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면제 신청

by 김동해

내가 멍청한 짓도 많이 하지만 가끔 기특한 짓도 한다. 신청을 할 수 있는 딱 마지막 날을 놓치지 않고 학점면제 신청을 해냈다!


학과에서 학점면제를 받으려면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설명서를 일찌감치 보내줬었다. 설명서가 어찌나 복잡하던지. 한국에서는 도대체 읽히지 않았다. 격리호텔에서 심심하니 다시 꺼내서 읽어봤다. (박사과정을 하러 대만으로 들어오면서 일주일간 코로나 격리를 했다.)

한 과목만이라도 학점 면제를 받으면 박사 학점 이수 완료하는데 얼마나 편할 것인가 말이지. 그러니 꼭 신청을 해야 한다.

박사과정에서 이수해야 하는 24학점을 들으려면 6학점씩 4학기를 들으면 딱 좋겠는데, 만약 한 과목 3학점을 면제받으면 어느 한 학기에 3과목 9학점을 들어버리면 3학기 만에 박사과정 학점을 완료할 수 있다.

'논문 쓸 시간을 한 학기나 더 벌 수 있는 거잖아?'

그러면 대만장학금이 주어지는 딱 4년 만에 졸업하는 것이 더 가능해지지 않겠난 말이지.

격리 호텔에서 나가는 날이 학점면제 신청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좀 아슬한 느낌이 들어 격리호텔 안에서 어떻게라도 온라인으로 신청해 보자고,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곳을 찾아본다. 아무리 찾아도 그런 곳이 없다. 대략 포기를 한다.

하지만, 딱히 할 일도 없는데, 반년동안 고생해서 수업 들어야 할 3학점을 컴퓨터 앞에 앉아 학교가 보내준 학점면제 설명서를 잘 이해하고 신청만 하면 될 일인데 싶어서 다시 본다. 설명서는 너무 복잡하다. 정말 포기하고 싶다. 나처럼 석사과정에서 졸업에 필요한 학점보다 많이 이수한 경우에 남은 학점을 가져다가 박사과정 학점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인지 안된다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온라인으로 신청을 하라는 건지, 학과 사무실에 가서 신청을 하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설명서에는 온라인이라는 말도 나오고, 학과 사무실이라는 말도 보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고서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아냈다. 일단 온라인으로 신청을 하고 그 자료를 출력해서 학과 사무실에 가져가서 확인을 받은 후에 교무부에 가져가는 거였다.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자료를 송출한다는 버튼을 누르니 전화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나, 지금 전화번호가 없다고!'

딱 8일만 쓸 수 있는 전화기 심을 사서 오늘 아침부터 전화번호가 없어지고 말았다. 전화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질 않는다.

'된장, 너무 귀찮잖아.'

타이베이로 돌아가서 전화번호를 만들고 난 후에 신청을 하자면,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아침에 일어나서 타오위안에 있는 중화통신에 가서 새로 위푸카(預付卡)를 사서 전화번호를 만들었다. 이 귀찮은 과정을 내가 감당해 내고서야 온라인으로 송출한 자료에 대한 신청서를 pdf파일로 받을 수 있었다.

타오위안의 격리호텔에서 풀려나 타이베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성적증명서를 뽑아 학점면제 신청서와 함께 학과 사무실에 제출했다. 몇 시간이 흐른 후에 학과조교가 전화가 와서 학점면제 신청서를 가져가라고 했다.

'어, 나, 학점면제가 될 건가 보다.'

얼른 받아와서 교무부에 제출했다. 교부부의 담장자는 석사 졸업장을 빨리 받느니 늦게 받느니 하며 찾아갔던 눈 동그랗게 튀어나온 그 아가씨였다. 나도 그녀를 기억하고 있고, 그녀도 나를 기억하는 눈치다.

“슈에니에게 보여줬어요?” 슈에니는 우리 학과 일을 도맡아 하는 행정직원이다.

"그럼요."

“어느 과목으로 학점면제 신청을 할 건지 여기 적어왔어야 해요."

"슈에니가 이 상태로 주던 걸요?" 슈에니는 늘 이런 식이라고, 내가 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내가 슈에니에게 전화해서 확인해 볼게요.”

슈에니에게 다시 가져가면 성적표에다 뭘 적어줄 거란다. 그리고 학과 도장까지 찍어야 된단다.

비속을 걸어, 물론 우산을 받쳐 쓰고, 본부 2층에서 다시 도로 건너 학과 사무실 10층까지 가서 슈에니에게 몇 글자 받아 온다. (학교가 도로를 가운데 두고 나눠져 있다.)

슈에니는 오늘도 실수로 뭘 안 적어줘서 나를 왔다 갔다 하게 만들었지만, 오늘은 아주 유쾌한 기분으로 그냥 봐줬다. 학점면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아주 신나서.

3학점을 받기 위해 반년간 해야 하는 숙제와 발표준비와 보고서 쓰기를 생각하면, 빗속에 한 삼사 백 미터쯤 되는 거리를 한번 더 걷는 것쯤이야.

마지막 날에 이렇게 일을 해치우면서 나는 내가 막 대견한 것이다. 설명서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어서 몇 번 포기했고. 온라인으로 신청한다는 그곳을 못 찾아서 또 몇 번 포기했었다. 게으른 나로서는 3학점을 어째라도 좀 면제받는 것이 수지가 맞을 것 같아서 또 궁리하고 또 궁리해서 학점면제 신청을 해냈다. 학과에서 보내준 설명서에 적힌 온라인 신청 시 클릭하라는 곳의 명칭이 실제 클릭해야 하는 곳과 달라서 내가 그렇게 못 찾고 헤매었던 거였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데, 학점면제 신청은 그다음 학기에 했어도 됐었던 거였다. 나는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첫 학기에만 신청이 가능한 줄 알았다. 진작 알았더라면 나답지 않은 부지런을 떨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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