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특히 뿔이 나면 여기 나겠다 싶은 그 위치에. 이제 외출 전에 몇 가닥 뽑는 수준으로는 새치를 가릴 수 없다. 새치가 보이자 갑자기 나이 들어 보인다. 아웅!
새치가 나기 전에는 새치염색과 그냥 염색이 다르다는 것을 몰랐다. 새치염색은 '원하는 색 아무것이나'로 염색할 수 없다. 색상을 고민하고 말고 할 게 없다. 검은색으로 하거나 검은색을 겨우 면한 진한 밤색으로 하거나 뿐이다. 당신이 원하는 밝은 갈색으로 염색할 수 없다.
젊은 시절에 염색을 하러 가면, 수많은 다양한 색 중에 어느 색을 선택해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고민은 해보지만 뭐, 나의 최종 선택은 대부분 '자연스러워 보이는 색으로 해주세요'였다. 이번에 염색을 하러 가서는 이렇게 말했다.
"표백을 안 하고 할 수 있는 가장 밝은 색으로 해주세요."
나는 일부러 새치 염색을 하지 않았다. 새치가 더 못 봐줄 지경이 되면, 이제 밝은 갈색 염색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 밝은 색으로 염색을 했다. 그리고는 한 며칠 적응하지 못했다.
'이거 너무 밝은 거 아냐? 사람 전체가 희닥해보이네. 미쳐.'
내 자연색 머리카락은 '검은색으로 염색하셨어요?'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새카맣기 때문에, 새치염색만으로도 밝은 갈색 염색을 한 듯이 자연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날마다 흰머리카락을 보며 '아! 신경 쓰이는 걸?'하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새치 염색으로 가려놓았다가 어느 날 한꺼번에 발견했을 때의 심리적 충격을 겪고 싶지 않아서다. 마음이 아직 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새치마저 가려 놓으면, 나는 잘 늙어가지 못할 것 같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우리는 늙어야 하고, 그걸 힘들지 않게 받아들이려면, 청개구리가 뜨거운 물에서 삶아진다는 원쉐이주칭와(溫水煮青蛙[wēnshuǐ zhǔ qīngwā])*의 책략을 써야 하지 않겠나 싶다. 그러니까, 날마다 하얀 머리카락을 조금씩 봐가며, '신경 쓰이는 걸'하고 적응해야 노화를 힘들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다.
늙는 일, 참 쉽지 않다.
* 원쉐이주칭와(溫水煮青蛙[wēnshuǐ zhǔ qīngwā]) : '따뜻한 물에 개구리 삶기'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