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해 Jun 20. 2024

난 뤠이가 그럴 줄 알았지

    낸시는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타오위안(桃園) 집에서 돌아오면서 뭔가 짐을 많이 가져온 모양이다.

    "저기, 누가 여행가방 좀 올려다 줘. 굉장히 무거워서 들 수가 없네."

    낸시는 이름을 정확히 호명하지는 않았지만, 거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두 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도움을 청하고 있는 거였다. 팅이는 낸시를 돌아는 봤고, 뤠이는 '난 못 들었어'를 연기하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온라인으로 조카의 공부를 돌봐주고 있는 중이었고, 메이쓰는 온라인으로 친구와 성경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우리가 일어나 도와주러 가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무미건조한 팅이랑 비열한 뤠이 중에, 누가 낸시를 도와줄 것인가? 

    사가지 없는 낸시는 과연 저 둘 중 누군가를 부려먹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기대에 차서 상황을 지켜본다.


    팅이도 뤠이도 내켜하지 않는다. 사실 내켜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자기가 감당 못할 짐은 안 가져오면 된다. 두 번에 나눠서 올리던지 어쨌던지 자기 짐은 자기가 처리할 생각을 했어야 하는데, 낸시는 좀 그런 면에서 '남자애들을 부리면 되지. 뭐 하러 여자인 내가 힘을 빼니?'를 발휘하는 편이다.

    낸시가 다시 재촉을 하고서도 두 남자는 여전히 딱히 반응이 없다. 낸시가 다시금 재촉을 한다. 사실, 낸시가 팅이의 이름을 불렀다. 낸시도 아는 것이다. 남자에게는 아주 별일도 아닌 무게일지라도, 뤠이는 남의 일에 힘쓸 인물이 아니란 것을. 

    불쌍한 팅이! 이름은 불렸고, 거실의 그 많은 시선의 눈치를 안 볼 정도로 낯짝이 두껍지는 않으니, 어물쩍 겨우 일어선다. 뤠이는 여전히 '나는 아까부터 지금까지 한 마디도 못 들었어'를 연기하고 있다. 


    난 뤠이가 그럴 줄 옛날 예엣날 예에엣날 옛적에 알았다. 


    나는 무미건조한 팅이를 안 좋아할 뿐이고 싫어하지는 않는다. 사가지 없는 낸시는 가끔은 좋고 가끔은 싫다. 뤠이? 자기 이익만 알고 손해 조금도 안 보려는 뤠이를 나는 아주 싫어라 한다. (이런 건 말하지 않아도 좋으련만, 난 꼭 싫은 걸 싫다고 해야 시원하니, 참.)

매거진의 이전글 그럼 그렇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