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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치 스님의 염불 이야기

거짓 없는 정진, 그 청아한 울림의 서사

by 현루

염불, 수행의 검(劍)

​스님에게 염불(念佛)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곧 수행의 기본, 번뇌를 맑히고 불심을 다지는 정진(精進) 그 자체였다.


행자 시절, 낡은 테이프 잡음 속에서 곡조를 따라 익히던 염불은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 고독하고 치열한 수행이었다.


​나는 처음엔 소리 내기에 급급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염불에 깊이가 더해졌다.


강원에서는 염불을 제법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신도들은 내 염불 소리에 감동해 환희심을 느끼거나 눈물을 훔치곤 했다.

"스님 염불 소리에 신심이 일어난다"는 찬사는 은근한 자부심이었고, 나를 더 깊은 정진으로 이끌었다.


나는 다짐했다.

내 염불 소리에는 거짓이 없도록, 늘 진심을 담아 불어야겠다고. 염불의 울림이 곧 내 마음의 깊이임을 잊지 않았다.

​강원에서 함께 공부하던 염불이 도무지 늘지 않는 도반 스님이 있었다.
누구보다 본인 소임을 묵묵히 해내는 스님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염불만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새벽예불에 그 스님이 선창(先唱)을 할 때면

참석했던 신도들이 "끽끽" 웃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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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스님들이 1대 1로 곡조와 장단을 집중적으로 가르쳐도 나아지는 기미가 없었다.

본인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옆에서 지켜보는 우리도 속이 터져, "저 스님은 염불은 정말 '노답'이다"라는 씁쓸한 말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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