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인 Jul 04. 2023

옥에 티 말고 옥을 보기로 했다

콤플렉스 극복기

매일 컨디션이 같을 수가 없는 것처럼 그림도 잘 되는 때가 있고 집중이 덜 될 때가 있다. 열과 성을 다했던 내 그림에 먹 폭탄이 날아온 날이 딱 그런 날이었다. 붓을 잡아도 붓과 내 손이 따로 노는 듯한 날. 먹을 쓰고 뚜껑을 닫을 때 사방으로 먹물이 튀어버렸다. 3주나 잡고 있었던 그림 곳곳에 선명하고 진한 먹물이 탁 하고 번지기 시작했다. 먹은 종이와 만나면 엄청난 친화력을 발휘한다. 그림에 튄 먹은 닦아내도 잘 지워지지 않았다. 만들어놓은 색들은 보관하고 있었기에 먹물이 튄 곳들은 한 겹 더 칠했다. 그래도 여전히 내 눈에는 자국들이 보였다.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두기에는 아까운 그림이었다. 10시간 정도를 붙잡고 있었다. 선생님이 다시 해보겠냐고 하지 않는 이상 포기하지 않고 완성시켜 보기로 했다. 포기하기엔 아쉬운 마음이 반, 회피하는 마음이 반이었다. 그래도 조금 위로를 해보자면 이런 시행착오는 낮은 레벨일 때, 작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해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오히려 훨씬 좋다. 다행이었다.


콤플렉스는 내 눈에 더 잘 보였고 그래서 가리려고 늘 힘써 노력했다. 너무 작은 건 내 눈에만 보일 때도 있다. 쿨한 척 내 콤플렉스를 먼저 말하면 몰랐다거나 오히려 그건 콤플렉스도 아니라고 말해주는 감사한 사람들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다녔던 영어학원 선생님이 내가 처음 학원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서양의 미인들은 각진 턱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땐 그 말을 들어야 하는 내 외모가 싫었고 부끄러웠는데 이젠 그 선생님의 말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안다. 한 장의 그림에서 티끌 같은 먹 자욱들이 전부가 될 수 없듯이 나의 모습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은 외모가, 넘어졌던 일들이 전부가 되진 않는다. 작은 티클에 집중하지 말고 전체를 봐야 한다. 그때 비로소 실체가 뭔지를 볼 수 있다.


내가 그리고 있던 그림은 먹물이 튄 그림이 아니라 한 달 가까이는 잡고 있어야 완성하는 어변성룡도였다. 물고기가 용으로 변한다는 고사를 담은 그림으로 출세를 상징하는 그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혜롭고 선을 넘는 법이 없는 내 이상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