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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브랜딩 May 22. 2024

한 마리의 새끼오리로 존재한다는 것

미운오리새끼 이야기 #01

울타리가 없는 곳에서, 한 마리의 새끼 오리로 존재한다는 것은 모험 그 자체였다.

알에서 나온 세상의 놀라움과 신비함, 동시에 야생 그 자체인 정글 이었다. 모든 것이 미지의 영역이고, 예측불허였으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 정글 그 자체.

사냥 기술도, 먹이를 잘 찾는 법도, 헤엄치는 법도, 털갈이 하는 등 많은 것들을 배우지 못한 새끼오리다. 망망대해의 작은 뗏목같이 둥둥 떠다닐 뿐, 노를 저어 어디로 가야할지도 몰랐다.

가장 힘들었던 날은, 족제비의 발톱에 날개가 긁혀 가까스로 도망친 바위틈에서 오들오들 떨며 소나기를 맞이할 때였다.

긁힌 날개는 아팠고, 단단하고 거친 바위틈은 서늘하게 온기한점 없었다. 차가운 소나기에 뼛속까지 시렸지만 가장 힘든건 그 순간 혼자라는 사실이었다.

고독으로 묵히기엔 새끼오리는 어렸고, 경험이 없었다. 누구에게 어떻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몰랐다. 아름다웠던 세상은 매몰찬 뒷모습을 보이며 새끼오리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켰다.

잔뜩 몸을 웅크리고 눈을 꼭 감았다. 다시 한번 햇살을 느끼고 싶었다. 보송보송 털의 형제들과 엄마 아빠가 있는 울타리 마당에서 노닐어 보고 싶었다.

새끼오리는 눈을 꼭 감고 그 느낌을 상상해보려 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거칠고 서늘한 바위틈, 쏟아지는 소나기 사이로 새끼오리는 숨만 쉬고 버틸 뿐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https://brunch.co.kr/@kimeunho/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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