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직전의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일곱 가지 붕괴 징후, 미래를 그리는 여덟 가지 혁명

by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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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사회주의 서점 SNS에서 일란 파페 신간 북토크 소식을 봤다. 제목은 《Israel on the Brink》. 우리말로 옮기면 ‘멸망 직전의 이스라엘’. 제목 자체가 이미 정치적 선언인 셈이다. 가자지구를 폐허로 만들고 끔찍한 인종학살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이, 멸망 직전이라니?


이 책을 접하자마자, 2023년 10월 13일에 내가 번역했던 파페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알아크사 홍수 작전’ 직후였다.


이 인터뷰 자체는 ‘알아크사 홍수 작전’ 이전인 2023년 8월에 이뤄진 것이었는데, 당시 파페는 이미 이스라엘 사회 내부의 균열과 구조적 모순을 짚어내고 있었다. 이번 책은 그 연장선이면서, 동시에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간 느낌이었다.


《Israel on the Brink》에서는 특히 2장 ‘시온주의의 치명적인 균열과 붕괴’가 인상적이었다. 파페는 이스라엘 내부의 균열을 일곱 가지로 나눠 세밀하게 짚어낸다. 첫 번째는 ‘이스라엘 국가’와 ‘유대 국가’ 사이의 균열이다. 종교적 시온주의와 정통 유대교가 결합한 정착자 세력이 세속적 유대인 사회와 격렬히 충돌하고 있다. 이어서 팔레스타인 억압으로 인한 이스라엘의 불량 국가화, 전 세계 유대인들이 시온주의에서 멀어지는 현상, 경제 침체, 군대의 한계, 기능을 멈춘 국가 시스템, 그리고 새로운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까지. 파페는 이 모순들이 장기적으로 어디로 향할 수밖에 없는지 논리적으로 밀고 나간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물음을 오랫동안 붙들었다.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이 너무나 잔혹하게 벌어지면서 한국 사회의 여론도 크게 흔들렸다. 이스라엘에 대한 호감도가 급락했지만, 그것이 곧바로 적극적이고 광범한 팔레스타인 연대로 이어졌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의 ‘분쟁’으로만 여기거나,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싸움에 애꿎은 민간인만 희생된다’라는 식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는 현재 최대로 모여봐야 수천 명 남짓, 평소에는 수백 명 정도만 모이는 작은 수준이다. 어떻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키울 수 있을까. 그런 고민도 이 책을 기획하게 된 물음 중 하나였다.


이스라엘은 군사력에서 압도적이고, 서방 정부들의 지지는 공고해 보인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연대에 적극적인 이들조차 절망감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파페가 잘 지적하듯, 힘의 크기만이 역사의 방향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파페는 단순히 ‘붕괴’만을 말하지 않는다. 2부에서는 붕괴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일곱 가지 ‘소규모 혁명’ 과제를 제시한다. 3부에서는 1948년 건국으로부터 100년이 되는 2048년, 민주적 팔레스타인이 들어선 가상의 미래를 일기 형식으로 그린다. 그냥 희망 섞인 상상이 아니라, 시온주의라는 정착자 식민주의 프로젝트가 어디로 갈 수밖에 없는지를 밀고 나간 결과였다.


이 책의 한국어판이 나왔을 때, 한국 독자들이 일란 파페의 분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나도 한국 독자 중 한 명으로서 이 책을 다시 정독하게 될 것 같다. 지금은 다음 기획으로 넘어가야지.


https://oneworld-publications.com/work/israel-on-the-br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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