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인 Aug 15. 2023

돈 주고 배우는 노동

그림은 단순노동이다

미술관에 걸린 그림을 보면 대단해 보인다. 억 소리 나는 가격에 팔리는 그림들. 돈으로 환산도 되지 않는 그림들. 그런데 직접 그림을 그려보니 그리는 건 노동이었다. 그것도 단순노동. 그림을 그릴 때는 작업복을 입는 게 좋다. 물감이 튈 수 있으니 앞치마를 하기도 한다. 색을 만들 땐 고체물감을 으깨고 아교에 녹인다. 봉채물감은 물을 넣고 직접 갈아서 색을 만든다. 붓에 물감을 묻혔다 씻었다를 반복한다. 그리는 것 또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게 하는지. 몇 시간 그림을 그린 다음날엔 근육통이 생길 정도다. 공모전에 그림을 출품할 때는 액자로 만들어진 그림을 제출해야 한다. 전시가 끝나면 반출도 해야 한다. 무거운 그림을 차에 싣고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매 전시마다 반복된다.


과정과 결과가 이렇게나 다를 수 있을까. 완성작에는 땀 냄새 하나 없이 고급지기만 한데 과정은 정말 땀이 뻘뻘 나는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다. 그림 그리는 게 고상하고 우아한 취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무거운 물감과 접시들을 들고 다니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는 걸 알고 출발선에 서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모두 다른 삶을 그리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