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복음
(불의 복음)
입술이 닿기 전,
그녀는 새벽의 어둠을 찢고 솟구친
핏빛 불꽃,
느티나무 아래에서 터져 나온 첫 심장의 폭발이었다.
나는 심장이 아니라
혼의 심연으로 무너졌다.
그녀의 숨결이
내 혈맥을 번개처럼 내리쳤고
그 떨림은 핏줄 따라 번져
온몸을 붉게 뒤흔들었다.
입술이 입술을 삼키던 그 순간,
세상은 불길에 휩싸였고
별들은 내 눈꺼풀 안에서
산산이 깨진 불씨가 되었다.
그것은 시(詩)가 아니라
신의 첫울음,
태초의 폭발 같은 기도였다.
살 속으로, 살 너머로
어떤 원초가 파고들었다.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거대하고,
너무 오래 잠든 불이었다.
나는 그녀 안에서
우주의 시초,
첫 불덩이가 터지던 순간을 보았다.
하늘이 처음 땅을 관통하며
붉은빛으로 이어지던 그 시간처럼.
입맞춤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창세의 진동,
핏빛 복음이었다.
나는 입술로 새겨진 그녀의 경전을
끝내 다 읽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한 번 죽었고
불로 다시 태어났다.
그녀는 내게
세상의 시작이었고,
마지막 불멸의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