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함 후보 2번. 담배

추함 100선 중 후보 2번

by 파도맞은얼굴

세상에 존재하는 추하고 못난 것들 100개를 모아보겠습니다.




담배를 피웁니다.

아침에 눈 뜨면 하나, 점심때 하나, 저녁때 하나 혹은 아침저녁으로 하나씩.

하루에 총 1개비에서 3개비 정도 핍니다.

담배를 핀 지 2년 정도 되어 몸이 적응을 한 것도 같지만, 아직도 오랜만에 피면 속이 안 좋거나 어지럽습니다. 그래도 담배를 피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정확히는 연초를 피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저를 밖으로 끄집어 내줍니다.

저는 집밖으로 나서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게을러서 그렇기도 하고, 귀찮아서 그렇기도 하고, 요즘같이 겨울일 때는 추워서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뭔가를 하기 어렵고 밖으로 나가야만 뭐라도 할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저의 다짐을 실행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어줍니다.

'담배 피우고 와서 나갈 준비 해야지', '담배 피우고 나서 씻어야지', '일단 바깥공기 좀 쐬어야겠다'

일을 하기 위해 카페에 가는 건 힘든데 담배를 피우기 위해 나가는 건 아주 쉽습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한 마음의 준비 중 장벽이 하나 낮아집니다.

모자를 쓰고 외투를 입고,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밖으로 나가 불을 붙입니다.

들이마시고 뱉은 뒤 손에 가만히 담배를 쥐고 있습니다.

바깥공기를 마시며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아 아직도 나뭇가지에 감을 매달고 있는 감나무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할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세네 번 더 피우고 집으로 들어가서 할 일들을 시작할 때가 많습니다.


두 번째, 큰 숨을 쉽니다.

많은 흡연가들의 담배를 피우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한숨이나 큰 숨을 쉬고 싶을 때 담배 생각이 납니다.

주로 고민이 많을 때 그렇습니다.

담배를 피우면서 깊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뱉으면서 퍼져나가는 담배 연기를 봅니다.

이럴 때는 담배가 금방 줄어듭니다. 고민의 시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담배는 이미 다 타들어간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담배를 피우면서 잡념, 고민, 걱정, 불안이 간단히 정리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이건 이렇게 정리해야겠다.', '이 순서로 처리해야겠다'라고 결론을 내릴 때도 있고, 감정적인 방향으로 '이 정도면 괜찮다', '오늘도 고생했다'라며 스스로 위로를 던질 때도 있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유익한 담배를 추하다고 생각한 것은 손에 뱄던 냄새 때문입니다.

가끔 집 앞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게 되면 담배꽁초를 버릴 곳이 마땅치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쓰레기통이 나올 때까지 한참을 손에 쥐고 걷게 됩니다.

담배가 아닌 담배꽁초가 되어버린 것은 쓰디쓴 퀴퀴한 냄새가 지독하게 납니다.

쓰레기통을 발견하고 버린 뒤 손의 냄새를 맡으면 굉장히 불쾌합니다.

이기적 이게도 다른 사람에게서 나는 담배 냄새도 맡으면 굉장히 역합니다.

그 냄새는 담배의 백해무익을 깨닫게 하는 순간들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담배를 끊을 것입니다.

담배는 추합니다.

하지만 좋을 때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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