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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by 김동해

경도가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뭔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단다. 경도 아빠는 고모더러 애를 데려가 예방주사를 좀 맞히란다. 경도 엄마가 집에 있는 토요일 해도 될 일을, 꼭 고모들을 부려 먹는다. 맞벌이하는 경도네 엄마아빠를 대신해 아픈 애를 병원에 데려가는 일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큰고모가 자주 해준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방주사잖아? 오늘이 아니어도 되는 일이다. 큰고모는 짜증이 난다. 그래, 겨울방학이라 대만서 막 돌아온 작은 고모가 이 일을 해주기로 한다.

작은 고모는 경도를 병원에 데려가며, 몇 달 만에 만났지만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잔소리가 쏟아진다. 오늘 경도는 삐지지도 않고 싱글싱글 웃으면서 잔소리를 다 듣고 있다. 병원에 도착해서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잔소리는 이어진다. 드디어, 경도가 한마디 했다.

"고모, 대만에서 60대 할아버지 할머니하고만 놀았어? 왜 꼰대가 다 됐어?"

그래, 오늘 작은 고모가 오래간만에 만나서는 구박을 좀 많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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