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똥머리를 내 인생의 머리로 삼기로 한다.
대만으로 들어오기 전에 염색을 하고, 묶지 않아도 되는 스타일로 잘랐다. 이제 머리를 묶으면 머리밑이 당겨서 아프다.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도 참 많이 빠졌다. 이러다 머리밑이 허옇게 드러날까 겁나서, 안 묶어 다닐 수 있는 스타일을 요구했던 것이다. 또, 스타일을 바꾸는 김에 좀 어려 보일 거라고 앞머리를 내달라고 했다.
"앞머리가 다 잔머리네요?"
앞머리를 내는 게 안 어울릴 수 있다는 말로 알아들었어야 했다.
"그래도 한번 내려보죠 뭐, 안 어울리면 기르면 되니까요."
노화가 시작되면서 머리가 징그럽게 안 자란다는 것을 기억했어야 했는데....
미용사는 앞머리가 눈썹을 덮고 눈두덩이 위에서 떨어져, 딱 눈을 찌르는 시점으로 잘라놨다.
"앞머리가 눈썹쯤까지 오도록 좀 더 자르면 안 될까요? 이건 자꾸 눈을 찌르는데요?"
"아, 그러면 너무 네모나 보일 텐데요? 일단 하루이틀만 참아보세요. 적응이 안 되시면 대만 가시기 전에 한번 더 자르러 오세요."
어느 날 쇼윈도에 비친 내 얼굴을 보다가 미용사가 왜 '네모'라는 말을 했는지 처절하게 깨달았다. 앞 잔머리를 자연스럽게 반으로 갈라 이마가 둥그렇게 드러났을 때는 몰랐는데, 가지런히 잘라 이마를 덮어 높으니, 그 밑으로 드러난 하얀 얼굴이 네모도 네모도 이렇게 네모일 수 없다!
'꺅!'
집에 돌아와서 당장에, 짧아서 묶이지도 않는 것을 끌어올려 똥머리를 만들었다. 질질 떨어지는 잔머리들은 실삔으로 이리저리 집어 눌렀다. 그러니, 그나마 봐줄 만하다.
'휴!'
나이가 들어서는 쓸데없는 모험을 할 일이 아니다. '똥머리라도 어울리는 게 어디야'하고, 내 머리 스타일을 사랑해줬어야 했다. 괜히 스타일 좀 바꿔보려다, 숱만 억수같이 쳐서는 이게 길자면 고생 좀 하게 생겼다. 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