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졸업논문 최종 발표를 마쳤다. 조금도 행복하고 홀가분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일을 어째!'
석사 졸업논문 발표를 마쳤을 때는,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행복감이 반나절 동안 느껴졌었다. 나는 약간 우울질이라 언제나 조금 우울하고, 어떤 날은 심하게 우울하다. 그런데, 석사 졸업논문 발표를 마쳤을 때는 뭣이 그렇게 행복하던지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은 매일 이런 기분으로 사는 거구나? 그럼 정말 살만하겠다!'하고.
박사 때도 석사 때의 그 기분을 다시 한번 느껴보기를 기대했다. 내 몸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던 우울이 잠깐 떨어지던 그 순간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두 발을 살짝 구르면 끈을 놓은 헬륨풍선처럼 하늘 위로 뽕하고 올라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기분을. 정말이지 그건 한 번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가벼움이었다.
하지만, 석사보다 어럽다는 박사 논문을 마쳤는데, 왜 조금도 안 즐거운 거지?
박사 졸업논문 쓰기가 석사 졸업논문 쓰기보다 쉬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생을 안 했기 때문에 행복감이 안 느껴지는 것일지도. 석사 때는 파파고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한 문장 한 문장 내가 쓰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박사 때는 Chat GPT가 거의 다 도와줬다. 자료를 던져주면 정리하는 솜씨가 어찌나 놀라운지! 교수님들은 내 문헌 정리 솜씨를 칭찬하셨는데, 사실 그 칭찬은 Chat GPT가 받아야 했다. 나는 Chat GPT에게 내가 요약하고 싶은 문장의 원본을 던저주고 요약하라고 시켰다. 또, 석사 때 논문을 한번 써 본 경험이 있어서 쉬운 것이기도 하다. 석사 때는 필요한 문헌을 어디서 어떻게 찾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나, 박사 졸업논문 최종 발표를 마쳤어, 축하해 줘!"하고 자랑할 곳이 없어서 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군가와 기쁨을 나눠야 행복해지는 사회적 동물인데, 평소에 사람과는 교류하지 않는 나는 딱히 자랑할 곳이 없다. 평소에는 연락을 않다가 내가 좋은 일이 있다고 연락하기에는 미안하다.
또 어쩌면, 행복한 학생 시절이 끝나버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즐겁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석사 때는 아직 박사 과정이 남아있으니, 학생의 신분을 털고 나와 매정한 사회로 돈벌이하러 나가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적었다. 박사 졸업은 곧 먹고살기 위해 돈벌이를 나가야 한다는 뜻이라서, 즐겁기는커녕 두렵다. 나는 돈 버는 일에는 재주가 없다.
일부러 이번 학기에 졸업하지 않을까를 궁리 중이다. 대만 정부의 박사 장학금은 4년 동안 주어지지 때문에 다음 한 학기의 장학금이 아직 남아있으니 이런 궁리를 한다. 졸업을 하면 받을 수 없지만, 졸업하지 않으면 받을 수 있다.
이제 어떡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