는데, 제목이 '균형'이다. 나는 연말이 다가오기 시작할 때부터, 심신의 균형을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균형'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냉큼 사다가 방문에 붙였다. 볼 때마다 뭔가 대단한 문장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 붙인 것도 아니고. 다만, 볼 때마다 '균형'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기 때문에, 그때마다 마치 새로고침 하듯이 나도 모르게 기울었던 마음이 정비되는 것 같아 묘하다.
너무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살기로 했다. 매번, 이건 이래서 좋을 거야, 저건 저래서 좋을 거야, 생각하며 귀찮고 힘들더라도 억지로 밀고 나가곤 했는데, 정작 그렇게 내가 움직이고 난 후 끝이 만족스러웠던 적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남을 따라 하지 않고, 따라 하려 하지 않고, 내가 딛고 선 땅 안에서 내가 웃을 수 있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해보려 한다. 그리 많은 땅은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내가 행복해야 웃을 수 있고, 남들에게 웃어줄 수도 있는 것이니까. 초점을 온전히 나에게로 맞추련다.
흘러가듯이 사는 것이 좋을 듯해서, 친구들에게 2025년 새해 메시지를 보내며 '흘러가듯이 살자'라는 말을 건넸다. 시간이 되면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밥도 먹자는 간단한 메시지를 보내는데도 마음이 설렜다.
마음만 노력해서도 안 되고, 육체만 노력해서도 안 된다. 심신의 균형을 잘 잡으면서, 필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버리면서, 그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그것으로 인해 생긴 틈을 또 다른 많은 것으로 채워나가는 삶을 살 수 있길. 각자의 시점의 초점을 잘 맞추고, 시야를 넓힌다면 못 할 것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