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 주관으로 0000에 기증할 물품을 수거하는 날입니다. 녹색교회 부원인 저는 1부 예배 후에 봉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기증 봉투를 들고 오는 권사님의 흰머리가 보입니다. 교회 입구로 뛰어갔습니다.
“오매 권사님! 차도 없는 분이 이것을 어떻게 들고 오셨대요?”
“택시 타고 왔제. 괜찬혀.”
임무를 완수한 군인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제 손에 봉투를 건네주시고 천천히 굽은 허리를 펴셨습니다.
분가한 자녀들의 물건이라며 추억을 놓고 가는 표정으로 발길을 옮기는 집사님도 있었습니다. 두 손도 모자라 휴대용 손수레에 싣고 오시는 장로님도 있었습니다. 선물 받은 장난감을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들고 오는 해맑은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곱게 포장해서 두고 가시는 성도님의 애틋한 표정도 있었습니다. 기증 물건들을 가득 안고서도 어느 한 사람 불평스러운 얼굴이 없었습니다. 생명 공동체의 선한 마음을 담은 기증 봉투는 점점 더 높이 쌓여만 갔습니다.
십시일반은 열 사람이 밥 한 수저를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사자성어입니다. 여럿이 조금씩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는 어렵지 않다는 뜻입니다. 자원의 재활용과 장애우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0000에 동참하려는 성도들의 모습은 천사처럼 아름다웠습니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가는 생명 공동체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시는 우리 주님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아픈 손가락 같은 자녀가 사회에 조금씩 적응해가는 대견한 모습을 바라보며 기뻐하는 장애 부모님의 모습과 연약한 우리를 바라보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 보여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부족함 많은 우리가 기꺼이 나눈 밥 한 수저로 허기진 누군가의 빈 그릇을 채워줄 수 있다면 그곳이 하나님의 나라가 아닐까? 주변의 아픔을 서로의 작은 온기로 보듬으며 사는 모습이 하나님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길모퉁이의 버려진 돌처럼 우리는 세상 거리를 방황하였습니다. 우리를 자녀 삼아주신 아버지의 지극하신 은혜로 다시 한번 사는 인생입니다. 우리가 나눈 작은 물건들도 귀한 주인의 손에서 다시 한번 쓰임 받기를 소망합니다.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선한 마음이 모이고 나누어져 하나님의 나라가 하늘에서 이루어짐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