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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갱 Feb 17. 2022

남편이 오미크론에 걸렸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극복기

1중순, 평소에 목감기를 앓지 않던 남편이 편도가 너무 불편하다고 얘기했다. 열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코로나에 걸렸다는 가능성보다 단순 인후통일 것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사실 엄살이 조금 심한 남편이라 아이고 또 시작했구나 싶기도 했고.


"에, 여보 목감기 처음 걸려봐? 따뜻한 차랑 인후약 줄테니까 이번 주는 풀로 재택근무해~."

"아니.. 목이 점점 불타오르는 거 같다니까? 태어나서 이런 느낌 처음이야."


목이 불타오른다는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다가 나중에는 담뱃불로 지지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길래 이건 뭔가 이상하다 싶어 지인에게 연락했다.


"ㅇㅇ아, 저번에 오미크론 걸렸었다고 했지? 병원으로 갔어? 아니면 어디서 검사했어?"

"많이 급하면 응급실 가거나 CVS(편의점 약국)에 예약해서 받아야 하는데, 일단 안티젠 검사도 괜찮으면 여기로 가봐. 자리만 있으면 당일 예약도 가능해!"


안티젠은 PCR 보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말이 많았지만 그래도 검사 결과를 20분에서 3시간 사이면 받아 볼 수 있어서 바로 예약을 하고 달려갔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 자동차 안에서 비상등을 켜고 기다리면 신원확인 및 보험이 있는지 물어보고 간호사 또는 의사가 나와서 면봉으로 한쪽 콧구멍에 10번 정도 돌려가며 검사한다. 한국에서 처럼 깊게 넣지 않아 아프지는 않았다. 검사비용은 보험이 없더라도 무료였으며, 여행을 갈 계획이 있거나 회사 제출용이라면 PCR도 한 번 더 받아 볼 수 있다고 했다.

남편이 받은 양성 판정
내가 받은 두 번의 음성 판정

우선은 급한 마음에 안티젠으로 검사 결과를 받아보니 맙소사. 남편은 양성, 나는 음성이다. 이제부터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며 남편을 격리해야 하는 것인지 잠깐 동안 고민했지만 바이러스가 양성 판정 이후에 시작! 하고 퍼지는 것도 아니고 이미 우리 집에는 곳곳에 바이러스가 묻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둘이 함께 자가 격리를 시작했다.




증상

남편은 열은 나지 않았지만, 내복과 경량 패딩을 입고 잘 정도로 오한이 시작됐고, 가래와 기침이 매우 심해졌다. 목소리는 음성변조를 한 것처럼 거칠어졌으며 며칠 뒤에는 밥을 먹을 때 냄새가 10% 정도밖에 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냄새를 맡지 못하니 입맛은 당연히 없고, 쉽게 피로해졌다. 나흘간 병가를 내고 푹 쉬고 나니 이제는 일을 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재택근무 와중에도 기침과 가래는 여전했다. 남편은 증상이 있고 나서 7일 뒤 음성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2번의 검사를 더 받아봤지만 끝끝내 음성으로 결과가 나왔다. PCR을 받았다면 나도 무증상 감염이었을까..?


약을 안 먹고 버틸 수는 없었지만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몰랐으며, 설상가상으로 인후통 약은 재고가 없었다. 타이레놀이 잘 듣는다고 들었지만 딱히 열이 나질 않으니 일반 타이레놀은 소용이 없었고  Cold+Flu라고 적힌 물약이 오히려 잘 들었다. 낮에는 인후통 완화용 사탕을 물고 살고 저녁엔 그마저도 먹을 수 없으니 목이 아파서 서너 차례 잠에서 깼다. 가습기는 24시간 틀어두었고, 최대한 목의 건조함을 막기 위해서 커피도 끊었다.

실제 복용한 약

남편은 주 1-2회만 회사로 직접 출근을 하는데,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한다. 물론 kf94를 쓰라는 언급은 따로 없었고 면, 덴탈 마스크여도 가능한 미국이기에 큰 효력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남편은 항상 마스크를 쓰고 일했다. 하지만 주변에 오미크론 환자가 급증하고 나도 점점 안일한 마음에 종종 친구들을 만났으니 언제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에 코로나 양성 환자가 많다 많다 해도 내 지인이, 내 남편이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의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오미크론의 경우 증상이 감기처럼 약하게 지나간다고 들었지만 실상은 감기와는 달랐으며 열이 나는 지인들은 더욱 힘들어했다. 후유증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데, 3주가 지난 지금도 남편은 마른기침을 하고 종종 피로감이 몰려온다고 한다. 혹시나 한국이었더라면 부모님께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코로나19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계기다.


정말이지 코로나19가 내 코앞으로까지 온 상황이다. 이렇게 겪어보기 전까지는 한국의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가 미웠고, 3차, 4차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사실도 싫었다. 언제까지 대화의 주제 속에 '코로나' '코비드'라는 단어가 나와야 하는 것인지. 가족과 지인들에게 안부인사로 '항상 조심하고'를 언급해야 하는 것인지 몰라 이 상황을 어느 정도 회피했던 것 같다. 이제는 한국에 있는 지인들의 오미크론 감염 소식을 접하고 있다. 혹여나 60이 넘으신 부모님의 감염 소식을 듣게 되진 않을지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오미크론의 감염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일각에서는 끝이 보인다고도 하는데, 정말 끝은 오는 걸까..?


Credit: Richard Bo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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