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운동을 할 때 방귀가 신나게 뀌어지면 시원해서 좋다. 금방 걷기 시작했을 때는 안 나오던 방귀가 몸이 좀 풀렸다 싶을 때 부렁부렁 껴지는데, 그러면 뱃속 가스가 빠지고 배가 쏙 들어가는 듯해서 참 좋다. 그런데 이게 습관이 되어버리면 어떤 일이 발생하느냐? 오늘 같은 낭패를 본다.
나는 그냥 좀 급히 캐비닛 문을 열려고 걸음을 뗐을 뿐이다. 나도 모르게 ‘뽕’하고 방귀를 뀌어버렸다. 거실에는 룸메이트가 앉아 있었다.
'아, 부끄러.'
나는 아직도 가족이 아닌 사람들 앞에서 방귀를 뀌는 일은 여전히 부끄럽다.
내 룸메이트는 내가 ‘뽕’하고 방귀를 뀐 것은, 내가 그런 행동을 그냥 신진대사의 일부로서 늘 자연스럽게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슬프게도, 노화 현상의 일부로서 나도 모르게 '뽕'하고 새어 나온 것이다. 일부러 '뿌~웅'하고 뀌는 방귀는 덜 부끄러울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뽕'하고 새어 나온 방귀는 끔찍하게 부끄럽다. 방귀 소리도 물론 부끄럽지만, 노화가 만드는 좀 칠칠치 못한 면모가 노출된 것이 더 부끄럽다.
그 일이 있고 나서는 아무 때나 나도 모르게 방귀 뀌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방귀가 나올 것 같은 순간을 잘 느껴보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때마다 똥꼬에 힘을 줘서 쓱 삼켜 넣는 연습을 해본다. 배에 가스가 차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