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濾鏡, 2025)
방영 횟수 : 32集
감독 : 陳躍進
여주 : 리란띠(李蘭迪)
남주 : 탄지엔츠(檀健次)
나는 드라마를 보다가 막 껄껄 웃고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 드라마를 보다가는 몇 번이나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마법의 팔찌
여주인공 수청청(蘇橙橙)이 꽃 파는 할머니로부터 팔찌를 하나 선물 받는다. 그 팔찌는 신비한 능력이 있어서, 원하는 어떤 모습으로든 바뀌게 해 준다. 아름다운 미녀로 변신하게도 해주고, 누군가와 똑같은 모습으로도 바꿔도 주고, 만화 속에 나오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마법의 팔찌라고 부르지 않고, 어떤 필터를 이용해 그렇게 보이게 하는 최신 과학 제품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과학이 발전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여 보여줄 때, 물질적 모니터 속에서 아이콘을 클릭하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우리 눈앞 공중에 조작판이 떠오르고, 넓은 화면을 보면서 손으로 휙휙 넘기면서 조작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주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고를 때, 이 필터 팔찌의 조작판이 바로 그런 모습이다.
또, 이 필터 팔찌는 사용자의 사용 경험을 모아 자동으로 업그레이도 된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미녀의 한 모습으로만 변신할 수 있었지만, 업그레이드된 후에는 원하는 어떤 모습으로도 변신이 가능해졌다. 물건이나 동물로도. 한 번 더 업그레이드된 후에는 실제 하는 인물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해졌다. 또 한 번 더 업그레이드된 후에는 만화 속의 가상 인물도 입체의 인물로 만들어냈다. 또다시 업그레이드 됐을 때는 몇 미터 안에 있는 다른 사람까지도 변신시킬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업그레이 때는 어떤 기능이 생겼는지 직접 보시기를. 너무 다 알아버리면 재미가 없을지도.
이 드라마의 재미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미녀로 변신'으로만 끝났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 정도가 될 테지만, 이 필터 팔찌가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새로운 기능을 하나씩 더해가는데, 그래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새로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다.
남주는 여주가 변신한 모든 인물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여주는 자신의 이 괴상한 능력이 들통나지 않기 위해, 남주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자신이 변신했던 인물을 죽여야 했다. 그 과정이 정말 웃기다. 실제 인물과 똑같은 또 하나의 팡진(方謹)으로 변신했을 때는 어떻게 했을까? 팡진(方謹)이 실생활의 압박 때문에 이중인격자가 되어, 무뚝뚝하고 조용한 원래의 팡진(方謹)과 수청청(蘇橙橙)이 변신한 힘세고 발랄한 인격이 공존했는데, 심리치료를 통해 생활 압박을 잊어버리기 위해 등장한 힘세고 발랄한 팡진(方謹)을 사라지게 하는 것으로서 수청청(蘇橙橙)이 변신한 팡진(方謹)을 없앤다. 하하!
가장 웃기는 장면
내가 가장 오랫동안 배꼽 빠지게 웃었던 장면은 여주가 만화 속 인물 추엔성탕(全勝唐)으로 변신했을 때다. 남주는 이 남자가 수청청(蘇橙橙)과 모종의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을 하고, 그를 끈덕지게 따라다니며 살핀다. 둘은 남주의 차를 타고 같이 가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천둥번개가 친다. 필터 팔찌가 버그가 하나 있는데, 천둥번개가 치는 날이면 시스템이 불안정해진다는 거다. 그래서, 필터가 벗겨졌다 씌워졌다를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차를 운전하던 남주가 옆 자리에 앉은 추엔성탕(全勝唐)의 얼굴이 수청청(蘇橙橙)에서 추엔성탕(全勝唐)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경악을 하게 된다. 이러면 수청청(蘇橙橙)이 지금껏 여러 인물로 변신한 것이 들통나고 말게 되잖아? 아직 드라마 방영 횟수가 많이 남았는데, 벌써 들통이 나면 재미가 없잖아 하고 생각하는데.... 이 위기도 극복해 낸다. 어떻게 극복했을까? 바로 이 장면이 나를 포복절도하게 했다. 드라마를 직접 볼 당신을 위해서 지금은 마이꽌즈(賣關子)하도록 하겠다. 그때 맘껏 웃으시도록. 마이꽌즈(賣關子) 1. 이야기꾼이 장편 이야기를 할 때, 중요한 대목에서 이야기를 멈추어 청중들로 하여금 조바심이 나도록 만들다.
주제가 보이는 대화 한 자락
1. 그거 알아요? 분명히 같은 세계인데,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에, 마치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것을요.(你知道嗎？ 明明是同樣的世界，卻因為看世界的眼睛不同，好像身處在截然不同的一個世界。)
2. 당신은 믿어요? 당신과 나는 비록 같은 세상을 걷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같지 않다는 것을요.
(你相信嗎？我和你雖然走在同一個世界，但其實我們看到的世界並不一樣。)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