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새끼 이야기 #01
울타리가 없는 곳에서, 한 마리의 새끼 오리로 존재한다는 것은 모험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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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서 나온 세상의 놀라움과 신비함, 동시에 야생 그 자체인 정글 이었다. 모든 것이 미지의 영역이고, 예측불허였으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 정글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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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기술도, 먹이를 잘 찾는 법도, 헤엄치는 법도, 털갈이 하는 등 많은 것들을 배우지 못한 새끼오리다. 망망대해의 작은 뗏목같이 둥둥 떠다닐 뿐, 노를 저어 어디로 가야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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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들었던 날은, 족제비의 발톱에 날개가 긁혀 가까스로 도망친 바위틈에서 오들오들 떨며 소나기를 맞이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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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힌 날개는 아팠고, 단단하고 거친 바위틈은 서늘하게 온기한점 없었다. 차가운 소나기에 뼛속까지 시렸지만 가장 힘든건 그 순간 혼자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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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으로 묵히기엔 새끼오리는 어렸고, 경험이 없었다. 누구에게 어떻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몰랐다. 아름다웠던 세상은 매몰찬 뒷모습을 보이며 새끼오리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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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몸을 웅크리고 눈을 꼭 감았다. 다시 한번 햇살을 느끼고 싶었다. 보송보송 털의 형제들과 엄마 아빠가 있는 울타리 마당에서 노닐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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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오리는 눈을 꼭 감고 그 느낌을 상상해보려 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거칠고 서늘한 바위틈, 쏟아지는 소나기 사이로 새끼오리는 숨만 쉬고 버틸 뿐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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