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曹凱(Cáo Kǎi)
남주 : 郭京飛(Guō Jīngfēi), 王千源(Wáng Qiānyuán)
여주 : 趙今麥(Zhào Jīnmài), 王佳佳(Wáng Jiājiā)
방영 횟수 : 14화
'이렇게 재밌는걸 이제야 발견하다니!'
나는 이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발견했다. 내가 중드를 보던 사이트 독파고(獨播庫, http://doboku.com)가 갑자기 안 열려서 한동안 중드 보는데 애를 먹었는데, 그 시기쯤 방영을 해버려서 곧장 발견을 못한 것 같다. 독파고(獨播庫)는 새 드라마 순으로 포스터와 약간의 설명을 적어둬서 드라마 찾아보기가 상당히 수월했더랬다. 새로운 사이트를 찾아 헤매다가 지금은 iyf.tv를 통해 본다. (이 사이트는 중간에 도박 관련 광고를 강제로 십몇초간 보게 하는 게 좀 귀찮다.)
<표백(漂白)>은 작가 천핑(陳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범죄 미스터리 드라마다. 이 소설은 실제 범죄 사건 보도들을 참고해 창작된 것으로,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 실제 사건, ‘양수빈 집단 9·11 살인 토막 사건(楊樹彬團伙911殺人碎屍案)’을 바탕으로 한다.
드라마는 2002년 겨울에서 시작한다. 한 주택 단지에서 변기가 막혔는데, 이걸 뚫는 과정에서 인체 조각이 발견되자 경찰에 신고를 한다. 현장에 도착했던 형사 펑자오린(彭兆林)은 범인이 이 주택 단지에 살 것으로 추정하고 한집 한집 살펴나간다. 외출했다가 돌아오던 범인 덩리강(鄧立鋼)과 그 일당은 경찰이 온 것을 보고는 자신들의 범죄가 들통났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범죄집단의 두목 덩리강(鄧立鋼)은 대범하게도 증거인멸을 위해 범죄 현장으로 돌아간다. 형사 펑자오린(彭兆林)은 범인 덩리강(鄧立鋼)을 계단에서 마주치지만 침착하게 평범한 주민행세를 했던 그를 한눈에 범인으로 알아채지 못해서 간발의 차이로 그만 놓치고 만다. 이후 연쇄살인이 이어지자, 펑자오린(彭兆林)은 용의자를 놓친 것을 자책하며 10년간 범인 추적에 나선다.
한편, 쩐쩐(甄珍)은 엄마와 다투고 가출했다가 이 범죄 집단에 납치되는데, 가까스로 탈출한 후 경찰이 되어 범인 추적에 합류한다. 쩐쩐(甄珍)이 덩리강(鄧立鋼) 범죄집단의 손에 잡혔다가 빠져나오는 장면은 정말 아슬아슬하다. 쩐쩐(甄珍)이 드디어 탈출했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또다시 덩리강(鄧立鋼)의 손에 잡히게 되는데, 이 자의 침착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 형사역을 맡은 남주 궈징페이(郭京飛)는 노구(老舅, 2025), 황작(黃雀, 2025), 도정호(都挺好. 2019) 등에 출연해 개성 있는 연기를 펼쳤다.
범죄 집단에 잡혔다가 탈출해 나와 나중에 여형사가 되는 쩐쩐(甄珍)은 짜오진마이(趙今麥)가 연기했는데, 그녀는 교양사아(驕陽似我, 2025), 재폭설시분(在暴雪時分, 2024), 리셋(開端, 2022)에서 여주인공으로 나와 요새 인기가 높은 인물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은 여주 짜오진마이(趙今麥)를 보겠다고 이 드라마를 보겠지만, 나는 포스터에서 구어징페이(郭京飛)의 얼굴을 발견하고 보기 시작했다. 구어징페이(郭京飛)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 실연 33일(失戀33天)에서인데, 여자 친구에게 "난 널 떠받드는데 지쳤어!(我仰視夠了!)"하고 이별을 고할 때의 연기가 아주 실감 났었다. 이 영화에서는 조연급으로 몇 장면 나왔지만 누구의 연기보다 내 기억에 오래 남아 이 연기자가 누군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구어징페이(郭京飛)는 유머스러운 연기를 할 때는 더 빛난다.
'양수빈 집단 9·11 살인 토막 사건(楊樹彬團伙911殺人碎屍案)’의 실제 사건은 이렇다. 2002년 9월 11일, 지린시(吉林市)의 한 아파트 단지 배수관이 막히고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된다. 점검 과정에서 절단된 인체조직이 다량 발견되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연쇄 살인, 시신 훼손 사건임이 드러난다. 그날 발견된 인체조직은 한 명의 것이 아니었고, 여러 명의 것이었다. 이 사건은 매우 잔혹한 살인 및 시신 분해 범죄로 사회를 크게 충격에 빠뜨렸다. 사건명의 9.11은 양수빈(楊樹彬) 범죄집단의 살인 토막 사건이 최초로 발견된 이 날을 가리킨다. 이 범죄 집단은 양수빈(楊樹彬)을 중심으로 한 4인 범죄 조직으로, 여성도 1명 포함되어 있었다.
범죄자들이 선택한 대상은 주로 나이트클럽에서 손님들과 같이 술 마시는 일을 하는 여성이었다. 먼저 나이트클럽에서 손님이 가장 많아서 돈을 제일 잘 버는 여성을 물색한 뒤, 부호인척하며 그 여성에게 접근한다. 그렇게 신뢰를 쌓은 후에 그들의 임대 주택으로 유인해 폭행과 금품 갈취를 저지른 뒤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분쇄기에 갈아 토막 내거나, 냄비에 삶아서 유기했다. 시체는 하수도, 도로 배수구, 쓰레기통 등에 버려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제 사건이 드라마화된 버전보다 더욱 끔찍했다고 한다.
2002년 9월 11일의 사건 후에, 범인에 대한 신분이 특정되어 수배령을 내렸지만 십여 년간 범인을 잡지 못한다. 범인과 범인들의 가족은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깜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범인들과 그 가족은 행정 허점을 이용해 산시(山西) 지역에서 개명하여 주민등록(户口)을 다시 발급받아 신분세탁(身份漂白)을 했던 것이다.
신분세탁 후, 이들은 내몽골 자치구 바오터우시(包頭市)로 이동하여 주택을 구매하고 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일반 시민처럼 생활했다. 범죄 우두머리 양수빈과 여성 범죄자는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아 기르고 있었다. 다른 공범들도 각각 새로운 이름과 신분으로 결혼·가정·비즈니스를 영위하면서 사회에 섞여 살고 있었다.
당시 중국의 주민등록(호구, 户口) 관리 시스템은 지역 간 정보 연동이 지금보다 느슨해서 다른 성(省)으로 이동해서 개명하고 재등록하는 과정을 거치면 장기간 추적을 피할 수 있었다.
드라마 제목 <표백(漂白)>은 범죄자들이 여러 지역으로 옮겨 다니며 신분을 바꿔 선량한 시민처럼 위장하여 살아가는 것, 즉 ‘신분 세탁’을 상징한다.
장기간 추적 끝에 범죄자들은 2011년과 2012년 사이 순차적으로 체포되었고, 조사 과정에서 그들은 연쇄살인을 6차례 저질렀다고 자백한다. 두 명을 한 번에 살인하 경우도 있어서 총피해자는 10명이라고 보도되었다. 그들의 신분세탁은 왜 들통이 나고 말았을까?
드라마에서는 범인의 동생이 병 치료를 위해 고향인 하얼삔(哈爾濱) 지역 병원을 방문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원·지문·DNA 등 행정·의료 기록이 남으면서 신분이 들통나는 것으로 나온다. 이 사건은 수사망이 좁혀지는 과정에서 결정적 연결 고리를 제공한 사건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더 근본적 이유는 중국 공안이 2000년대 후반 이후 미제 중대사건 전담팀을 꾸려 과거 사건을 재수사했고, 이 과정에서 전국 단위 DNA·지문 데이터베이스와 재대조를 하게 되면서 수사망을 좁혀 나간 것이다. 개명·호적 변경으로 신원을 바꿨더라도 생체 정보는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신분표백'이 무너진다. 그뿐만 아니라 공안은 호구(户口) 이력의 비정상 흔적을 추적해 나갔는데, 이 과정에서 산시(山西)에서의 개명·재등록 과정과 이후 바오토우시(包頭市) 정착 기록을 역추적해 동일 인물임을 특정하게 된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볼 당시에는 이게 진짜로 일어난 사건인지 모르고 봤다. 실제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봤더라면 끔찍해서 다 보지 못했을 지도.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고기 분쇄 기계(絞肉機)를 준비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소름이 돋았다.
실제 사건이란 것을 알아버린 당신은 감히 볼 생각이 드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