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함 후보 3번. 머리카락

추함 100선 중 후보 3번

by 파도맞은얼굴

세상에 존재하는 추하고 못난 것들 100개를 모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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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카락은 많이 길지 않은 편이고, 아주 얇기도 해서 빠져도 하수구에 모이는 일이 잘 없었습니다.

그래서 화장실 하수구 청소를 3~6개월에 한 번씩 하곤 했습니다. 하수구가 잘 막히지도 않았습니다.

방바닥에도 머리카락이 뭉쳐서 굴러다니는 일도 없었습니다.


24년도 봄부터 머리카락이 꽤나 많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3일 정도면 하수구 거름망에 머리카락들이 거뭇거뭇 걸립니다.

일주일 정도면 샤워할 때 배수가 원활히 되지 않아 머리카락을 빼줘야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방을 청소해도 머리카락이 눈에 크게 띄지 않았는데, 지금은 하루만 지나도 제 동선을 따라 부는 바람의 방향으로 머리카락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머리카락을 치울 때나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볼 때 항상 더럽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머리를 수십 번을 만지면서 떨어진 것은 더럽다고 생각됩니다.

배수구에 걸린 것을 치울 때도 휴지로 돌돌 감싸고,

옷에 최대한 머리카락이 묻지 않도록 관리하고,

머리카락이 있는 곳에 뭔가가 떨어지면 버리거나 탈탈 털어버립니다.

빠지는 머리카락에 걱정이 되면서도 성가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속수무책을 느낍니다.

한 달에 겨우 1cm 남짓 자라는 머리카락이 이렇게나 쉽게 숙 빠져버리는데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빠져버린 머리카락을 뿌리 구멍을 찾아 다시 심을 수도 없습니다.

머리카락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왜 이렇게 많이 빠질까, 빠진 만큼 자라고 있을까' 걱정만 할 뿐입니다.

그리고 괜히 M자형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마를 드러내고 거울을 유심히 봅니다.

머리카락이 없는 제 모습이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30대에 접어들고 이런 신체적 변화가 조금씩 생기고 있습니다.

예전만큼 소화가 되지 않거나, 뱃살이 늘거나, 몸 곳곳에 점이 생기거나,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그렇습니다. 아직 청춘이겠으나 또 예전만치의 청춘도 아니라서 그렇겠습니다.

저는 늙는 것을 아주 무서워하는 편입니다. 죽는 것보다도 늙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갑작스럽게 어느 시점부터 많이 빠지기 시작한 머리카락이 저의 시간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미용실에 갈 때마다 탈모가 아닌지 물어봅니다.

아니라고 합니다. 그 정도 빠지는 건 정상이라고 합니다.

담배를 피워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기 시작한 때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때와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새해맞이로 담배를 끊었으니 앞으로 몇 달간 머리카락이 얼마나 빠지는지 지켜볼 것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실은 제 머리카락이 많이 두꺼워지고 튼튼해져서 빠진 머리카락이 더 잘 보이게 된 것이라는 그런 이야기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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